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적인 공간에서 무의식적인 사회적 장벽에 둘러싸인 한 사람의 모습을 담은 이미지.
우리는 왜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되는가: 당신이 몰랐던 일상의 그림자
한국 사회는 다문화적 포용과 성 평등, 장애인 인권 신장, 성소수자 권리 존중 등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향한 인식이 점차 깊어지고, 이를 위한 제도적 노력 또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과거보다 훨씬 진보적인 공동체로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러한 가시적인 진보 뒤편에는 여전히 ‘선량한 차별’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그러나 견고한 장벽이 뿌리 깊게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 차별은 단순히 악의적인 의도나 명확한 혐오 표현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절대로 차별하지 않는다’는 굳건한 믿음, 그리고 선의라는 이름으로 무의식 중에 특정 집단을 배제하고 상처 주는 형태로 나타나 더욱 발견하기 어렵고, 그 피해 또한 가늠하기 힘듭니다.
김지혜 작가의 저서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이러한 우리 사회의 복잡한 민낯을 날카롭게 해부하며, 독자들에게 자기 성찰을 넘어선 깊이 있는 사회 구조적 질문을 던지는 필독서로 손꼽힙니다. 이 책은 개인이 스스로를 ‘차별주의자가 아니다’라고 여길지라도, 자신도 모르게 ‘선의’라는 미명 아래 차별을 재생산하고 있음을 냉철하게 고발합니다.
여성에 대한 뿌리 깊은 성차별적 고정관념, 성소수자를 향한 무지와 배척, 장애인을 향한 과도한 동정이나 역차별적 시선, 외국인 이주민에 대한 편견과 배제 등 다양한 소수자 집단을 향한 사회적 편견과 무지가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일상과 제도 속에서 작동하는지 다각도로 분석하며, 차별의 구조적 본질을 명확하게 드러냈습니다. 이는 차별이 단순히 개인의 도덕성 문제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 시스템 전반에 걸쳐 교묘하게 스며들어 있음을 뼈아프게 깨닫게 해줍니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차별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는 이러한 현실을 다시 한번 강력하게 뒷받침합니다. 조사에 따르면, 많은 국민이 여전히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무의식적 차별의 심각성에 대한 인지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람들은 명백한 차별에는 반대하지만, 일상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행하는 미묘한 차별 행위는 인식하지 못하고 있거나, 심지어 그것이 선의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의미입니다. 과연 당신은 이 조사 결과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그리고 당신의 주변에서 ‘선의’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차별은 없는지 돌아볼 수 있을까요?

일상 속 ‘선의’가 만들어내는 역설
우리는 흔히 ‘나는 차별주의자가 아니다’라고 단언하며, 스스로를 도덕적으로 올바른 사람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러나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이러한 확신이 오히려 차별을 더욱 은밀하고 교묘하게 만든다고 지적합니다.
“여성인데도 운전을 참 잘하시네요,” “장애를 가졌는데도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다니 대단하다,” “외국인인데 한국말 정말 잘한다”와 같은 호의적인 태도나 칭찬은 때로는 듣는 이에게는 자신의 정체성을 폄하하는 무심코 던진 농담, 혹은 ‘도움’을 주려는 의도로 과잉 친절이나 불필요한 배려가 오히려 상대방의 자율성과 능력을 의심하는 방식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러한 ‘선의’는 역설적으로 특정 집단을 사회의 주류에서 밀어내고, 그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하며, 그들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의도하지 않은 배제와 경계 짓기로 이어져 상대방에게 깊은 상처와 소외감을 남기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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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가 말하는 대한민국의 편견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에 대한 국민인식조사’는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편견의 민낯을 드러내는 충격적인 통계를 보여줬습니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상당수가 성별, 연령, 학력, 장애 여부, 국적, 성적 지향 등 특정 소수자 집단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으며, 특히 ‘무의식적인 차별’에 대한 인식 수준은 매우 낮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는 개개인의 도덕성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차별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음을 시사하며, 단순한 의식 개선이나 개인의 자정 노력 만을 요구하는 것을 넘어선 구조적 접근의 필요성을 강력히 역설합니다. 즉, 차별은 더 이상 ‘나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상과 사회 시스템에 녹아있는 보편적인 문제라는 점이 분명히 드러난 셈입니다.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무는 방법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단순히 차별의 존재를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에게 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실질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타인의 ‘다름’을 단순히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넘어,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경험을 공감하며, 나아가 이들을 배려하고 포용하는 언어와 행동 양식을 체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는 개인의 자각에서 출발하여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궁극적으로는 더 넓은 사회 전체의 변화를 이끌어내며, 진정으로 포용적인 사회를 구축하는 데 필수적인 첫걸음이 됩니다. 불편하더라도 자신의 편견을 직면하고, 끊임없이 학습하며, 변화를 위한 용기를 내는 것이 바로 그 시작입니다.
개인의 성찰 넘어 사회 시스템 변화로
이 책은 개인의 윤리적 성찰과 실천을 강조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사회 시스템의 변화가 동반되어야만 진정한 차별 없는 세상이 가능하다고 강조합니다. 교육, 법 제도, 기업 문화, 미디어 등 사회 각 영역에서 차별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이 동반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다양성과 포용성이 실현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단순히 ‘차별하지 말라’는 당위적 구호를 넘어, 실질적인 차별 금지 조치와 더불어 소수자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책, 그리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포용적인 환경 조성이 선행되어야 함을 역설합니다. 이는 우리 모두가 ‘더 나은 공동체’를 위해 개인의 역할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서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참여하며, 행동해야 할 시대적 과제임을 분명히 합니다.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우리 각자가 지닌 무의식적 편견을 직면하고 성찰할 기회를 제공하는 귀중한 안내서입니다. 이 책을 통해 당신 안의 ‘선량한 차별주의자’를 만나고, 그 그림자를 인식하며,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변화의 첫걸음을 내딛기를 바랍니다. 차별 없는 사회는 저절로 오지 않으며, 우리 모두의 끊임없는 자각과 용기 있는 실천, 그리고 연대와 노력이 있을 때 비로소 현실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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