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개설 주체 제한, 1인 1개소 원칙 고수, 의료기관 이중개설 금지
‘누구나 의료기관 원장을 꿈꾸지만 아무나 할 수 없다’는 원칙은 한국 의료 시스템의 근간을 이룬다. 이는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인간의 생명과 신체를 다루는 의료 행위의 고도의 전문성과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법적 장치다. 만약 의료기관 개설이 일반 영리 사업처럼 무분별하게 허용된다면, 의료의 질 저하는 물론 환자의 적정 진료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될 수 있다. 우리 법 체계가 의료기관 개설 주체를 엄격히 제한하는 까닭은 바로 국민 보건위생이라는 공익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를 구축하기 위함이다.

의료인과 공공기관에 한정된 개설 자격
현행법상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주체는 크게 다섯 부류로 나뉜다. 핵심은 의료인 본인 또는 공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 공공 주체다. 첫째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등 면허를 가진 의료인이다. 이들은 자신의 면허 범위 내에서 병원이나 의원을 개설할 수 있다. 둘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공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개설한다. 셋째, 의료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의료법인, 넷째, 민법이나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이다. 마지막으로 지방의료원이나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과 같은 준정부기관도 개설 주체에 포함된다.
조미현 하이메디파트너스건강보험컨설팅 수석이사는 “의료기관 개설 주체를 제한하는 행위는 영리 목적으로 인한 과잉 진료와 의료 서비스 질 하락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의료업의 근간은 의료인이 직접 의료행위를 시행하는 데 있으며, 이는 보건위생상 위해를 방지하는 근간이 된다”고 강조했다.
비영리법인 개설, ‘목적사업’ 명시와 지번 특정 요구
비영리법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할 경우에도 법적 잣대는 매우 엄격하다. 단순히 비영리법인이라는 지위만으로는 개설이 불가능하며, 해당 법인의 정관에 의료기관 개설 및 운영이 명확히 ‘목적사업’으로 명시돼야 한다. 법제처는 정관에 수익사업으로만 기재된 경우 개설이 불가하다는 확고한 입장을 유지한다. 개설 소재지 역시 지번까지 상세히 정관에 반영돼야 하며, 주무관청은 정관 변경 허가 전 반드시 해당 지역 지자체장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
특히 학교법인은 의과대학이나 간호대학 등 의료인 양성 관련 학과가 있는 경우로 한정하여 개설이 허용되며, 단순 수익사업 형태의 운영은 부적절한 것으로 간주된다. 반면, 사회복지법인은 의료사업이 사회복지사업의 종류에 해당하지 않아 원칙적으로 의료기관 개설이 금지된다. 소비자생활협동조합(생협) 역시 비의료인이 조합의 보건 사업으로 가장하여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경우에는 의료법 위반으로 강력히 처벌받는다.

의료 질서 파괴하는 ‘사무장병원’, 반사회적 행위로 단죄
법적 자격이 없는 비의료인이 의료인의 면허를 빌리거나 법인 명의를 대여받아 형식적으로 개설한 이른바 ‘사무장병원’은 의료 질서를 뒤흔드는 주범으로 지목된다. 이들은 오로지 영리 추구에만 몰두하여 과잉 진료를 일삼고, 불법적으로 요양급여비용을 수급하여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심화시킨다. 대법원은 이러한 무자격자의 개설 행위를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는 ‘반사회적 행위’로 규정하고, 해당 개설 계약을 원천 무효로 본다. 이에 따라 처벌 수위도 대폭 강화됐다.
이에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비의료인과 이에 공모한 의료인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행정처분 역시 강력하여, 사무장에게 고용된 의사는 면허 자격정지 3개월 처분을 받으며, 해당 기관은 개설 허가 취소 또는 폐쇄 명령 조치를 받는다. 건강보험공단은 위법 운영 기간 지급된 요양급여비용 전체를 환수하며, 비의료인과 의료인은 이를 연대하여 납부할 책임을 지게 된다.
이재권 유니온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사무장병원은 무자격자가 영리 목적으로 의료기관을 운영하며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심화시키는 중대 범죄”며, “최근 비영리법인을 가장하거나 병원경영지원회사(MSO)를 활용하는 등 지능화된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개설 단계부터 실질적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인 1개소 원칙 고수, 책임 있는 의료행위 보장
의료법은 의료인이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도록 하는 ‘1인 1개소 원칙’을 엄중하게 고수한다. 이 원칙은 의료인이 자신의 면허를 바탕으로 책임 있는 진료를 수행할 수 있는 장소적 범위를 제한함으로써 의료의 적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규정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다만, 복수 면허(의사·한의사 등) 소지자가 의원급 의료기관을 개설할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하나의 장소에 한해 면허 종별에 따른 의료기관을 함께 개설할 수 있다. 또한 의료기관 개설자가 의료법인의 이사를 겸임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가능하지만, 이를 통해 실질적으로 복수의 의료기관을 운영하거나 법인 명의를 빌린 것으로 인정될 경우 이중개설 금지 원칙 위반으로 간주되어 처벌받는다.
지능화되는 불법 개설, 실질적 심사 강화가 관건
최근 사무장병원은 비영리법인 설립을 가장하거나 병원경영지원회사(MSO)를 활용하는 등 더욱 지능화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불법 개설 의심 기관에 대한 행정 조사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개설 단계에서의 실질적 심사를 강화하는 것이 국민의 건강권과 건강보험 재정을 보호하는 핵심 방침”이라고 밝혔다.
의료기관 개설 주체 제한은 단순한 행정 절차를 넘어, 국민 생명권을 보호하고 의료의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한 국가적 전략이다. 지능화되는 불법 행위에 맞서 법적 단죄와 제도적 심사 강화가 지속될 때, 비로소 ‘누구나 원장을 꿈꾸지만 아무나 할 수 없다’는 원칙이 확고히 지켜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