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하면 치질 발생? 복강내압의 증가, 정맥울혈, 만성염증 등의 요인이 치질의 발생에 기여
비만이 다양한 건강 문제와 연관되어 좋지 않은 작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 비만은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의 주범이기도 하다. 그런데, 비만하면 치질 발생 등 항문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비만은 왜 항문 건강에 좋지 않은 것일까? 바로 체중이 늘어나면서 항문 근육의 압력이 높아지기 때문인데, 비만일수록 앉은 자세에서 항문에 더 많은 체중이 실리고 그만큼 항문 점막이 짖물려 찢어지거나 곪기 쉬워 지는 것이다.
더욱이 과도한 지방세포의 축적은 신체 전반에 염증 반응을 촉진하는 요소로 작용하는데, 항문 주변 조직에도 염증을 유발할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주의할 것은 복부비만, 하체비만인 사람들이다. 팔뚝, 얼굴 등 다른 부분 비만에 비해 복압으로 인한 부하가 더 걸리기 때문에 항문 주변 지방에서도 염증 및 압력 증가로 인한 치질 발생 위험이 더욱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는 마른 체형임에도 복부비반이 있는 사람이더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
한편 비만은 치질이나 치핵 발생 위험을 높이는 인자로서의 역할도 수행한다. 치질은 항문 주변의 조직이 부어 오르거나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고, 치핵은 항문의 정맥이 부풀어 오르며 점막, 피부 등이 혹처럼 늘어지고 배변할 때마다 체외로 밀려나는 질환을 의미한다. 항문질환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게 치핵인데, 사람들은 이를 곧잘 치질로 부르고 있다.
사실 비만과 치질의 연관성에 대해 병태생리학적 기전은 명확하게 밝혀져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비만인 사람들에게서 복강내압의 증가, 정맥울혈, 만성염증 등의 요인이 치질의 발생에 기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실제 2014년 국민건강영향조사 ‘한국 성인의 치질 관련 요인’에 따르면 남성, 여성 모두 BMI(체질량지수) 25이상에서 치질 환자가 더 많이 나왔고, 이에 “비만은 치질과 관련이 있다”고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김종민 민병원 비만대사질환센터 대표원장은 “과체중인 상태에서 관련 의심 증상이 느껴진다면 반드시 전문의 진단을 받으며 정상 체중 범위로 회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꾸준한 운동을 통해 정상체중, 체지방량, 골격근량을 유지 하면 이러한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성종제 민병원 항문센터 진료원장은 “배변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배변시 장시간 앉아 있으면 항문 압력이 높아져서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치질이 오기 쉬워, 배변 시간은 3분 이내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적당량의 물을 섭취하고, 음식물을 골고루 섭취하며, 치질을 예방하기 위한 괄약근 운동 등을 꾸준히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