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도 암에 걸린다. 수십 년간 이어진 상어 암 속설과 연골 보조제, 과학적 진실은 무엇인가
한 생명체가 인류가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 즉 암으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롭다는 신화가 있다. 수십 년 동안 상어는 바로 이 ‘불멸의 존재’라는 신화의 중심에 있었다. 이 강력한 포식자가 암에 걸리지 않는다는 속설은 단순한 생물학적 호기심을 넘어, 절망에 빠진 암 환자들에게 한 줄기 희망으로 작용했다.
1990년대를 기점으로 이 신화는 상업화의 길을 걸었고, 상어의 연골을 갈아 만든 보조제는 ‘기적의 치료제’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전 세계 시장을 휩쓸었다. 수많은 사람이 이 보조제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지만, 그 믿음의 근간은 과학적 진실이 아닌 희망과 마케팅에 의존하고 있었다.

‘상어는 암에 걸리지 않는다’는 신화의 탄생
상어가 암에 걸리지 않는다는 속설은 1970년대 일부 연구에서 상어 연골이 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물질을 포함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연골은 혈관이 없는 조직이며, 암세포가 성장하려면 새로운 혈관을 만들어 영양을 공급받아야 한다는 원리에 착안한 주장이었다. 특히 1992년 출간된 윌리엄 레인(William Lane) 박사의 저서 <상어는 암에 걸리지 않는다(Sharks Don’t Get Cancer)>는 이 신화를 대중적으로 확산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책은 상어 연골이 종양에 영양을 공급하는 새로운 혈관 생성을 막아 암을 치료하거나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희박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대중의 암 치료에 대한 절박함과 맞물려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상어 연골 보조제는 건강식품 시장에서 수억 달러 규모의 산업으로 급성장했다. 절박한 환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 보조제에 의존했다.
명백한 과학적 진실: 상어도 종양에 취약하다
그러나 이 속설은 과학계의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명백한 거짓임이 드러났다. 수의학 및 해양 생물학 연구자들은 상어가 암에 걸린다는 수많은 증거를 제시했다. 이미 1900년대 초반부터 상어에게서 종양이 발견됐다는 기록이 존재하며, 특히 2000년대 이후에는 다양한 종의 상어와 가오리에서 악성 종양 사례가 꾸준히 보고됐다. 이는 상어의 면역 체계가 암에 완전히 면역된 것이 아님을 명확히 보여준다. 예를 들어, 백상아리, 청상아리, 흉상어 등 주요 상어 종의 내부 장기나 피부에서 종양이 확인됐다.
이 연구 결과는 상어 연골이 암 치료에 특별한 효능이 있다는 주장을 근본적으로 무너뜨렸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와 식품의약국(FDA) 역시 상어 연골 보조제가 암 치료에 효과가 없음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특히, 상어 연골을 경구 복용할 경우 연골의 단백질 성분이 소화 과정에서 분해돼 유효 성분이 체내에 흡수되기도 어렵다는 점이 과학적으로 지적됐다. 즉, 상어 연골을 먹는 행위는 암 치료와는 무관한 것으로 판명됐다.

상어 연골 보조제 유행이 남긴 공중 보건 및 윤리적 과제
상어 암 속설의 상업화는 두 가지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 첫째, 공중 보건 문제다. 암 환자들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보조제에 의존하면서 정식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하는 피해가 속출했다. 이는 대체의학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풀이된다. 환자들은 검증된 치료 대신 상어 연골에 희망을 걸었고, 결과적으로 건강과 재정 모두에 손해를 봤다.
둘째, 해양 생태계에 미친 영향이다. 상어 연골 수요의 급증은 상어 남획을 부추겼고, 이미 멸종 위기에 처한 상어 개체군에 심각한 위협을 가했다. 단순히 보조제를 만들기 위해 상어를 포획하고 지느러미와 연골을 채취하는 비윤리적인 행위가 만연했다. 이로 인해 상어 보호 단체들은 이 산업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상어 개체수의 급격한 감소는 해양 생태계의 균형을 깨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과학적 무지에 기반한 상업적 신화 종식의 필요성
상어 암 속설은 과학적 무지를 상업적 이익으로 연결한 대표적인 사례로 남았다. 비록 상어 연골 보조제의 인기는 예전 같지 않지만, 여전히 일부 시장에서는 유사한 제품들이 유통되고 있으며, 검증되지 않은 건강 정보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이는 대중이 건강 정보에 접근할 때 비판적인 시각과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판단해야 함을 강하게 시사한다.
과학계는 상어의 종양 사례를 지속적으로 연구하며, 상어의 면역 시스템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통해 인간의 질병 연구에 기여할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상어는 암에 걸리지 않는 ‘불멸의 존재’가 아니라, 생태계의 중요한 일원으로서 보호받아야 할 취약한 생명체라는 점이다.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이나 속설에 기댄 상업적 행위 대신, 과학적 진실과 윤리적 책임감을 바탕으로 건강을 추구하는 태도가 요구된다. 이러한 태도만이 제2, 제3의 상어 연골 보조제 사태를 막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