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대 증원 및 업무개시명령, 의료시스템 위협하는 의대 증원과 의료법 제59조의 문제점 제기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 최근 국내 의료 시스템이 직면한 주요 현안들에 대한 심층 분석 결과를 잇따라 내놨다. 무리한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이 야기하는 문제점, 그리고 의료인의 정당한 단체 행동에 대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남발의 부당성 등 핵심 사안에 대한 연구 결과를 통해 현재의 의정 갈등 상황과 향후 의료 시스템의 방향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했다.
의정연은 무리한 의대 증원이 의학교육의 질 저하와 수련 환경 악화를 불러오며, 현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의료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번 발표는 현재 진행 중인 의정 갈등의 핵심 쟁점에 대한 의사협회 측의 입장을 학술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의료정책연구원, “의료법 59조는 위헌! 의사 단체행동 막는 불법 조항 폐지해야”
무리한 의대 증원이 의료시스템에 미칠 영향 분석
의료정책연구원은 전문가 심층 인터뷰를 바탕으로 ‘무리한 의대 증원이 의료시스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정책 현안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의과대학 교수들은 정부의 급진적인 의대 정원 증원 규모가 비현실적이라는 공통된 견해를 나타냈다. 교수진 충원 및 관련 시설 준비가 미흡하며, 교육 인프라 부족과 수련 환경 악화가 예상된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또한 의대 증원은 의대생과 전공의의 군 복무 문제에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몇 년간 의무장교나 공중보건의 대신 현역병을 택하는 의대생이 증가하는 추세였는데, 의대 정원 증원 반대 휴학 투쟁 기간 중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현역병으로 입대하는 의대생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군 휴학 중인 남학생은 전국 40개 의대에서 2,07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남자 의대생의 17% 수준이다.
의정연은 이러한 현상이 장기적으로 의무사관후보생과 공중보건의 수 감소로 이어져 군 의료의 질 저하 및 의료 취약 지역의 의료 접근성 감소를 유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2030년 이후 의무사관후보생 및 공중보건의에 대한 선제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료 인력 지역 불균형 문제도 심화됐다. 의대 증원 정책 발표 이후 1년 만에 수도권에서 의사 인력이 3,396명 감소한 반면, 비수도권에서는 2,049명이 감소했다. 일반의는 2,911명 증가했는데, 이 중 69.4%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일차의료 분야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의료 격차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의료 인력 양성 전 과정에 걸쳐 정교한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며, 국가적 과제로서 의사 양성 비용 분담 및 지원 논의가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의료인 업무개시명령, 독일 학술지에 게재되며 문제점 국제화
의료정책연구원은 한국 정부가 의사들의 정당한 단체행동에 반복적으로 적용한 업무개시명령과 근로 강제 조치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논문을 독일의 저명한 의료법 학술지 ‘Medizinrecht(MedR)’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의사에 대한 업무 개시 명령과 근로 강제: 전공의의 사직서 제출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이 논문은 독일 법학계의 검증을 통해 한국 의료법 제59조의 위헌성 및 문제점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 의미를 갖는다.
논문은 의료법상 업무개시명령의 입법 배경이 과거 정권 유지와 의사의 단체행동권 사전 차단에 있었다고 지적하며, 입법 목적 자체가 위헌적이고 기본권 제한 원칙인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의 보호 목적을 환자 개인의 생명과 건강권 보호에서 전체 사회의 공공 복리로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의료법 제59조 제1항과 제2항에 근거한 전공의에 대한 진료 유지 명령, 수련 병원에 대한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그리고 이에 따른 행정 제재와 형벌은 죄형법정주의 및 사적 자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논문은 분석했다.
보건복지부의 명령은 법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불법 명령이며, 이는 직업의 자유 등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침해하고 행정 권한을 남용한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나아가 수련병원의 사직서 수리 금지는 근로기준법상 강제 근로 금지 및 취업 방해 금지에 위배되며, 이를 명령하거나 권고한 보건복지부는 형법상 교사죄의 죄책을 진다고 주장했다.
논문은 한국 의료법 제59조가 환자 개인 보호라는 본래 목적을 상실했으며 헌법적·법률적 정당성에 중대한 하자가 있음을 법리적으로 입증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한국 입법자가 이 조항의 존치 여부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의료인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대안 입법을 마련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행정권 남용의 근거가 되는 제59조는 폐지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인 문석균 부원장(중앙대학교 이비인후과 교수)은 연구 결과의 전문성을 인정받았으며, 의료법 제59조 개선의 근거 자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의료정책연구원이 연달아 발표한 이번 연구 결과들은 현재 한국 의료 시스템이 직면한 복잡하고 심각한 문제들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무리한 의대 정원 증원 시 의료 교육 및 인프라의 질 저하, 의료 취약지 문제 심화, 그리고 전공의들의 군 복무 관련 예상치 못한 문제 발생 가능성이 제기됐다. 또한 정부의 반복적인 업무개시명령이 의료인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강제 근로에 해당할 수 있다는 법리적 분석이 국제 학술지에 게재되며 해당 조항의 위헌성 논란에 무게를 더했다.
이러한 연구들은 현재의 의정 갈등이 단순히 의사 수 부족 문제에 국한되지 않으며, 의료 시스템 전반의 근본적인 개혁과 의료인의 권익 보호, 환자 안전 확보 등 다양한 측면에서 심도 있는 논의와 제도 개선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의료계와 정부는 이번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미래 한국 의료의 발전 방향에 대한 건설적이고 실질적인 대화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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