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비 월 400만원, 간병 파산 막을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이 가속화되면서,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바로 ‘간병비’ 문제다. 최근 발표되는 통계와 사례들을 종합하면, 중증 환자 한 명을 돌보는 데 드는 월평균 간병비는 300만 원에서 400만 원을 호가한다. 이는 중산층 가구의 소득을 압도하는 수준이며, 장기화될 경우 가계 경제를 파탄으로 몰아넣는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질병의 고통에 더해 경제적 파국까지 맞이하는 ‘간병 파산’은 이제 특정 가구의 불행이 아니라, 국가의 사회 안전망이 심각하게 훼손됐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정부와 국회는 이 위협적인 사회적 재난 앞에서 더 이상 개인과 가족의 희생만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간병비 월 400만원 충격에서 국민을 보호할 제도적 장치를 즉각 마련해야 한다.

간병비 폭탄, 사회 안전망의 치명적 결함이다
현재 간병비 문제는 우리 사회 복지 시스템의 가장 큰 사각지대 중 하나다. 국민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이 존재하지만, 장기 입원 및 요양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적 간병인 고용 비용은 대부분 비급여 항목으로 남아있다. 이 비용은 표준화되지 않았고, 지역별, 시설별 편차가 크며, 물가 상승률을 훨씬 웃도는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간병 기간이 수년에서 수십 년에 이르는 만성 질환자의 경우, 월 400만 원의 지출은 수억 원의 자산을 단기간에 소진시킨다. 결국, 부양 가족은 직장을 포기하고 간병에 전념하거나, 막대한 부채를 지게 되는 ‘간병 지옥’에 빠지게 됐다.
특히, 간병비 부담은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중산층에게도 치명적이다. 이들은 장기요양보험의 혜택을 받기에는 소득 수준이 높다는 이유로 배제되거나, 혹은 급여 한도가 현실적인 간병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해 사적 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에 놓여있다. 질병으로 인한 돌봄이 필요한 순간, 국가가 아닌 시장에 의존해야 하는 현행 시스템은 공적 책임의 부재를 여실히 드러낸다.
갑작스러운 병원비 폭탄, ‘재난적 의료비 지원’으로 벗어날 수 있을까?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획기적인 확대가 필수다
정부가 간병비 부담 완화를 위해 추진해 온 핵심 정책은 ‘간호·간병 통합서비스(INCS)’다. INCS는 환자에게 전문 간호 인력을 통한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적 간병인 고용을 줄여 비용 부담을 낮추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이 서비스는 주로 급성기 병원이나 일부 종합병원에 한정돼 있으며, 정작 간병 수요가 폭발적으로 발생하는 요양병원이나 장기요양시설에서의 적용은 미미한 수준이다. 이는 정책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결정적인 한계다.
정부는 INCS의 적용 범위를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특히, 장기 입원 환자가 대다수인 요양병원으로의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2027년까지 INCS 병상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현장에서는 인력 수급 문제와 시설 기준 미달로 인해 속도가 더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따라서 정부는 재정 투입을 늘려 요양병원의 INCS 전환을 유도하고, 간호 인력과 간호조무사 등 전문 돌봄 인력의 처우를 개선하여 안정적인 인력 공급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제도 확대를 논하는 것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공적 돌봄의 영역 확장과 재원 확보 방안
간병 파산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간병을 개인의 책임이 아닌 국가의 보장 영역으로 완전히 편입시키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장기요양보험 제도의 개편이 시급하다. 현재 장기요양보험은 대상자 선정 기준이 엄격하고, 급여 범위가 제한적이다. 보험료율 인상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동시에, 보험 재정을 효율화하여 간병비 급여 항목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또한, 재가(在家) 간병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대다수 국민은 자신이 살던 곳에서 돌봄을 받기를 원한다. 국가가 재가 간병 서비스를 강화하고, 가족 돌봄 휴가 제도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며, 돌봄 수당을 현실화한다면 불필요한 장기 입원을 줄이고 사적 간병 부담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는 고령화 시대에 맞는 지속 가능한 돌봄 시스템의 핵심 축이 될 것이다.
재원 확보는 불가피한 과제다. 복지 선진국들은 이미 공적 돌봄 시스템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우리도 간병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목적세 신설을 포함한 다양한 재원 확보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미래 세대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중장기적 재정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다.
국회는 즉각 ‘간병 파산 방지법’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간병비 월 400만원의 현실은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시한폭탄이다. 노후를 불안하게 만들고, 가족 해체를 초래하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그 어떤 경제 성장이나 복지 담론도 공허하다. 정부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의 목표 달성 시점을 앞당기고, 요양병원 및 장기요양시설에 대한 공적 개입을 확대하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국회 역시 더 이상 정쟁에 매몰되지 말고, 여야를 초월하여 ‘간병 파산 방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 및 관련 예산 확보 논의를 즉각 시작해야 한다. 국민의 존엄한 노후와 건강한 삶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다. 간병비 부담을 공적으로 흡수하여 국민의 삶을 지탱하는 강력한 제도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가장 중요한 정치적 결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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