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그린란드 매입 시도, 美·EU 간 거래적 외교가 초래한 공급망 분절 위험성
북극해 얼음이 녹아 드러난 땅, 그린란드를 둘러싼 미국의 매입 시도가 대서양 동맹국인 미국과 유럽 간의 심각한 무역 갈등으로 비화하며 글로벌 긴장감이 고조됐다. 국제금융센터가 27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그린란드 편입 시도가 유럽 국가들의 강력한 반발과 군사적 맞대응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관세 부과 및 보복 관세 검토로 이어지며 안보와 통상이 직접적으로 연계되는 위험한 구조를 형성했다.
이는 미·중 전략 경쟁 심화와 핵심 광물 공급망 무기화라는 거대한 지정학적 변동 속에서 그린란드의 전략적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명확히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풀이된다. 트럼프식 ‘거래주의’ 외교정책이 전통적인 동맹 관계의 신뢰를 구조적으로 약화시키고, 국제 무역 질서에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정학적 충돌: 미국의 매입 의지와 유럽의 단호한 반대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말 루이지애나 주지사를 그린란드 특사로 임명하며 매입 구상을 실행 단계에 돌입시켰다. 이는 1867년 수어드 국무장관 및 1946년 트루먼 대통령의 매입 제안 이후 미국이 그린란드 편입 의지를 다시 한번 강력하게 표출한 사례다. 백악관은 국가 안보 최우선 과제로서 그린란드 매입 논의가 진행 중이며 군사적 대응 수단을 포함한 모든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은 러시아와 중국의 북극 지역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려는 전략적 목적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유럽은 단호하게 맞섰다. 덴마크 및 그린란드는 미국의 시도를 국제법을 무시하는 행위로 규탄했으며, 독일, 프랑스, 영국 등 8개 유럽 주요국은 공동 성명을 통해 그린란드에 대한 결정권은 덴마크와 그린란드에 있음을 명확히 했다. 심지어 유럽 8개국은 소규모 병력을 파병하거나 군사 훈련을 실시하며 미국의 군사적 압박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 활동에 나선 유럽 8개국에 대해 2026년 2월부터 10% 추가 수입 관세를 부과하고 6월부터는 25%로 상향 조정할 수 있다고 위협하며 경제적 압박을 가했다. 유럽 국가들은 이를 경제적 강압으로 규정하고 보복 관세 등 대응 방안을 모색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관세 부과를 철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린란드에 대한 영구적이고 전면적인 접근권(방공망 및 핵심 광물자원 확보)을 강조해 지정학적 긴장감은 지속됐다.
지정학적·경제적 측면에서 재조명된 그린란드 전략적 가치
그린란드는 미중 전략 경쟁 심화, 핵심 광물 공급망 무기화, 그리고 북극 항로의 상업화 진전이라는 세 가지 거대한 흐름 속에서 그 전략적 가치가 폭발적으로 재부각됐다.
군사적 측면에서 그린란드는 북대서양 안보 구도의 핵심 거점이다. 특히 그린란드-아이슬란드-영국 해협(GIUK Gap)은 러시아 북방 함대의 대서양 진입 동향을 감시하고 잠수함 활동을 탐지하는 핵심 감시선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기후 변화로 북극 항해 가능 시간이 늘어나면서 군사 및 선박 감시를 위한 상시 관측 거점으로서의 중요성이 커졌으며, 저궤도 위성 및 우주 감시 인프라 운용에 유리한 우주 영역 지원 거점 역할도 한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막대한 핵심 광물 자원 매장지가 존재한다. 유럽의회 조사에 따르면, 그린란드에는 34개 핵심 원자재 중 25종의 매장 가능성이 확인됐다. 그린란드 지질조사소(GEUS)는 희토류 약 3,610만 톤, 지르코늄 약 5,710만 톤 등이 매장됐다고 추정했다. 특히 크바네피엘드(Kvanefjeld) 광상은 일반 광상의 평균 함량을 상회하는 고품위 희토류 광상에 해당한다. 그린란드 광물 자원의 잠재적 경제적 가치는 최대 4.4조 달러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북극 항로 이용 시 해상 운송 시간이 30~40% 단축되고 항해 일수가 10~15일 이상 줄어드는 경제성을 갖춘 점 역시 전략적 가치를 높이는 요소다.

트럼프식 ‘거래주의’ 외교: 경제적 수단과 독립 이슈 활용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매입 협상력을 확대하기 위해 구사할 수 있는 전략은 동맹국 압박과 경제적 수단 활용으로 요약된다. 국제금융센터 보고서는 미국이 공식적으로 무력 사용은 배제했지만, 동맹국에 대한 군사적 지원 축소 등을 협상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이 여전하다고 분석했다. 과거 1기 행정부에서 방위비 분담 확대를 압박하기 위해 독일 주둔 미군 감축을 활용했듯이, 나토 훈련 자문기구 파견 병력 감축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더 유력한 전략은 그린란드의 지위를 유지하면서 군사 및 안보, 경제 통제권을 실질적으로 확보하는 방안이다. 이는 자유연합협정(COFA)과 같은 형식을 통해 국제적 반발을 최소화하고 막대한 재정 및 행정 비용 없이 군사, 미사일 감시, 자원 공급망 거점을 확보하는 실용적인 수단이 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또한, 미국이 그린란드 독립 논의를 부각시켜 외교적 지렛대로 활용함으로써 덴마크와 그린란드 간의 공조 체제에 균열을 일으키려 할 가능성도 있다.
유럽의 맞대응: 보복 관세 복원 및 ACI 발동 논의
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잠재적인 추가 위협을 염두에 두고 강한 대응책을 마련함으로써 그린란드 매입에 대한 일관된 반대 의사를 적극 표명할 전망이다. 대응 전략의 핵심은 무역 수단을 통한 경제적 보복이다.
첫째, 유럽연합(EU)은 무역 협정 비준 절차를 중단하고, 과거 무역 협상 과정에서 유예했던 대미국 관세를 원상 복구하거나 보복 관세를 재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U 상임 대표 위원회(COREPER)에서는 약 930억 유로 규모의 보복 관세 패키지 재도입을 논의 중이며, 이는 2026년 2월 7일부터 다시 적용될 수 있다. 주요 대상 품목은 항공기, 자동차, 기계 장비, 농산물 등 미국 수출의 약 27.5%를 차지하는 핵심 품목이다.
둘째, EU는 미국의 관세 부과를 경제적 강압으로 간주하고 통상위협 대응조치(ACI, Anti-Coercion Instrument) 발동을 논의하고 있다. ACI는 WTO 분쟁 조정에 의존하지 않고 EU 차원에서 독자적으로 관세 외에 수출입 제한, 투자 금지, 금융 제재 등을 통해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무역 규칙이다. 특히 ACI는 디지털 및 플랫폼 서비스 부문을 겨냥할 수 있어 미국 대형 기술 기업들을 직접 압박하는 효과적인 대응책으로 평가된다.
전통적 동맹 신뢰 균열과 공급망 분절 가속화
그린란드 사태는 트럼프식 ‘거래주의’ 외교가 전통적인 대서양 동맹 관계에 구조적 균열을 초래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안보 협력을 즉각적인 경제적 대가와 연계하고 관세 위협 및 군사적 압박을 병행하는 강압적 방식은 나토(NATO) 등 다자 안보 체제의 결속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동맹국들은 집단 방위 체제가 거래 조건에 따라 조정될 수 있음을 전제하게 됐으며, 이는 유럽 내 방위 산업 역량 강화 및 미국 의존도 축소 논의를 가속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더 큰 문제는 안보와 통상이 직접적으로 연계되면서 글로벌 경제 위험으로 전이될 가능성이다. 안보 갈등이 재정 부담 및 무역 비용 확대로 이어지고, 미국과 EU의 경쟁적인 통상 환경이 조성되면서 다자 무역 체제가 약화되고 글로벌 공급망의 블록화가 가속화될 우려가 크다. 이는 기업들의 투자 및 생산 전략에 막대한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장기적으로 글로벌 성장 둔화를 초래하는 비효율을 유발할 수 있다. 2026년 1월 관세 부과 발표 당시 미국 주가 하락 및 국채금리 상승 등 시장 변동성이 즉각적으로 나타났던 사례는 지정학적 긴장감 고조가 글로벌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여실히 드러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