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건강과 의료 안전 위협, 대한의사협회의 전방위적 대응과 향후 과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지난 20일, 의료계 안팎을 둘러싼 각종 입법 현안에 대해 강력한 목소리를 냈다. 의협은 브리핑을 통해 현재 국회와 정부에서 논의 중인 다수의 법안이 국민의 건강권과 직결된 중대한 사안임을 강조하며, 의료 본연의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는 ‘나쁜 법안’에 대해서는 끝까지 저지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표명했다. 특히 의협은 의료 현장의 현실을 무시한 채 추진되는 포퓰리즘적 입법 시도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며, 전문가 단체로서의 의견이 반영된 합리적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의료 왜곡을 부추기는 악법, 끝까지 저지할 것
의협은 가장 먼저 한의사를 방사선 안전관리자로 지정하려는 법안과 수급 불안정 의약품에 대한 성분명 처방 의무화 법안을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악법’으로 규정했다. 방사선 안전관리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비전문가에게 이를 맡기는 것은 환자와 의료진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이 의협의 판단이다.
또한, 의약품 수급 불안정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목으로 추진되는 성분명 처방 의무화 역시 의사의 진료권과 환자의 선택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약효 동등성이 완벽히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협은 이러한 법안들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졸속으로 처리되지 않도록 정부 및 국회 관계자들에게 법안의 위험성을 적극 설명하고 있으며, 의료계의 우려가 해소될 때까지 전방위적인 대응을 멈추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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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진료, 환자 안전을 위한 ‘4대 원칙’ 관철
의료계의 뜨거운 감자인 ‘비대면 진료’ 법안과 관련해서는 의협이 제시한 ‘4대 원칙’이 입법 과정에서 상당 부분 반영되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 11월 18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통과한 비대면 진료 법안에는 ▲대면진료 원칙 ▲재진환자 중심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 ▲비대면진료 전담의료기관 금지라는 의협의 핵심 요구 사항이 포함되었다.
이에 따라 초진 비대면 진료는 환자의 거주지와 의료기관이 동일한 지역인 경우로 엄격히 한정되어 시행된다. 또한 무분별한 약물 오남용을 막기 위해 증상, 약제, 처방 일수 등에도 제한을 두어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도록 했다.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에서 비대면 진료가 허용되는 예외적인 경우도 희귀질환자, 제1형 당뇨병 환자, 교정시설 수용자 등 꼭 필요한 환자군으로 한정되었다.
특히 우려가 컸던 민간 플랫폼의 경우 단순 신고제가 아닌 승인 절차를 거치도록 규제를 강화하고 인증 규정을 마련함으로써, 플랫폼 업체의 난립과 상업적 악용을 방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약 배송 역시 시범사업 대상자에 한해서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기로 결정됐다. 의협은 향후 입법 과정과 하위 법령 마련 단계에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도덕적 해이나 환자 위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점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졸속 추진된 지역의사제, 인프라 구축이 먼저다
한편, 의협은 ‘지역의사 양성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지역의사제)’ 수정안이 법안소위를 통과한 것에 대해서는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명했다. 해당 법안은 2027년도 입학 정원부터 일정 비율을 지역의사 전형으로 선발해 학비를 지원하고, 졸업 후 10년간 해당 지역에서 의무 복무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협은 국회가 법안 공청회를 개최한 바로 다음 날 법안소위를 통과시킨 절차적 정당성 결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의협 측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단순히 의사 수를 늘려 강제로 묶어두는 방식이 아니라, 의료전달체계의 확립과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근무하고 싶어 하는 정주 여건 조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특히 전문과별 지역 의료 인력 추계나 지역 병·의원의 현실에 대한 정밀한 분석 없이 도입되는 지역의사제는 그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 의협의 분석이다. 의협은 지역정책수가 등 실질적인 보상 체계를 도입하고, 환자들이 지역 의료기관을 신뢰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투자가 이루어지는 것이 순서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기반 없이는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결국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직역 간 업무 범위와 수가 체계, 원칙을 지키다
안경사의 업무 범위를 개정하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관련해서도 의협은 국민 건강권 보호를 위한 원칙을 고수했다. 당초 개정안은 안경사가 사용하는 기기 범위가 확대 해석될 여지가 있어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의협은 강력히 문제를 제기했고, 국회로부터 현행 법령을 넘어서는 굴절검사 확대는 없을 것이라는 명확한 입장을 이끌어냈다.
또한 검체검사 제도 개편과 관련해서도 의협은 검체검사 수가의 상호 정산 방식 유지 필요성을 피력했다. 제도 변경이 불가피하다면 진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한 보상과 지원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요구했으며, 향후 협의 과정에서도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개선안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브리핑을 마무리하며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의료를 왜곡시키는 잘못된 제도에 맞서 치열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다시 한번 천명했다. 2025년 하반기, 격랑 속에 놓인 대한민국 의료계가 의협의 이러한 대응을 통해 어떠한 변화를 맞이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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