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죽이면 사형? 고대 이집트 ‘캣맘’들이 왕보다 강력했던 이유
고대 이집트 문명에서 고양이는 단순한 반려동물을 넘어선 신성한 존재로 여겨졌다. 기원전 3000년경부터 시작된 이집트의 고양이 숭배 문화는 종교, 법률,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깊숙이 자리 잡았다. 특히 고양이를 해치는 행위는 국가에 대한 중대한 범죄로 간주됐으며, 심지어 실수로 고양이를 죽인 사람에게도 사형이 선고될 수 있었다는 고대 기록들이 이를 증명한다.
이러한 극단적인 법적 보호는 고양이가 곡식을 훔치는 쥐나 독이 있는 뱀을 잡아 농경 사회의 안정에 기여하는 실용적인 역할과, 풍요와 다산, 가정의 수호신인 여신 바스테트(Bastet)와 연결되는 종교적 신념이 결합된 결과였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고양이를 신의 현신 또는 신의 대리자로 인식했기 때문에, 고양이에 대한 존중은 곧 신에 대한 경외심의 표현이었다.
고대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의 기록에 따르면, 이집트인이 고양이를 잃었을 때 눈썹을 밀고 애도했으며, 고양이가 죽으면 미라로 만들어 성대한 장례를 치렀다.

바스테트 여신과 고양이 숭배의 기원
고대 이집트에서 고양이는 주로 다산, 가정, 보호의 여신인 바스테트와 동일시됐다. 초기에는 사자의 머리를 한 전쟁의 여신으로 묘사되기도 했으나, 신왕국 시대에 이르러 온순한 집고양이의 모습으로 정착됐다. 바스테트는 가정의 평화와 질병으로부터의 보호를 담당하는 신으로 숭배됐으며, 고양이는 바스테트의 현신으로서 신성한 지위를 부여받았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고양이가 악령을 물리치고 집을 보호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고양이를 기르는 것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종교적 의무이자 행운을 비는 행위로 인식됐다. 특히 부바스티스(Bubastis) 지역은 바스테트 여신의 주요 숭배 중심지였으며, 이곳에서는 매년 수많은 순례자들이 모여 고양이와 관련된 축제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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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죽인 자에게 내려진 사형 선고
고대 이집트 법률은 고양이를 해치는 행위에 대해 매우 엄격한 처벌을 규정했다. 기원전 1세기경 로마 역사가 디오도로스 시켈로스(Diodorus Siculus)의 기록에 따르면, 이집트에서 고양이를 죽인 사람은 고의성 여부를 떠나 군중에게 즉결 심판을 당하거나 공식적인 재판을 통해 사형에 처해졌다. 이집트인이 아닌 외국인이 고의로 고양이를 죽였을 경우에도, 분노한 이집트 군중에게 맞아 죽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는 고양이의 생명이 파라오의 권위만큼이나 신성하게 여겨졌음을 시사한다.
이집트인들은 고양이가 죽으면 신의 분노를 살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고양이를 보호하는 것이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따라서 고양이에 대한 위해는 단순히 동물을 해치는 것을 넘어, 국가의 종교적 기반을 흔드는 반역 행위와 동일하게 취급됐다.

고양이 미라와 애도 문화의 확산
고대 이집트인들은 고양이가 죽으면 인간과 마찬가지로 정성껏 장례를 치르고 미라로 만들었다. 고고학적 발굴 결과, 수십만 마리에 달하는 고양이 미라가 대규모로 발견됐는데, 이는 고양이 숭배의 규모를 짐작하게 한다. 특히 부바스티스와 사카라 지역에서는 고양이 미라를 모신 거대한 공동묘지가 확인됐다. 고양이가 사망하면, 그 가족들은 슬픔을 표현하기 위해 눈썹을 밀고 애도 기간을 가졌다.
이 기간 동안 그들은 슬픔을 표하며 고양이를 위한 부장품과 함께 미라를 제작했다. 미라로 만들어진 고양이는 신에게 바치는 제물로 사용되거나, 혹은 내세에서 가족과 재회하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아 매장됐다. 이러한 풍습은 고양이가 가족 구성원으로서 높은 지위를 누렸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다.
실용적 가치와 종교적 신념의 결합
고양이의 신성한 지위는 종교적 믿음뿐만 아니라 고대 이집트의 농경 사회에서 고양이가 수행했던 필수적인 역할에서도 비롯됐다. 나일강 유역의 비옥한 토양에서 생산된 곡물은 이집트 문명의 근간이었으나, 쥐와 같은 해충의 위협에 항상 노출됐다. 고양이는 이러한 해충을 효과적으로 제거하여 곡식 창고를 보호하는 ‘살아있는 방패’ 역할을 했다. 따라서 고양이는 식량 안보와 직결되는 존재였으며, 이는 고양이를 신성시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종교적 믿음을 더욱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처럼 실용적인 필요와 깊은 종교적 신념이 결합하면서, 고양이에 대한 보호는 사회 전체의 존립을 위한 법적 의무가 됐다.
고대 이집트의 고양이 숭배 문화는 동물에 대한 경외심이 어떻게 법과 사회 구조를 형성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독특한 사례다. 고양이를 죽인 자에게 사형을 선고했던 엄격한 법률은, 당시 이집트인들이 생명을 존중하고 자연의 질서를 유지하려는 강한 의지를 반영한다. 이는 오늘날 반려동물 복지와 생명 존중 윤리가 강조되는 현대 사회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고대 이집트인들에게 고양이는 단순한 동반자가 아닌, 신의 보호를 대리하는 신성한 존재였으며, 그들의 삶과 죽음은 문명 전체의 안녕과 직결됐던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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