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타민의 역습, 무분별한 비타민 섭취가 부른 역효과…과유불급의 경고
수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지키기 위해 매일 비타민제를 복용한다. 특히 피로 해소, 면역력 향상, 노화 예방 등의 이유로 비타민 C, D, B군, 멀티비타민 등을 챙겨 먹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무턱대고 복용하는 고용량 비타민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해마다 성장세다. 식약처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체 건강기능식품 구매자의 68%가 비타민·무기질 제품을 복용 중이며, 이 중 상당수가 중복 복용 또는 고용량 섭취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용성 비타민, 몸속에 쌓여 독으로 변한다
비타민 A, D, E, K는 지용성 비타민으로, 물에 녹지 않고 지방에 녹아 체내에 축적된다. 문제는 이들 비타민이 필요 이상으로 쌓이면 장기 손상, 중독 증상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비타민 A를 과도하게 복용하면 두통, 피로, 간 기능 저하, 피부 건조, 관절통이 생길 수 있다. 임신 중 과다 섭취 시 기형아 출산 위험까지 증가한다. 비타민 D 역시 과잉 섭취하면 고칼슘혈증을 유발하며, 신장결석과 탈수의 원인이 된다.
전문가들은 “지용성 비타민은 배출되지 않고 체내에 축적되기 때문에 복용량을 반드시 조절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수용성 비타민도 안심 금물…C, B군 과다복용 시 부작용
물에 녹아 배출된다고 해서 수용성 비타민이라고 안심할 수는 없다. 대표적으로 비타민 C는 하루 권장량이 100mg인데, 일부 시판 제품은 하루 2000mg에 이르기도 한다.
고용량 복용 시 복통, 설사, 속쓰림, 심하면 신장결석 위험까지 있다. 특히 신장이 약한 사람은 주의가 필요하다. 비타민 B6는 장기간 과잉 섭취할 경우 신경 손상과 감각 이상을 일으킬 수 있다.
건강을 챙기기 위해 복용한 영양제가 오히려 건강을 망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정확한 정보에 기반한 선택이 중요하다.

항산화제? 암 예방?…신화가 무너진 이유
과거에는 비타민 C, E 등이 항산화 효과로 인해 암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대규모 연구 결과, 비타민 E를 복용한 그룹에서 오히려 전립선암 발생률이 17% 증가한 사례도 있다.
2007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연구에서는 베타카로틴을 복용한 흡연자 그룹에서 폐암 발생률이 18% 증가했다. 이후 ‘비타민=항암제’라는 공식은 무너졌고, 오히려 무분별한 복용이 해로울 수 있음이 입증됐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역시 “균형 잡힌 식사만으로 대부분의 비타민은 충분히 섭취 가능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누가 복용해야 하나…필요한 사람만, 필요할 때
모든 사람에게 비타민이 필요한 건 아니다. 일반적인 식단을 유지하고 있는 건강한 성인은 추가 보충이 필요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전문의 상담 후 보충제를 활용할 수 있다.
- 임산부: 엽산과 철분 필요
- 노인층: 비타민 D 흡수 감소로 보충 필요
- 위장 질환자: 영양소 흡수율 저하
- 채식주의자: 비타민 B12 결핍 위험
비타민 복용 여부는 전문가의 진단과 혈액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건강기능식품을 ‘보험’처럼 복용하기보다는, 진짜 필요한 사람만 정확한 용량으로 복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균형 잡힌 식사가 해답…영양제보다 식탁이 우선
비타민은 음식 속에 풍부하게 들어 있다. 예를 들어 비타민 C는 고추, 브로콜리, 귤 등에, 비타민 D는 계란 노른자, 버섯, 연어 등에 포함돼 있다.
비타민 E는 해바라기씨, 아몬드, 시금치 등에서 얻을 수 있다. 특히 한국인의 식단은 채소와 과일 섭취가 많아 영양 불균형이 심각하지 않다면 굳이 영양제를 챙길 이유가 없다.
하루 세 끼 균형 잡힌 식사가, 그 어떤 영양제보다 효과적인 예방 약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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