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기원, 태양신 숭배일이 예수 탄생일이 된 배경
매년 12월 25일, 전 세계는 휘황찬란한 불빛과 캐럴, 그리고 산타클로스의 이미지로 가득 찬다. 우리는 이 날을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성탄절, 즉 크리스마스(Christmas)로 부른다. 하지만 이 축제의 화려함 뒤에는 수천 년 동안 이어진 고대 이교도 문화와 기독교 신앙의 복잡하고 흥미로운 12월 25일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오늘날 우리가 즐기는 크리스마스의 모습은 순수한 종교적 기념일이라기보다는, 고대 로마의 겨울 축제 전통이 기독교에 흡수되고 재해석되는 과정을 거치며 완성된 문화적 산물이다.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기원을 추적하는 것은, 서양 문명의 역사적 융합과 종교가 대중의 삶에 스며드는 방식을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

고대 로마의 겨울 축제와 12월 25일의 비밀
초기 기독교 문헌 어디에서도 예수의 정확한 생일은 명시되지 않았다. 초기 기독교인들은 부활절을 가장 중요한 축일로 여겼으며, 탄생일 기념은 이교도의 풍습으로 간주해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12월 25일이 성탄절로 공식화된 것은 4세기경, 로마 제국에서 기독교가 공인된 이후의 일이다. 이 날짜가 선택된 배경에는 당시 로마인들이 성대하게 지키던 두 개의 중요한 겨울 축제가 있었다.
첫 번째는 ‘사투르날리아(Saturnalia)’다. 이는 농경신 사투르누스를 기리는 축제로, 보통 12월 17일부터 일주일간 지속됐다. 이 기간 동안 로마 사회는 계급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노예와 주인이 역할을 바꾸어 연회를 즐겼으며, 선물을 교환하는 풍습이 있었다. 현대 크리스마스의 선물 교환 전통과 휴일의 분위기는 사투르날리아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두 번째이자 더욱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정복되지 않는 태양신 탄생일(Dies Natalis Solis Invicti)’이다. 이는 12월 25일에 열렸는데, 동지(冬至) 직후 해가 다시 길어지기 시작하는 시점을 기념하는 축제였다. 로마 황제 아우렐리아누스는 274년에 이 축제를 공식화했다. 이교도들에게 태양신은 빛과 생명의 상징이었으며, 12월 25일은 어둠이 물러가고 빛이 승리하는 날로 여겨졌다.
기독교, 이교 축일을 흡수하며 12월 25일을 선택하다
기독교가 로마 제국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교회는 이교도들의 강력한 문화적 관습을 무시하기 어려웠다. 특히 12월 25일은 이미 대중에게 깊이 뿌리내린 축일이었다. 교회 지도자들은 이교도의 축일을 완전히 금지하는 대신, 그 의미를 기독교적으로 재해석하여 흡수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교도들이 태양신을 숭배하던 날에,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세상의 빛’이자 ‘의로운 태양(Sol Iustitiae)’으로 선포했다.
역사학자들은 율리우스 아프리카누스(Sextus Julius Africanus)가 221년에 12월 25일을 예수의 탄생일로 처음 언급했으며, 로마 교회가 336년경에 이 날짜를 공식적으로 채택한 것으로 본다. 이는 기독교가 로마 제국의 지배적인 종교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강력한 문화적 기반을 활용하여 대중의 수용도를 높이려는 현명한 조치였다고 평가된다. 이로써 12월 25일은 태양신 탄생일에서 성탄절로 그 정체성이 완전히 전환됐다.

성 니콜라스와 산타클로스 신화의 탄생
크리스마스의 또 다른 핵심 요소인 산타클로스 역시 복잡한 문화적 융합의 결과물이다. 산타클로스의 원형은 4세기경 소아시아(현 튀르키예) 미라의 주교였던 성 니콜라스(Saint Nicholas)다. 그는 가난한 이들에게 몰래 선행을 베푼 자비로운 인물로 알려졌으며, 그의 축일은 12월 6일이었다. 이 전통이 중세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가면서, 특히 네덜란드에서는 ‘신터클라스(Sinterklaas)’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존재로 자리 잡았다.
17세기 네덜란드 이주민들이 이 전통을 신대륙인 미국으로 가져갔고, 여기서 신터클라스는 미국식 발음과 문화적 재해석을 거쳐 ‘산타클로스(Santa Claus)’로 발전했다. 특히 19세기 미국의 시인 클레멘트 클라크 무어(Clement Clarke Moore)의 시와 토마스 나스트(Thomas Nast)의 삽화가 산타의 현대적인 이미지—붉은 옷, 썰매, 순록—를 확립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처럼 산타클로스는 성인(聖人)의 자비심과 북유럽의 신화적 요소, 그리고 상업적 이미지가 결합되어 탄생한 상징이다.
크리스마스, 시대와 문화를 넘어선 의미
크리스마스는 단순한 종교적 기념일을 넘어, 인류가 겨울이라는 혹독한 계절을 이겨내고 다가오는 봄과 빛을 기다리는 보편적인 희망의 축제다. 고대 로마인들에게 12월 25일이 태양의 부활을 의미했듯, 기독교인들에게는 구원자의 탄생을 의미한다. 비록 그 기원이 이교도 축일의 흔적을 담고 있지만, 수많은 세월을 거치며 이 날은 가족과의 재회, 관용, 그리고 나눔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상징하는 날로 진화했다.
현대 사회에서 크리스마스는 종교적 색채가 옅어지고 상업화됐다는 비판도 받는다. 하지만 12월 25일의 비밀을 이해하는 것은, 이 축제가 단순한 소비의 날이 아니라, 고대부터 이어져 온 인류의 문화적 필요와 종교적 믿음이 절묘하게 교차하며 만들어낸 역사적 걸작임을 깨닫게 한다. 크리스마스는 문화와 종교가 상호작용하며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해 온 인류 역사의 살아있는 증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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