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킨슨병 치료의 새 지평, 한-영 공동연구진, 퇴행성 뇌질환 파킨슨병 발병 메커니즘 새롭게 규명
KAIST와 영국 연구진이 파킨슨병 발병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RNA 편집효소 ‘에이다원'(ADAR1)을 발견했다. 이번 발견은 기존과 다른 차원의 파킨슨병 치료법 개발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퇴행성 뇌질환의 새로운 원인기전 – RNA 편집의 역할 확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 뇌인지과학과 최민이 교수 연구팀은 영국 UCL대 국립신경전문병원 연구소 및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와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RNA 편집 효소인 ‘에이다원’이 파킨슨병 병리 과정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27일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파킨슨병은 뇌 내부에서 알파 시누클린이라는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뭉치면서 염증 반응을 촉발, 신경세포가 점진적으로 손상되는 대표적인 퇴행성 신경 질환이다. 연구팀은 파킨슨병 환자에게서 채취한 세포로부터 유도만능줄기세포(hiPSC)를 제작한 후, 이를 통해 뇌 내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교세포(astrocyte)를 생성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교세포에 알파 시누클린 응집체를 처리한 다음, 세포 및 분자 수준에서 염증반응이 일어나는 과정을 정밀하게 추적했다. 분석 결과, 알파 시누클린 단량체(응집체의 초기 병리 형태)가 교세포 내 면역반응을 촉발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면역반응 조절에 RNA 편집 관여 – 에이다원의 결정적 작용 메커니즘
연구진은 이 과정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사실을 발견했다. RNA 편집이라는 현상이 면역반응 조절의 핵심 기전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RNA 편집은 RNA가 전사 과정을 마친 후 원래 유전체의 염기서열을 변경하는 현상을 말한다.
대표적인 RNA 편집 유형으로는 아데노신 염기를 이노신 염기로 변환하는 ‘A-to-I’ 편집이 있으며, 에이다원은 이러한 편집을 수행하는 핵심 효소다. 연구팀은 에이다원이 발현되면서 단백질의 기능과 구조 등 성질이 변화해 아이소폼으로 전환되는 현상을 관찰했다.
특히 에이다원이 수행하는 RNA 편집률이 파킨슨병 환자의 줄기세포에서 크게 증가했으며, 같은 현상이 파킨슨병 환자의 사후 뇌 조직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됐다는 점이 중요한 발견이다.

기존 치료법과 차별화된 접근 – RNA 편집 조절 통한 신경염증 치료전략 제시
이번 연구 성과는 RNA 편집의 비정상적 조절을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파킨슨병 치료 전략 개발에 중요한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민이 교수는 “지금까지의 파킨슨병 치료 접근법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면서 “RNA 편집 기술을 활용한 치료법은 신경염증 치료제 개발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파킨슨병의 발병 메커니즘을 분자 수준에서 보다 명확히 이해하는 데 기여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한 신약 개발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팀은 에이다원의 활성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파킨슨병의 진행을 늦추거나 멈추는 치료법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세계적 학술지에 게재 – 국내 신경과학 연구 위상 제고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권위의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지난 11일자에 게재됐다. 이는 국내 신경과학 연구 수준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연구팀은 앞으로 에이다원의 작용 기전을 더욱 상세히 규명하고, 이를 조절할 수 있는 약물 개발 연구로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에이다원을 타깃으로 한 치료법이 개발된다면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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