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 6000억 인건비 파문, 8년간의 예산 부풀리기 논란과 후속 조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이 지난 2016년부터 2023년까지 8년 동안 약 6000억 원에 달하는 인건비를 과다 편성하여 직원들에게 부당하게 지급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는 건보공단이 인건비 산정 과정에서 실제 정원보다 예산을 부풀려 편성하고, 남은 금액을 연말에 ‘정규직 임금 인상’ 명목으로 직원들에게 지급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 누수와 도덕적 해이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권익위의 발표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상위 직급(4급)에 결원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하위 직급(5, 6급) 현원을 상위 직급으로 간주하여 보수가 높은 4급 인건비 단가를 적용하는 편법을 사용했다. 이처럼 부당하게 편성된 금액은 8년간 총 5995억 원에 달했으며, 이는 국민들이 납부한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구조적 문제로 지적됐다.
현재 해당 사안은 감독기관인 보건복지부로 이첩되어 조사가 진행 중이며, 건보공단은 권익위 적발 이후 2023년 초과분 1443억 원에 대한 삭감 조치를 이행하고 있다. 공단 측은 정부 지침에 근거한 시스템 개선을 약속하면서도, 초과 지급된 금액을 향후 임금 인상 재원을 통해 최대 12년 동안 분할하여 차감하는 방식으로 환수 조치를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8년간 6000억 인건비 누수, 직급별 정원 조작의 전말
건보공단의 인건비 과다 편성 논란은 직급별 정원과 현원의 괴리를 악용한 예산 집행 방식에서 비롯됐다. 2023년 기준으로 건보공단의 4급 정원은 9008명이었으나, 실제 근무 인원은 4066명으로 정원의 45.1%에 불과했다. 반면, 5급과 6급의 현원은 각각 정원의 188.5%, 128.5%를 초과하는 수준이었다. 관련 규정상 4~6급 인건비를 편성할 때 상위 직급에 결원이 있더라도 상위 직급이 아닌 본래 직급의 보수를 적용해야 했지만, 건보공단은 마치 보수가 높은 4급 정원이 모두 찬 것처럼 꾸며 예산을 부풀려 편성했다.
공단은 4급 이하 정원 범위 내에서 상위 직급의 현원이 정원보다 적은 데에 따라 하위 직급 현원을 상위 직급으로 간주해 4급 인건비 단가를 적용했다. 이로 인해 실제 지급해야 할 급여보다 훨씬 많은 예산이 편성됐고, 이 잔여금은 매년 연말에 ‘정규직 임금 인상’ 명목으로 직원들에게 일괄 지급됐다. 권익위는 이처럼 규정을 위반하고 부당하게 나눠 가진 금액이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총 5995억 원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권익위는 지난해 해당 위반 사실을 적발하고 2023년 직원들이 더 챙긴 초과분 1443억 원에 대해 인건비를 삭감하도록 조치했다. 현재 이 사건은 보건복지부의 정밀 조사를 받고 있으며, 권익위는 2016년부터 2022년까지의 과다 편성분에 대해서도 제재와 후속 조치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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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환자단체, ‘건강보험 재정 누수’에 철저한 환수 촉구
건보공단의 대규모 인건비 과다 편성 사실이 알려지자 의료계와 시민사회단체는 건강보험 재정의 방만 운영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지난 7일 입장문을 통해 건보공단의 행태를 ‘수년간 법령과 정부 지침을 위반한 채 자의적으로 인건비를 편취한 것은 국민과 정부, 의료기관을 기만하는 비윤리적 행태’로 규정했다. 의협은 건보공단이 의료기관에 대한 강압적 수사권 행사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 당장 내부 감사와 개혁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차단하고 운영 상황을 올바르게 개선하는 조치를 선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자단체 역시 철저한 진상 규명과 환수 조치를 요구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지난 10일 논평을 통해 이번 사태를 단순한 행정 착오가 아닌 ‘환자 치료 재정을 내부에서 새어 나가게 한 심각한 구조적 문제’로 진단했다. 연합회는 과다 편성된 인건비 전액을 즉시 환수하고, 그 재원은 중증 및 희귀 환자의 치료 지원으로 재배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국민들이 납부한 보험료가 본래 목적인 의료 서비스 강화가 아닌, 공단 내부 직원들의 임금 보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에 대한 강한 불만과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건보공단의 공공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노동조합, ‘노정갈등 유발 획책’ 주장하며 총인건비 제도 개선 요구
시민사회와 의료계의 비판과는 달리, 공공운수노동조합(국민건강보험공단노동조합의 상급단체)은 권익위의 발표에 대해 ‘명백한 노정갈등 유발 획책’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노조는 이번 발표가 단순 해프닝을 넘어 새 정부의 국정 운영 동력을 저해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성명을 통해 직원들의 사기 저하와 미래 임금 저하에 따른 박탈감이 심화될 경우, 향후 새 정부 핵심 과제인 돌봄 통합 사업 등을 수행해야 하는 공단의 운영 동력과 존립 기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노조는 윤석열 정부에서 결정된 2023년 감액 조치(1443억 원) 결정이 향후 더 확대되어 이어진다면 심각한 노정갈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총인건비 제도 전면 개선과 노정교섭의 법제화를 요구하며, 공공기관의 인건비 책정 기준에 대한 공단과 정부 간의 명확한 합의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노조의 이러한 입장은 공공기관의 인건비 책정 기준과 정부의 통제 방식 사이에서 발생하는 구조적인 갈등을 보여주며, 향후 공공기관 임금 체계 개편 논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건보공단, 12년 분할 차감 이행 및 시스템 개선 약속
건보공단은 이번 사안을 계기로 정부 지침에 근거한 인건비 편성 시스템을 전면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2024년도 제13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서 의결된 ‘총인건비 인상률 위반에 대한 조치’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단 측은 인건비 편성 문제가 그간 평가에서 지적된 바가 없어 공단 내부의 작성 방식이 평가 기준과 다름을 인지하고 개선할 기회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는 인건비 집행 결과가 평가 기준에 어긋났을 뿐, 고의적인 편취는 아니었다는 공단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현재 건보공단은 초과 지급된 금액을 환수하기 위해 임금 인상 재원을 활용하여 최대 12년 동안 분할 차감하는 조치를 진행 중이다. 공단은 공운위의 결정 사항을 수용하고 차질 없이 이행하여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덧붙였다. 2023년도 초과분 1443억 원에 대한 삭감 조치 외에도, 권익위가 요구한 2016년부터 2022년까지의 과다 편성분 4552억 원에 대한 환수 여부 및 방식은 현재 보건복지부의 최종 조사 결과와 공운위의 추가 결정에 따라 확정될 예정이다. 이 사건은 공공기관의 예산 편성 투명성과 건전한 건강보험 재정 운영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는 계기가 됐으며, 향후 공공기관 예산 집행에 대한 정부의 감시와 통제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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