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구용 비만 치료제 시대 개막: 주사 없는 체중 감량?
비만 치료의 패러다임이 격변하고 있다. 지금까지 주사제 형태가 주를 이루던 비만 치료제 시장에 ‘알약’ 형태의 경구용 비만 치료제가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며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특히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가 최근 긍정적인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하며 이목이 쏠린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릴리는 경구용 GLP-1 수용체 작용제 ‘오르포글리프론(orforglipron)’이 비만 및 제2형 당뇨병 환자들의 체중 감소와 혈당 조절에 탁월한 효과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이는 기존 주사제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환자 접근성을 높이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혁신은 단순히 투약 방식의 변화를 넘어, 2030년대 초반 1,500억 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을 예고한다. 과연 이 알약이 비만 치료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꿀 수 있을까?

일라이 릴리, 오르포글리프론 3상 임상으로 비만 치료 새 지평 열다
지난 8월 26일, 세계적인 제약기업 일라이 릴리는 일일 복용 경구용 GLP-1 수용체 작용제 ‘오르포글리프론’의 3상 ATTAIN-2 임상시험에서 주목할 만한 탑라인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비만 또는 과체중이면서 제2형 당뇨병을 가진 성인들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오르포글리프론은 연구의 핵심 목표를 모두 성공적으로 달성했다. 구체적으로, 이 약물은 72주에 걸쳐 위약 그룹 대비 평균 10.5%에 해당하는 22.9 파운드의 상당한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 더불어 혈당 조절 지표인 A1C 수치 감소와 심장 대사 위험 요인 개선에서도 유의미한 결과를 나타내며 1차 및 모든 주요 2차 평가 변수를 충족했다. 이는 향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신청을 위한 탄탄한 기반이 됐다.
릴리의 최고 과학 책임자인 다니엘 스코브론스키는 이번 알약 형태의 치료제가 비만 및 제2형 당뇨병 환자들에게 ‘전례 없는 수준의 효능’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세한 임상 결과는 추후 학술 대회와 의학 저널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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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파마들의 경구용 비만약 개발 경쟁 가속화
일라이 릴리의 성공적인 임상 결과는 글로벌 빅파마들의 경구용 비만 치료제 개발 경쟁에 더욱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됐다. 현재 비만 치료제 시장은 릴리의 ‘젭바운드’와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 같은 주사제들이 주도하지만, 2030년대 초반에는 1,500억 달러 이상으로 시장 규모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발맞춰 이들 선두 기업을 포함한 다수의 거대 제약사들은 주사제만큼 효과적이면서도 복용이 편리한 알약 형태의 비만 치료제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주사 가능한 GLP-1 활성 성분의 경구용 버전을 후기 단계 시험에서 평가 중이며, 약 15%의 체중 감소를 보여주며 2025년 말 미국 FDA의 결정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머크는 중국 한소파마와 협력하여 초기 단계 시험에 진입할 경구용 소분자 GLP-1 작용제를 준비한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중국 에코진과 1일 1회 복용하는 GLP-1 수용체 작용제 ‘ECC5004’를 개발 중이며, 초기 단계 시험에서 유망한 체중 감소 신호와 안전성 프로필을 확인하고 현재 중간 단계 시험을 계획한다.
로슈 역시 카모트 테라퓨틱스 인수를 통해 경구용 GLP-1 작용제 ‘CT-966’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작년 초기 단계 시험에서 당뇨병이 없는 비만 환자들에게 4주 이내에 위약 대비 평균 6.1%의 체중 감소를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패와 도전: 새로운 비만 치료제 개발의 명과 암
하지만 경구용 비만 치료제 개발의 길은 순탄하지만은 않다. 효과와 안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는 한때 유망주로 꼽혔던 1일 2회 경구용 GLP-1 작용제 ‘다누글리프론’의 개발을 중간 단계 시험에서 결국 중단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임상 데이터 분석 결과 환자들의 내약성이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례는 고효능의 경구용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나 환자 편의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만 인구의 지속적인 증가와 환자들의 복용 편의성에 대한 높은 요구는 제약사들로 하여금 막대한 연구 개발 투자를 멈추지 않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비록 일부 실패 사례가 존재하더라도, 궁극적으로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경구용 비만 치료제를 선보이기 위한 제약 산업의 도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러한 혁신적인 치료제들의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주사제와 경구용 약물 모두 공통적으로 부작용 우려를 안고 있다. 메스꺼움, 구토, 설사 등 소화기계 부작용은 흔하게 보고되며, 일부 환자에게서는 췌장염, 담낭염, 심지어 갑상선암(동물 실험) 등 심각한 부작용 발생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한 높은 약가는 환자들의 접근성을 제한하는 주요 걸림돌로 작용하며, 장기적인 투약 중단 시 체중 재증가 문제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때문에 비만 치료제는 단순히 약물에만 의존하기보다 건강한 생활 습관 변화를 병행해야만 지속 가능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한계점도 존재한다. 이에 이러한 우려 사항들을 해결하기 위한 지속적인 연구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것 또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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