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외과 의사는 왜 항상 부족할까? 과중한 부담과 법적 위험, 그리고 국가 책임 방기
밤 11시,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다중 추돌 사고 환자가 실려 온다. 환자는 다발성 장기 손상으로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1시간 안에 사망할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수도권의 대형 병원은 이미 포화 상태라며 수용을 거부하고, 환자는 3시간 동안 세 곳의 병원을 전전하다 결국 골든타임을 놓친 채 사망한다.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로 불리는 이 비극은 단순한 병상 부족 문제가 아니다. 이는 대한민국 필수의료, 그중에서도 생명을 다루는 최전선인 외상외과 시스템의 구조적 붕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단면이다.
외상외과 의사 부족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부가 수천억 원을 투입해 권역외상센터를 지정하고 지원을 강화했음에도, 2026년 현재 외상외과 전문의들은 여전히 만성적인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사명감’이라는 숭고한 가치만으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비인간적인 환경에 내몰려 있다는 점이다. 연봉 3억 원을 제시해도 지원자가 없다는 현실은, 돈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외상외과를 기피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24시간 대기, 365일 전쟁터: 외상외과의 비인간적인 노동 환경
외상외과는 예측 불가능한 응급 상황에 24시간, 365일 대비해야 하는 특성을 가진다. 일반적인 외과 의사들이 정규 수술 스케줄을 소화하는 것과 달리, 외상외과 의사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중증 외상 환자를 위해 대기해야 한다. 이는 곧 개인의 삶이 없음을 의미한다. 한 권역외상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외상외과 전문의들은 주당 평균 80시간 이상의 근무를 소화하며, 이는 법정 근로시간을 훨씬 초과하는 수준이다.
이러한 과도한 노동은 단순한 피로를 넘어 의료의 질 저하와 직결된다. 수면 부족 상태에서 고난도의 수술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은 환자에게도, 의사 본인에게도 치명적인 위험이다. 젊은 의사들이 피부과나 성형외과 등 이른바 ‘삶의 질(QOL)’이 보장되는 비필수 분야로 대거 이탈하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들이 외상외과를 외면하는 것은 사명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국가가 보장해야 할 최소한의 인간다운 노동 환경조차 제공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구시대적인 의료 시스템의 명백한 실패다.
생명을 살리고도 범죄자가 되는 역설: 의료 소송의 위협
외상외과 의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과로가 아니라 ‘법정 리스크’다. 중증 외상 환자는 이미 치명적인 상태로 병원에 도착한다. 최선을 다해 수술을 진행해도, 환자가 사망하거나 심각한 후유증을 겪을 확률이 매우 높다. 이때, 보호자들은 의료진의 과실을 의심하며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특히 한국에서는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 처벌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외상외과 기피 현상을 가속화하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필수의료 분야 의사들이 생명을 살리는 과정에서 발생한 불가피한 결과에 대해 민사적 배상뿐만 아니라 형사적 책임까지 져야 하는 구조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다. 의사들은 “우리는 생명을 구하는 일을 하는 것이지, 형사 피고인이 되기 위해 메스를 잡는 것이 아니다”라고 절규한다. 고위험 수술을 회피하는 ‘방어진료’가 만연하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결국 중증 외상 환자의 생존율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가가 법적 방패막이를 제공하지 않는 한, 누구도 이 위험한 직업을 선택하려 하지 않는다.

시장 논리의 실패: 수가 구조와 필수의료의 괴리
정부는 외상외과 인력난 해소를 위해 수가 가산 정책을 도입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다. 근본적인 문제는 외상외과 수술의 난이도와 투입되는 자원에 비해 건강보험 수가가 턱없이 낮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중증 외상 수술의 수가가 간단한 미용 시술의 수익을 따라가지 못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이는 의료를 시장 경제 논리에만 맡겨두었을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시장의 실패’ 사례다.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는 경제적 효율성만으로 평가될 수 없다. 외상외과 의사 한 명을 양성하는 데 드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그들이 제공하는 공공재적 가치를 고려할 때, 현재의 보상 체계는 이들의 노고를 모욕하는 수준이다. 정부가 제시하는 ‘억대 연봉’은 24시간 대기와 소송 위험을 감수하는 대가로는 턱없이 부족하며, 이는 결국 젊은 의사들에게 외상외과를 ‘극한의 가성비가 낮은 직업’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외상외과 의사들은 단순히 환자를 치료하는 것을 넘어, 국가의 재난 대응 시스템의 핵심 축을 담당한다. 이들의 이탈은 곧 국가 안보의 위협과도 같다.
특단의 조치: 공공 책임제와 형사 면책권의 확보
외상외과 의사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봉책이 아닌, 시스템 전체를 뒤엎는 혁신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핵심은 ‘위험의 공공화’다. 첫째, 외상외과를 포함한 필수의료 분야에 대해 국가가 고용과 처우를 전적으로 책임지는 ‘필수의료 공공 책임제’를 도입해야 한다. 이들은 일반 병원의 경영 논리에서 벗어나, 공무원에 준하는 안정적인 신분과 충분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 이를 통해 예측 가능한 근무 환경을 조성하고, 개인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문화를 근절해야 한다.
둘째, 의료 소송 리스크로부터 의사를 보호하는 강력한 법적 장치가 필수적이다. 특히 중증 외상 분야에서는 의사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불가피한 결과에 대해 형사 책임을 면제하는 ‘형사 면책권’을 즉각적으로 부여해야 한다. 이는 의사들이 방어진료를 포기하고 오직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데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최소한의 안전망이다. 스위스나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국가 차원의 법적 보호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셋째, 외상외과 전문의의 인력 양성 단계부터 국가가 전액을 지원하고, 졸업 후 일정 기간 의무 복무를 지정하는 ‘트랙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단순히 수가를 올리는 것만으로는 인력난을 해소할 수 없다. 안정적인 미래와 법적 보호가 보장될 때, 비로소 젊은 의사들은 이 험난한 길에 기꺼이 발을 들여놓을 것이다.
외상외과 의사 부족 현상, 국가가 외면한 생명의 가치
외상외과 의사 부족 현상은 결국 대한민국 사회가 ‘생명의 가치’에 대해 얼마만큼의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를 묻는 냉정한 질문이다. 우리는 중증 외상 환자가 발생했을 때, 그들을 살려낼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너무나 자주 목격했다. 이는 개인의 불행을 넘어 국가 시스템의 실패이며, 모든 국민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정부는 더 이상 외상외과 의사들을 ‘사명감’이라는 족쇄로 묶어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이들이 짊어진 과도한 부담과 법적 위험을 국가가 온전히 인수해야 한다. 만약 지금처럼 외상외과 기피 현상이 지속된다면, 미래의 대한민국은 간단한 사고로도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생존율이 낮은 후진국형 의료 시스템을 갖게 될 것이다. 생명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무너지는 이 현실 앞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