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의대 만능론의 함정, 수술대에 오른 공공의대 추진 전략의 명과 암
“공공의대, 지역·필수 의료 문제 해결의 열쇠인가, 또 다른 논란의 시작인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공공의대 설립 논의의 실효성과 대안을 다각도로 조명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 개최한 포럼에서는 국내 의료계의 현실 진단부터 해외 성공 및 실패 사례까지, 발제자별 심도 깊은 발표가 이어졌다. 과연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지역·필수 의료의 나아갈 방향은 무엇일까? 공공의대 설립을 둘러싼 첨예한 입장 차이와 그 배경에 숨겨진 진짜 문제들을 파헤쳐 본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5월 19일, ‘공공의대의 문제점과 대안 모색’을 주제로 의료정책포럼을 개최하며 공공의대 설립 논의에 대한 의료계의 입장을 재확인하고 실효적인 정책 대안을 모색했다.
의료계는 공공의대 설립 자체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재 추진 방식으로는 지역 의료 불균형과 필수의료 인력난 해소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지속적으로 지적해왔다.
포럼에서는 의료 수가의 왜곡, 지역 병원의 열악한 근무 여건, 공공의대 졸업생 교육 문제, 의무 복무 후 이탈 가능성 등 근본적인 문제들이 논의됐다. 특히 공공의대 설립이 현실적이고 체계적인 접근 없이 정치적 수단으로만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공공의료의 본질과 공공의대 문제점 분석
이은혜 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공공의대 문제점과 대안’ 발제를 통해 공공의료의 개념을 명확히 하고, 공공의대 설립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이 교수는 공공의료가 공적 재정으로 생산되는 의료, 즉 건강보험 의료와 동일한 개념이며, 모든 국민이 지불 능력에 상관없이 의료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의료 보장 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필수의료는 특정 진료과에 한정되지 않고 국민에게 기본적으로 필요한 건강보험이 제공하는 의료 전반을 의미하며, 기존 의대가 이미 기능적으로 공공의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현재 발의된 공공의대 설립 법안의 문제점으로 ▲국가와 지자체가 설립 및 운영하여 지자체장 선거에 이용될 수 있다는 점 ▲지역에 필요한 공공보건의료 인력 추산 기준 부재로 학생 선발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 ▲부속 병원 없이 공공의대만 설립될 경우 양질의 임상 실습이 어렵다는 점 ▲기존 의대, 특히 사립 의대에 대한 차별 대우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더불어 의무 복무 불이행 시 의사 면허 취소 후 재교부 가능 조항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공공·필수 의료 인력 확보를 위해서는 기존 의대 지원과 공정한 보상 체계 구축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역 의료 인력 확보를 위해서는 진료권 설정과 환자 의료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대안도 제시했다.

대만 공공의료 교육 프로그램 사례
김계현 의료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의대 외국의 경험’ 발제 중 대만의 사례를 소개하며 공공의료 교육 프로그램의 명암을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대만은 1969년부터 지역 의사 부족 및 의료 서비스 불균형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도해왔으며, 특히 국립양명의과대학은 1975년 설립 당시부터 공비 의학생을 선발하여 지역 의료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했다.
모든 정원을 공비 의학생으로 선발하고 6년간 학비, 생활비 등을 지원했으며, 졸업 후 6년간 의무 복무(4년 지역 수련 + 2년 근무)를 부과했다. 의무 복무 미 이행 시 지원금 전액 반납 조항도 있었다.
하지만 국립양명의대 사례로 볼 수 있는 PFMP-G는 정부가 할당한 학생 수를 채우지 못해 2009년 종료되었고, 현재 시행 중인 PFMP들 역시 지역에 남는 의사 비율이 낮아 근무 조건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2018년 통계에 따르면 PFMP 의사의 84%가 의무 복무 후 도시 지역으로 이주하고 16%만이 의료 취약지에 남는 등 정책 목표 달성에 한계가 있음을 지적했다.
의무 복무 관련 위헌 소송 등 부작용도 발생했으며, 대만 내 관련 연구들은 보다 정교한 의학 교육 제도 구축과 혁신을 제언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대만 사례는 단순히 의무 복무 조항만으로는 지역 의료 인력 확보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 자치의대 및 지역 정원제도 사례
강주현 의료정책연구원 연구원은 일본의 자치의과대학 및 지역 정원제도 사례를 발표하며 지역 의료 인력 확보 정책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일본은 2006년 ‘신 의사 확보 종합 대책’에 따라 지역 정원제를 도입하여 의사 부족 지역 의대 정원을 조정하고 있으며, 2024년 기준 71개 대학에서 지역 정원제를 운영 중이다. 지역 정원제 학생은 의대 졸업 후 도서·산간 지역 등에서 9년간 의무적으로 근무해야 하며, 의무 근무 만료 시 장학금 전액 상환이 면제된다.
강 연구원은 일본 지역 정원제의 문제점으로 ▲의무 복무 종료 후 대도시 복귀 현상 ▲전문의 취득 기회의 상실 또는 어려움 ▲의료 수요와 공급 불균형 지속 ▲재정적 인센티브보다 근무 환경이 더 큰 문제로 작용하여 의료 인력 유인 효과의 지속 가능성이 낮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실제로 지방 근무를 망설이는 이유로는 근무 환경 불안, 희망하는 업무 불가능, 전문의 취득 불안감, 자녀 교육 환경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 근무 시 전문의 취득 혜택, 지역 거점 병원 설립 강화, ICT 기반 원격 의료 확대 등의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본 사례는 의사 수 증원이나 지역 정원 확대만으로는 지역 편재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기 어려우며, 젊은 의사의 커리어 형성 지원, 여성 의사 및 은퇴 의사의 취업 참여 유도, 강제적 배치 대신 자발적 지역 정착을 위한 유인책, 그리고 열악한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한 근무 시간 조정 방안 마련 등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공공의대 설립 논쟁의 미래는?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원 원장은 공공의대 설립이 국민 건강과 의료 체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으로 검토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며, 포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발제자들의 발표를 종합해 볼 때, 공공의대 설립은 지역·필수 의료 문제 해결의 단일 해법이 될 수 없으며, 의료 시스템의 복잡성을 고려한 다층적인 접근과 기존 의료 체계의 개선 노력이 병행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공
공의대 설립을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국민 건강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사회적 합의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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