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많이 도난당하는 음식은 치즈, 고가치 상품 치즈, 소매점 손실 1위 등극…
어느 평범한 오후, 대형 슈퍼마켓의 유제품 코너. 수십 가지의 다양한 치즈들이 진열대를 가득 채우고 있다. 고객들은 신중하게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고다, 체다 등을 고른다. 하지만 이 평화로운 풍경 뒤에는 소매업계가 수십 년간 해결하지 못한 기묘한 범죄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바로 ‘치즈 절도’다. 세계 소매 절도 통계에 따르면, 치즈는 놀랍게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도난당하는 식품 품목으로 꾸준히 꼽히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배고픔을 넘어선 복잡한 ‘치즈 절도범의 경제학’을 반영한다.
영국 소매 연구 센터(CRR)와 체크포인트 시스템즈(Checkpoint Systems)가 발표한 글로벌 리테일 손실 보고서는 이 사실을 수차례 확인했다. 겉보기에는 흔하고 저렴해 보이는 식료품이지만, 치즈는 소매업계에 연간 수조 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히는 주범으로 지목됐다.

높은 가치 밀도와 쉬운 운반성
치즈가 절도범들의 표적이 되는 첫 번째 이유는 ‘가치 밀도(Value Density)’가 높기 때문이다. 치즈는 와인이나 육류처럼 단위 무게당 가격이 높은 고가 식재료에 속한다. 특히 숙성된 고급 치즈일수록 가격은 더욱 상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즈는 크기가 작고 포장이 간편해 외투 속이나 가방에 숨기기 매우 용이하다. 이는 절도범 입장에서 최소한의 위험으로 최대한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완벽한 조합이다.
소매업계 전문가들은 치즈를 ‘액체 금(Liquid Gold)’에 비유하기도 한다. 소형 전자제품이나 의류처럼 도난 방지 태그를 부착하기 어렵거나, 부착하더라도 상품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제거하기 쉽다는 점도 절도율을 높이는 요인이다. 특히 대량으로 훔쳐서 재판매하는 조직적인 소매 범죄단(Organized Retail Crime, ORC)에게 치즈는 현금화가 쉬운 매력적인 품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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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형 범죄를 넘어선 조직적 절도
과거 식료품 절도는 주로 생계형 범죄로 치부됐다. 하지만 치즈 절도의 상당 부분은 이제 조직적인 범죄의 영역으로 넘어갔다. 이들은 훔친 치즈를 식당, 소규모 상점, 심지어 온라인 암시장 등을 통해 빠르게 처분한다. 특히 유통기한이 상대적으로 길고 수요가 꾸준한 가공 치즈나 숙성 치즈는 안정적인 ‘검은 시장’ 품목이 됐다. 조직들은 특정 슈퍼마켓 체인을 표적으로 삼아 대량으로 치즈를 훔쳐낸 후, 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현금으로 바꿔 수익을 올린다.
이러한 조직적 절도는 소매업체에 막대한 손실을 입힐 뿐만 아니라, 결국 소비자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소매업체들은 도난 방지 시스템 구축, 보안 요원 배치, CCTV 확대 등 보안 비용을 증가시키고, 이 비용은 고스란히 제품 가격에 반영된다. 결국 정직한 소비자들이 ‘치즈 도난세’를 내는 셈이다.

치즈를 지키기 위한 소매업계의 고군분투
치즈 도난이 심각해지자, 전 세계 소매업체들은 기발하고 때로는 과감한 방어 전략을 도입했다. 일부 매장에서는 고가의 치즈를 자물쇠가 채워진 투명 진열장에 보관하거나, 아예 계산대 근처에 배치해 직원들의 시야에 두도록 했다. 또한, 도난 방지 태그를 치즈 포장 내부 깊숙이 삽입하거나, 상품을 구매할 때만 해제되는 특수 보안 케이스에 담아 판매하는 방식도 등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은 고객 경험을 저해하고, 매장 운영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한편, 치즈의 종류와 숙성도에 따라 절도율이 달라진다는 분석도 나왔다. 예를 들어,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처럼 대형 덩어리로 판매되는 치즈는 한 번에 많은 가치를 훔칠 수 있어 절도범들에게 인기가 높다. 반면, 신선도가 중요하고 부피가 큰 리코타 같은 치즈는 상대적으로 덜 도난당하는 경향을 보인다.
소매 보안의 미래와 ‘치즈 절도범의 경제학’
치즈 절도 현상은 단순히 흥미로운 통계를 넘어, 현대 소매 환경에서 발생하는 범죄의 진화 양상을 보여준다. 절도범들은 이제 생필품뿐만 아니라,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고가치 식재료를 노린다. 이는 소매업체들이 전통적인 보안 방식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 기반의 감시 시스템, 데이터 분석을 통한 취약점 예측 등 첨단 기술을 도입하게 만드는 주요 동인이 됐다.
결론적으로, 치즈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도난당하는 음식이 됐다는 사실은, 절도범들이 상품의 가치 밀도와 재판매 용이성을 얼마나 철저하게 계산하는지 보여주는 명확한 사례다. ‘치즈 절도범의 경제학’은 소매업계가 끊임없이 진화하는 범죄 수법에 맞서 싸워야 하는 숙제를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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