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기 설탕 섭취 제한, 성인기 건강에 긍정적 영향 미쳐
태아기와 유아기 설탕 섭취를 줄이면 성인이 되었을 때 당뇨병과 고혈압 발병 위험이 크게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도른사이프 문학·예술 및 과학대학 연구팀이 지난달 31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연구를 통해 태아기와 유아기 초기 설탕 섭취량이 장기적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 발표한 것.
제2차 세계대전의 설탕 배급제 활용
1942년부터 약 10년간 영국은 제2차 세계대전의 물자 부족 상황에서 설탕 배급량을 제한했다. 당시 국민 1인당 하루 설탕 소비량은 약 40g으로, 1953년 배급제가 해제된 이후에는 하루 80g으로 2배 증가했다.
연구팀은 이 시기가 태아와 유아기의 설탕 섭취 제한이 건강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을 분석하기에 적합한 조건을 제공했다고 설명하며, “전쟁 시기의 영양 불균형 외에도 설탕 제한은 아이들의 건강 데이터를 분석하는 자연 실험 조건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태아와 유아기 설탕 제한의 장기 효과
이에 연구팀은 영국 국민 건강 데이터베이스인 ‘바이오뱅크’를 이용해 이 설탕 배급 제한 시기(1942~1953)와 이후 시기(1953년 이후)에 태어난 약 6만 명의 건강 데이터를 조사했다. 그 결과 설탕 제한 정책을 경험한 세대는 그렇지 않은 세대에 비해 2형 당뇨병 발병률이 35%, 고혈압 발병률이 20% 낮았으며, 특히, 태아기에 설탕 제한을 겪은 경우, 당뇨병과 고혈압 발병률이 각각 3분의 1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탕 섭취 제한의 장기적 효과는 발병 시기에서도 드러났다. 설탕 제한을 경험한 세대는 그렇지 않은 세대에 비해 당뇨병 발병이 평균 4년, 고혈압 발병은 평균 2년 늦게 나타났다.
연구를 주도한 타데자 그라츠너 박사는 “태아와 유아기 설탕 섭취를 줄이는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은 성인이 되었을 때 대사질환의 위험이 크게 감소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연구자인 폴 거틀러 박사는 설탕을 담배와 유사한 정도로 건강에 유해한 요소로 묘사하며, “이 연구는 유아식 제조업체와 설탕 마케팅 규제 정책을 강화하는 데 근거 자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적절한 설탕 섭취를 위한 노력 필요
참고로 미국의 경우, 임산부와 수유기 여성은 권장량의 3배에 달하는 첨가당을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우리나라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영유아 1일 당류 섭취 권장량은 생후 5개월 미만은 13.8g, 1~2세는 25g이다. 그러나, 많은 아이들이 이 권장량을 초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임산부와 보호자에 대한 영양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단순한 설탕 섭취 감소의 잇점뿐 아니라, 태아기와 유아기의 올바르고 균형된 영양 섭취가 평생 건강을 좌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임산부와 영유아를 위한 건강한 식단 구성을 장려하는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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