
국회 문신사법 통과 코앞, 안전 담보할 장치는 충분한가?
오랜 논의 끝에 문신 시술 합법화를 골자로 한 문신사법 제정이 국회 본회의 표결만을 남겨두는 단계까지 진입하며, 문신 시술의 제도권 편입이 목전에 다가온 듯하다.
이는 시대의 변화와 미용·예술 분야의 현실을 반영한 진일보로 평가할 수 있으나, 법안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 마취제 사용 문제에 대한 의료계의 우려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깊은 숙고가 필요하다.

33년 만의 합법화 시도, 그러나 마취제 쟁점은 여전하다
1992년 대법원이 문신을 의료행위로 규정하며 비의료인 시술을 불법화한 이래, 문신 시장은 음지에서 꾸준히 성장했다. 이에 현실과 괴리된 법 체계를 개선하고 문신사의 직업적 안정성을 확보하며 시술의 위생과 안전을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 결과, 수차례의 발의와 상임위원회 논의를 거쳐 문신사법은 국회 본회의 통과를 목전에 두기도 했으나, 여전히 최종 관문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현재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문신사법은 문신사 면허제 도입, 위생 교육 의무화, 국가시험을 통한 자격 취득 등 여러 긍정적인 변화를 담고 있다. 특히, 마취 목적의 일반의약품 사용을 허용하는 조항은 문신 시술의 고통 경감을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됐다. 그러나 바로 이 마취제 사용 조항이 의료계의 심각한 반대에 부딪히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의료계는 문신 시술의 본질이 피부를 침습해 색소를 주입하는 행위로, 의료법상 명백한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강조하며, 비의료인이 이를 수행하는 것 자체가 국민 건강에 위협이 된다고 지적한다.
20년 후 내 몸의 비밀 예측, AI ‘델파이-2M’이 예측한다! 미래 질병 위험 확인하는 법은?
의료계의 경고: 일반의약품 마취제도 의료 행위의 영역, 미검증 염료도 위험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는 문신사법이 감염, 부작용, 특히 마취제 사용에 따른 안전성 문제를 충분히 담보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더욱이 일선에서 문신사들이 사용하는 마취크림은 음지에서 들여온 전문의약품인 경우가 많은 상황이며, 설사 문신사들이 사용하는 마취제가 일반의약품이라 할지라도 피부 침습적 시술에 사용될 경우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나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문신시술을 위해서는 마취제 투여 전 환자의 건강 상태, 알레르기 유무 등을 면밀히 진단하고, 투여 중 발생할 수 있는 호흡곤란, 쇼크 등 중대 부작용에 대비한 응급처치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의료계는 강조한다.
그러나 현재 문신사법안에 명시된 ‘마취 목적 일반의약품 사용 허용’은 이러한 의학적 판단과 응급 대응 역량의 부재를 간과하는 위험한 발상으로 풀이된다. 일반의약품 역시 오남용 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에, 의사의 지도 없이 사용될 경우 법적, 윤리적 책임 문제 또한 복잡하게 얽힐 수 있음은 자명하다. 또한, 의료계가 주장하듯 문신 시술 자체가 감염병(에이즈, 간염, 매독 등) 확산의 통로가 될 수 있으며, 문신에 사용되는 중금속·발암물질이 체내에 축적돼 심각한 피부질환이나 전신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문신 시술의 안전성 논란은 마취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의료계는 문신용 염료의 안전성 문제도 강하게 제기한다. 현재 시판되는 문신용 염료 대부분이 식약처의 허가나 관리 없이 유통되고 있어 그 위해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으며, 때문에 인체에 직접 주입되는 물질의 안전성 확보가 시급한 것 또한 사실이다.

미성년자 보호 미흡 논란과 국민 안전을 최우선하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미성년자 문제도 걱정이다. 이에 제정될 문신사법에는 미성년자 보호 조항이 포함되었다. 그러나 청소년들의 신체적·심리적 미성숙을 고려할 때, 합법화 이후 미성년자의 충동적 문신 시술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배제할 수 없으며, 이는 예상치 못한 사회적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신체 변형을 동반하는 문신 시술의 경우, 평생 후회로 남거나 건강상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미성년자에 대한 더욱 엄격한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
이처럼 문신 시술의 합법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지만, 이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담보하는 전제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설사 문신사법이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시행령 및 시행규칙 마련 과정에서 의료계의 전문적인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여 마취제 사용 범위와 관리 방안을 더욱 엄격히 규정해야 한다. 문신 시술 시 발생할 수 있는 의료적 문제에 대한 문신사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위급 상황 발생 시 의료기관과의 즉각적인 연계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실질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다. 국민의 신뢰를 얻고 문신 문화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당장의 편의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민 안전을 위한 보완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

당신이 좋아할만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