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3구 유동성 집중, 서울 집값 두 자릿수 상승세 주도
정부의 대출 규제와 서울 전역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지정이라는 초강력 규제에도 불구하고 올해 서울 아파트값이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시장 내 풍부한 유동성이 투자 가치가 높은 강남권 부동산으로 쏠리면서 집값 상승을 자극한 결과다. 특히 규제 시행 이후 매물이 급감하는 ‘잠김 현상’이 나타나면서 오히려 집값을 끌어올리는 역효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5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1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 시세는 3.3㎡당 4785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시세(4290만 원) 대비 11.5% 상승한 수치다. 서울 집값은 2022년과 2023년 고금리 여파로 하락세를 겪었으나, 지난해 6.28% 상승 전환한 데 이어 올해는 상승 폭을 크게 확대했다.

강남 3구, 서울 집값 두 자릿수 상승세 주도
서울 집값 상승세는 특히 고가 주택이 밀집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같은 기간 강남구는 3.3㎡당 7880만 원에서 9028만 원으로 14.5% 올랐다. 서초구는 13.6%, 송파구는 16.4%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며 서울 전체 상승세를 주도했다. 이는 풍부한 유동성이 투자 가치가 높다고 평가되는 강남권으로 집중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거래 사례를 보면 초고가 단지의 상승세가 명확하다.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청담르엘 전용 111㎡ 입주권은 90억 원에 거래됐다. 이는 3.3㎡당 2억 원 수준으로, 분양 당시 평균 분양가(7209만 원) 대비 3배가량 오른 가격이다. 재건축 기대감이 높은 단지에도 뭉칫돈이 몰렸다. 강남구 은마아파트 전용 76㎡는 지난달 38억 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올해 1월 실거래가(27억 원)와 비교하면 약 40%의 상승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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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의 강력 규제에도 매물 잠김 역효과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시행된 6·27 대출 규제(주택담보대출 한도 제한, 실거주 의무 강화)를 시작으로 9·7 공급대책, 10·15 부동산 대책이 잇따라 나왔음에도 서울 집값의 우상향 흐름은 꺾이지 않았다. 월별 상승률은 지난 6월 1.3%를 기록한 이후 11월까지 매달 오름세를 유지했다. 특히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초강력 규제가 포함된 10·15 대책 발표 직후인 10월에는 막차 수요가 몰리며 월간 상승률이 1.46%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각종 규제가 오히려 매물 잠김 현상을 심화시켜 집값을 밀어 올렸다고 진단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과 대출 규제 강화로 인해 시장에 나오는 매물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6월 말 7만 4779개에서 이달 5만 9939개로 24.7% 감소했다. 매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소수의 거래가 전체 시세를 끌어올리는 구조가 형성됐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자산 시장에 풀린 풍부한 유동성이 집값 상승 기대를 키웠으며, 매도자들의 호가 강세 현상이 꾸준히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규 공급뿐 아니라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매물 자체가 부족한 상황에서 유동성이 풍부해 호가가 그대로 시세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불안한 전셋값, 매매가 하락 막는 방파제 역할
매매 시장뿐 아니라 임대차 시장의 불안정성도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10·15 대책 이후 토허구역 내 실거주 의무가 강화되면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로 인해 전세 매물 공급 자체가 크게 줄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은 2만 4854가구로 올해 1월 초(3만 1814가구)보다 21.9% 줄었다. 서울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대책 발표 전 갭투자 방식으로 공급되던 전세 물량이 싹 빠지면서 매물 찾기가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12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보다 0.15% 상승하며 지난 2월 첫째 주부터 45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의 12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04.7을 기록했는데, 이는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의미다. 기존 세입자들은 대출 규제로 내 집 마련을 미루고 계약갱신청구권을 활용해 거주를 연장하는 사례가 늘면서 전셋값 상승이 집값 하락을 막는 구조가 더욱 뚜렷해졌다.
내년 입주 물량 급감 전망, 전세난 심화 우려
입주 물량 축소 역시 부동산 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선호도가 높은 신규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면서 집값이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4만 2611가구였으나, 내년에는 2만 9161가구로 31.6% 급감할 전망이다. 특히 자료에 따르면 내년 입주 물량은 약 9600가구, 2027년에는 8200가구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돼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크다.
서울에서 밀려난 전세 수요가 유입되면서 경기도 역시 전세 품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경기도 아파트 전세 물건은 올해 들어 38.7% 급감했으며, 12월 둘째 주 전셋값 상승률은 연중 최고치인 0.12%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은 물론 경기도도 내년까지 전세난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경기도는 서울 수요 유입과 자체 공급 부족이 겹쳐 수급 불균형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또한 “내년 공급 감소를 예상한 수요자들이 매수에 나서고 있다”며 “시장에 매물이 풀릴 수 있도록 거래세 인하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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