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무 껍질에서 심장약이, 아스피린의 2500년 역사, 고대 히포크라테스의 지혜에서 현대 심혈관 치료제로
아스피린(아세틸살리실산)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의약품 중 하나로, 해열, 진통, 항염 효과는 물론 심혈관 질환 예방에 필수적인 약물로 자리매김했다. 이 약물의 주성분인 살리실산(Salicylic acid)의 역사는 무려 2500년 전 고대 그리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기원전 5세기경 이미 버드나무(Salix) 껍질을 달여 통증과 발열을 완화하고 출산을 도왔다는 기록을 남겼다. 이처럼 인류는 수천 년 동안 자연에서 얻은 지혜를 통해 통증을 다스려왔으며, 이는 현대 약학 발전의 중요한 토대가 됐다.
19세기 화학 혁명을 거치며 버드나무 껍질의 활성 성분이 살리실산임이 밝혀졌고, 이후 부작용을 줄인 아세틸살리실산이 합성됐다. 아스피린은 단순한 상비약을 넘어 심장마비와 뇌졸중 예방에 기여하며 인류의 건강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이에 아스피린의 고대 기원과 현대 의학적 가치를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고대 그리스 의학의 기록, 버드나무 껍질의 효능
버드나무 껍질은 고대 이집트 파피루스와 수메르 점토판에서도 해열 및 진통제로 사용된 기록이 발견될 만큼 오랜 역사를 지닌다. 특히 히포크라테스는 버드나무 잎과 껍질을 찧어 만든 추출물을 만성 통증 환자에게 처방하거나, 산모의 진통 완화에 사용했다. 이는 버드나무 껍질에 함유된 살리실산이 체내에서 프로스타글란딘 생성을 억제하여 염증과 통증을 줄이는 기전을 이미 경험적으로 파악하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고대인들은 이 약재의 정확한 화학적 성분을 알지 못했지만, 경험을 통해 그 효능을 정확히 인지하고 이를 의학적 지식으로 전승했다. 버드나무 껍질에 포함된 살리신 성분은 인체 내에서 대사 과정을 거쳐 살리실산으로 변환되며 약리 작용을 나타낸다. 이러한 고대 의학의 지혜는 18세기 유럽에서 버드나무 껍질이 말라리아 치료제로 사용되면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는 현대 과학이 고대부터 전해져 내려온 민간요법의 과학적 근거를 찾으려는 노력의 시발점이 됐다.
매일 먹던 변비약, 3개월 이상 복용 시 ‘장 무력증’으로 대장 절제 수술 위험 90% 급증
살리실산의 분리와 아스피린의 탄생 과정
19세기 초, 과학자들은 버드나무 껍질의 효능을 화학적으로 규명하기 시작했다. 1828년 독일의 약리학자 요한 부흐너(Johann Buchner)는 버드나무 학명인 ‘Salix’에서 유래한 ‘살리신(Salicin)’이라는 물질을 처음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살리신을 가수분해하여 활성 성분인 살리실산이 얻어졌다. 이 살리실산은 해열 및 진통 효과가 뛰어났으나, 위장 장애와 구토를 유발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해 대중적인 사용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1897년 독일 바이엘(Bayer)사의 화학자 펠릭스 호프만(Felix Hoffmann)이다. 그는 살리실산에 아세틸기를 결합시켜 아세틸살리실산(Acetylsalicylic acid)을 합성했다. 이 물질은 살리실산의 약효는 유지하면서도 위장 자극을 현저히 줄였으며, 1899년 ‘아스피린(Aspirin)’이라는 이름으로 상표 등록되어 전 세계에 보급됐다. 아스피린의 탄생은 현대 제약 산업의 서막을 알리는 중요한 사건으로 평가받으며, 이후 수많은 의약품 개발에 영향을 미쳤다.

아스피린의 현대적 역할과 저용량 요법의 변화
아스피린은 심혈관 질환 예방에 혁명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1970년대 연구를 통해 혈소판 응집을 억제하는 항혈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후 심혈관 질환의 2차 예방(이미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재발 방지)에 표준 치료제로 사용됐다. 특히 저용량 아스피린(일반적으로 75~100mg)은 혈전 생성을 막아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위험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최근 의학계에서는 아스피린의 1차 예방(질환이 없는 건강한 사람의 예방 목적 복용)에 대한 권고 기준이 변화했다. 미국 예방 서비스 태스크포스(USPSTF) 등 주요 기관들은 2022년 가이드라인을 통해 출혈 위험 증가를 이유로 60세 이상 성인의 1차 예방 목적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을 권고하지 않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40세에서 59세 성인의 경우에도 출혈 위험이 높지 않고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은 경우에 한해 개별적으로 결정하도록 권고했다. 이는 약물의 이점과 위험을 면밀히 따져 개인 맞춤형 치료를 해야 한다는 현대 의료의 경향을 반영한다.
살리실산 기반 신약 개발과 미래 전망
아스피린의 성공 이후에도 살리실산 유도체에 대한 연구는 지속되고 있다. 살리실산은 항염 효과 외에도 일부 암 예방 효과나 알츠하이머병과의 연관성 등 다양한 잠재적 효능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예를 들어, 살리실산의 국소 적용 형태는 피부과에서 여드름 치료나 각질 제거제로 널리 사용된다. 이는 살리실산이 지닌 케라톨리틱(각질 용해) 특성 덕분이다. 이처럼 고대부터 사용된 천연 물질이 현대 화학을 통해 정제되고 변형되어 인류 건강에 기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살리실산 기반의 새로운 치료제 개발 가능성은 높게 평가된다. 특히 살리실산의 염증 억제 경로를 이용한 새로운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s) 개발 연구는 만성 염증 질환 치료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스피린은 버드나무 껍질에서 시작된 살리실산의 발견과 화학적 개선을 통해 인류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 대표적인 사례다. 고대 경험 의학의 지혜가 현대 과학과 결합하여 만들어낸 이 약물은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의 건강을 지키고 있다. 다만, 아스피린의 심혈관 예방 효과가 뛰어나더라도, 최근 연구 결과에 따라 복용 여부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신영태 제주 자연주의의원 원장은 “아스피린은 심혈관 질환 예방에 혁명적인 약물이었지만, 모든 약이 그렇듯 부작용 위험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히 고령층이나 출혈 위험이 있는 환자가 1차 예방 목적으로 임의 복용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당신이 좋아할만한 기사
바코드의 숨겨진 비밀: 흰색 여백의 폭과 간격이 가격을 결정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