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나나 식물의 목질화되지 않은 가줄기(pseudostem)가 잎들이 겹겹이 쌓여 형성된 모습.
바나나는 과일이 아니라 풀이다: 식물학적 오해 바로잡기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고 즐겨 먹는 바나나. 대부분의 사람은 바나나를 으레 나무에서 열리는 과일로 인식한다. 그 특유의 달콤하고 부드러운 식감, 그리고 껍질만 벗기면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방식 덕분에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는 대표적인 열대 과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아이들의 간식부터 운동선수의 에너지 보충제, 심지어 디저트의 재료에 이르기까지, 바나나는 우리 식탁에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그러나 식물학적 관점에서 바나나의 분류는 일반적인 상식과 현저히 큰 차이를 보인다. 실제 바나나는 우리가 막연히 아는 나무나 일반적인 과일의 정의와는 다소 거리가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생육 방식 또한 매우 독특한 특징을 지녔다.
놀랍게도 바나나는 사실 나무가 아닌 ‘풀’로 분류된다. 이 사실은 많은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허브 식물로 알려진 바나나는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견고한 나무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독특한 생육 특성을 지녔다. 우리가 길고 튼튼한 나무줄기로 착각하는 부분은 사실 잎들이 겹겹이 쌓여 형성된 ‘가줄기'(pseudostem)이며, 이 가줄기는 식물학에서 나무의 핵심 특징인 목질화되지 않는 특징을 갖는다. 다시 말해, 나무처럼 단단한 목재 조직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식물학적 분류는 오랜 기간 일반 대중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채 ‘바나나는 과일이자 나무 열매’라는 통념이 지배적이었다. 이제 그 오해의 실체를 벗겨낼 때가 됐다.
그렇다면 도대체 바나나를 단순히 나무가 아닌 풀로, 그리고 우리가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과일의 개념을 넘어 식물학적 ‘열매’라 부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식물학적 정의가 우리에게 던지는 흥미로운 질문과 바나나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통해, 우리가 미처 몰랐던 바나나의 진짜 정체를 지금부터 더욱 자세하고 심도 있게 파헤쳐 본다.

진정한 ‘과일’의 정의와 바나나의 위치
식물학에서 과일(fruit)은 꽃의 씨방이 성숙하여 형성되며, 그 안에 씨앗을 품고 있는 구조를 의미한다. 이는 식물의 생식 기관으로서 씨앗을 보호하고 확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엄밀한 정의에 따르면, 우리가 보통 채소로 알고 있는 토마토, 오이, 호박, 가지, 고추, 심지어 아보카도까지도 모두 씨앗을 포함하고 꽃의 씨방에서 발달하므로 식물학적으로는 ‘열매’ 즉 과일로 분류된다. 바나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바나나는 분명히 꽃의 씨방에서 발달하고, 우리가 흔히 바나나를 먹다가 발견하는 작고 검은 점들(퇴화된 씨앗의 흔적)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식물학적으로는 명백히 ‘열매’ 즉 과일에 해당한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과일’이라고 말하는 개념은 주로 달콤하고 수분이 많으며 후식이나 간식으로 날것으로 먹는 식용 가능한 열매를 의미하기 때문에, 식물학적 정의와는 큰 차이가 발생한다. 이러한 관점의 차이가 바나나 분류에 대한 혼란을 야기하는 주된 원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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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가장 큰 허브, 바나나 식물
우리가 흔히 ‘바나나 나무’로 부르는 바나나 식물은 사실 ‘풀’이다. 식물학적으로 나무는 줄기가 목질화되고, 여러 해 동안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주로 2차 생장(부피 성장)을 통해 굵어지는 식물을 의미한다. 나무는 겨울에도 줄기가 살아남아 다음 해에도 계속해서 성장하는 다년생 식물의 특징을 보인다. 그러나 바나나 식물은 이러한 나무의 정의와는 거리가 멀다.
바나나 식물의 줄기는 전혀 목질화되지 않으며, 우리가 줄기라고 생각하는 거대한 부분은 실제로는 여러 겹의 크고 넓은 잎들이 서로 단단히 감싸고 있는 ‘가줄기'(pseudostem)이다. 이 가줄기는 열매를 맺은 후 죽어버리고, 뿌리(정확히는 지하줄기인 근경, rhizome)에서 새로운 줄기(흡지, sucker)가 솟아나는 특성을 지녔다. 이러한 생육 방식은 나무보다는 대형 풀, 즉 ‘허브(herb)’의 특징과 정확히 일치하며, 바나나는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허브 식물로 기네스북에 오를 만큼 놀라운 크기를 자랑한다. 높이가 10미터를 넘는 바나나 식물도 흔하며, 이 거대한 ‘풀’에서 우리가 먹는 바나나 열매가 열리는 것이다.

식탁 위의 혼란: 과일과 채소 분류의 복잡성
일상에서 사용되는 과일과 채소의 분류는 식물학적 정의와 크게 다를 수밖에 없다. 이는 분류의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식물학자들은 식물의 생식 기관으로서의 기능과 구조적 특징을 기반으로 분류하지만, 일반 대중이나 요리사들은 맛, 식감, 요리에서의 활용법 등을 기준으로 분류한다. 예를 들어, 토마토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식물학적으로는 씨방에서 발달한 열매이므로 과일이지만, 요리에서는 주로 짠맛 요리에 사용되고 설탕 대신 소금을 쳐서 먹는 경우가 많아 채소로 분류되어 사용된다.
미국에서는 이 토마토 분류 문제가 세금 문제로까지 비화하여 1893년 대법원 판결(Nix v. Hedden)을 통해 ‘요리용 채소’로 분류된 사례도 있을 만큼, 분류의 기준은 복잡하고 때로는 논쟁의 대상이 됐다. 바나나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바나나 열매 자체는 식물학적 정의에 따라 분명히 과일로 분류되지만, 그 열매를 맺는 식물 전체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나무가 아닌 풀이라는 점에서 혼란이 발생한다. 이러한 분류의 차이는 식물학적 기능(생식 기관으로서의 열매)과 요리적 활용(달콤한 맛이나 요리 재료)이라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처럼 일상생활에서의 분류와 과학적 분류 간의 간극은 우리가 주변 식물들을 이해하는 데 있어 흥미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야생 바나나와 씨 없는 바나나의 비밀
우리가 마트에서 흔히 접하는 바나나는 씨가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대부분의 상업용 바나나가 ‘단위결과(parthenocarpy)’라는 특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단위결과는 식물의 꽃이 수정 과정 없이도 씨방이 과일로 발달하는 현상으로, 이 덕분에 씨앗이 거의 없거나 아예 없는 바나나를 편안하게 맛볼 수 있게 됐다. 만약 이 기술이 없었다면, 우리는 바나나를 먹을 때마다 딱딱하고 큰 씨앗을 발라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야생 바나나는 우리에게 익숙한 바나나와 달리 크고 단단한 씨앗이 과육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가득 들어 있다. 이 씨앗들은 흡사 작은 조약돌처럼 단단하며, 현재 우리가 먹는 바육이 가득한 품종과는 매우 다른 모습이다.
오늘날 우리가 먹는 바나나는 수천 년에 걸친 인위적인 재배와 선별, 그리고 우연한 유전적 변이를 통해 씨앗이 퇴화하고 과육이 크게 발달한 품종들이 대다수이다. 특히 전 세계 바나나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캐번디시(Cavendish) 품종은 씨앗이 없는 대표적인 단위결과 품종이다. 이러한 씨 없는 특성은 바나나의 번식이 씨앗을 통한 유성 생식이 아니라 주로 뿌리에서 돋아나는 ‘흡지(sucker)’를 통한 무성 생식(클론 번식)으로 이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는 모든 상업용 바나나가 유전적으로 동일하다는 의미이며, 특정 질병에 매우 취약하다는 약점을 내포하고 있다.
이처럼, 바나나는 식물학적으로 꽃의 씨방에서 발달하고 씨앗의 흔적을 지닌 ‘과일'(열매)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 과일을 맺는 식물 자체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견고하고 목질화된 나무가 아닌, ‘풀’ 즉 거대한 허브 식물에 속한다. 이는 식물학적 분류와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용어 사이의 흥미로운 차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바나나에 대한 이러한 새로운 이해는 우리가 주변의 자연을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당연하게 여겼던 상식에 의문을 제기하며, 과학적 사고를 통해 세상의 다양한 현상을 바라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앞으로 마트에서 바나나를 볼 때마다 그 속에 숨겨진 놀라운 식물학적 비밀을 떠올리며 새로운 시각으로 바나나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달콤한 과일을 넘어, 지구상에서 가장 큰 풀이 선사하는 경이로운 열매로서 바나나를 더욱 특별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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