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 있어야 할 갑상선이 혀 밑에? 갑상선은 태아 시절 혀의 뿌리 부분에서 처음 만들어져, 목 아래까지 ‘이주’해 온 기관입니다.
우리 몸의 주요 내분비 기관 중 하나인 갑상선은 흔히 목의 중앙부에 위치한 나비 모양의 기관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기관이 제자리를 찾아오기까지 태아기 동안 매우 역동적인 ‘이주(migration)’ 과정을 거친다는 사실은 일반 대중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갑상선은 태아 발생 4주경, 혀의 뿌리 부분인 설근부(Foramen Cecum)에서 원시적인 형태로 생성되기 시작한다.
이후 갑상선은 갑상설관(Thyroglossal Duct)이라는 임시 통로를 따라 목 아래로 점진적으로 하강하며, 최종적으로 목의 앞쪽, 후두와 기관 앞에 자리 잡는다. 이 이주 과정은 태아 발생 7주경에 완료되며, 갑상설관은 퇴화하여 사라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처럼 갑상선의 위치는 단순한 해부학적 구조가 아니라, 복잡한 발생학적 역사를 담고 있다.
만약 이 필수적인 이주 과정에 오류가 발생하거나, 퇴화해야 할 통로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으면 다양한 선천성 갑상선 질환이 발생한다. 대표적으로는 갑상선 조직이 제 위치가 아닌 혀 밑이나 목의 중간 경로에 남아 있는 ‘이소성 갑상선(Ectopic Thyroid)’과, 퇴화하지 않은 갑상설관 잔여물에 액체가 차서 생기는 ‘갑상설관 낭종(Thyroglossal Duct Cyst)’이 있다. 이러한 질환들은 갑상선 기능 이상뿐만 아니라, 종양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므로 발생학적 관점에서 갑상선 건강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게 분석된다.

혀 뿌리에서 시작된 갑상선의 4주간의 여정
갑상선은 태아 발생 초기, 약 3~4주경에 원시 인두의 바닥, 특히 혀의 가장 뒤쪽 부분인 설근부의 정중선에서 내배엽성 증식물로 처음 나타났다. 이 시점에서 갑상선은 하나의 작은 주머니 형태로 시작하며, 이는 향후 갑상선 호르몬을 분비하는 중요한 내분비 기관으로 발전하기 위한 첫 단계다. 이 원시적인 갑상선 조직은 이후 빠르게 증식하며 목 아래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하는데, 이 경로가 바로 갑상설관이다.
갑상설관은 혀 뿌리에서부터 설골(hyoid bone)의 앞이나 뒤를 지나 목의 최종 위치까지 연결되는 임시 구조물이다. 이 하강 과정은 태아 발생 7주경에 완료되며, 갑상선은 기관(trachea)의 앞쪽, 제2~4 기관 연골 수준에 자리 잡는다. 정상적인 발생 과정에서는 이주가 끝난 후 갑상설관은 완전히 퇴화하고 섬유질의 흔적만 남게 되지만, 이 과정이 완벽하지 않을 때 병변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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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중앙에 혹이 만져진다면: 갑상설관 낭종의 발생 기전
갑상설관 낭종은 갑상선의 이주 경로가 완전히 소실되지 않고 남아 있을 때 발생하는 가장 흔한 선천성 목의 질환이다. 이 낭종은 대개 목의 중앙선 부위, 특히 설골 근처에서 발견되며, 소아나 청소년기에 처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이 낭종은 퇴화되지 않은 갑상설관의 상피 잔존물에 점액성 액체가 고여 형성되며, 크기는 수 밀리미터에서 수 센티미터까지 다양하다.
낭종이 감염되면 급격히 커지면서 통증과 발적을 유발할 수 있으며, 드물게는 피부로 누공(fistula)을 형성하여 분비물이 나오기도 한다. 갑상설관 낭종의 진단은 초음파 검사를 통해 비교적 쉽게 이루어지지만, 중요한 것은 이 낭종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단순히 낭종만 제거할 경우 재발률이 높기 때문에, 외과적 치료 시에는 낭종과 함께 갑상설관의 잔여물 및 설골의 일부(Sistrunk procedure)를 포함하여 광범위하게 제거하는 것이 표준 치료법으로 확립됐다.
서울 민병원 두경부 이비인후과 정광윤 원장은 “갑상설관 낭종은 양성 종양이지만, 감염 시 심각한 염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낭종 내에서 갑상선 유두암과 같은 악성 종양이 발생할 가능성도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목 중앙에 만져지는 혹이 있다면 단순한 지방종으로 치부하지 말고, 반드시 갑상선 발생 경로를 잘 아는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시스트렁크 수술(Sistrunk procedure)을 통해 잔여 조직까지 완벽하게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소성 갑상선, 갑상선 기능 저하와 암 발생 위험
이소성 갑상선은 갑상선 조직이 최종적으로 목 아래 제자리에 도달하지 못하고, 이주 경로상의 어느 지점(주로 혀 밑의 설근부, 즉 설갑상선)에 남아 기능을 수행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는 갑상선 이주 과정의 가장 심각한 오류 중 하나로, 전체 선천성 갑상선 질환 중 약 70%를 차지하며 여성에게서 더 흔하게 발생한다. 이소성 갑상선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제자리에 있는 정상 갑상선 조직이 아예 없거나 기능이 매우 미약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환자들은 대부분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겪게 되며, 특히 설갑상선 형태로 남아 있는 경우, 혀 밑에 혹처럼 만져지거나 삼킴 곤란,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이소성 갑상선 조직은 정상 갑상선 조직과 마찬가지로 호르몬을 분비하지만, 그 양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평생 호르몬 보충 요법이 필요할 수 있다. 더욱이 이소성 갑상선 조직에서도 갑상선암(주로 유두암)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최근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이소성 갑상선암은 일반적인 갑상선암보다 진단이 늦어지기 쉬워, 해당 조직의 크기 변화나 기능 이상이 관찰될 경우 정기적인 초음파 검사와 정밀 조직 검사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갑상선의 발생학적 기원을 이해하는 것은 선천성 갑상선 질환의 진단과 치료에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다. 이소성 갑상선이나 갑상설관 낭종 모두 태아기 이주 과정의 불완전함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다. 따라서 목의 중앙선 부위에 발생하는 모든 종괴에 대해 단순한 양성 혹으로 판단하기보다, 갑상선의 발생 경로를 염두에 둔 정밀 진단이 필요하다. 특히 이소성 갑상선 환자의 경우, 남아 있는 조직이 유일한 갑상선 기능 공급원일 수 있으므로, 치료 계획 수립 시 기능 보존 여부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선천성 이상은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히 관리할 경우 대부분 예후가 양호하지만, 진단이 늦어지면 기능 저하와 악성 변화의 위험이 높아지므로 지속적인 관심과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서울 민병워 김경래 내과 진료원장은 “이소성 갑상선 환자를 진단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이소성 조직이 환자의 유일한 갑상선 기능 공급원인지 확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따라서 ‘혹이 만져지더라도 무조건 제거하기보다는, 기능 저하증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호르몬 보충 요법과 정기적인 초음파 추적 관찰을 병행하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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