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 통과 보건의료 개정법률, 의료 시스템 혼란 가중 우려 제기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네 가지 보건의료 관련 법률 개정안을 두고 의료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법률 개정은 응급의료기관의 정보 투명성 강화, 약물 대체조제 통보 방식 변경, 시체 관리 윤리 강화, 그리고 무면허 의료 행위자에 대한 처벌 수위 상향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그러나 현장의 구조적 현실이 반영되지 않은 채 의무만 부과하는 입법 행태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특히, 의료기관의 자율적인 판단 영역을 침해하고 행정 부담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비판이 중점적으로 제기됐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26일 공식 입장을 통해 이들 개정 법안들이 환자 안전을 위협하고 의사의 진료권을 무력화하며, 궁극적으로는 의료 시스템의 효율성을 저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협회는 법적 의무만 앞세우기 전에 현장을 뒷받침할 인력, 재정, 시스템 지원책이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번 개정 법안들이 실질적인 의료 서비스 질 향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시행 전 반드시 면밀한 보완 작업이 수반되어야 할 필요성이 지적된다.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핵심 법률들의 변화는 의료 현장에 광범위한 파급효과를 미칠 전망이다. 특히 응급의료 체계와 의약분업의 기본 원칙에 영향을 주는 개정안들이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법 시행에 따른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와 국회의 후속 조치에 관심이 집중됐다.

대체조제 사후 통보 방식 변경, 의약분업 원칙 훼손 우려
의료계의 의견 수렴 과정 없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약사법 개정안 중, 약사의 처방약 대체조제 사실 통보 방식 변경이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올랐다. 기존에는 약사가 대체조제 발생 시 의사에게 직접 통보해야 했으나, 개정안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을 경유하여 간접적이고 지연된 형태로 정보를 전달하도록 구조를 변경했다. 이러한 간접 통보 방식은 의사의 처방권을 무력화하고, 환자 안전에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의협은 처방 내용이 변경된 사실이 즉각적으로 의료진에게 전달되지 못할 경우, 약물 부작용이나 환자의 기존 병력과의 상호작용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는 결국 환자가 복용한 실제 의약품 정보를 의사가 제때 파악하지 못하게 만들어 약화 사고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협회가 최근 진행한 회원 대상 설문조사 결과, 대체조제 제도 자체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86%에 달했으며, 응답자의 84%가 약국에서 처방약이 대체조제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통계는 대체조제가 의료 현장에서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동시에 사전 동의나 사후 통보 없이 불법적으로 진행되는 사례 또한 많음을 시사한다. 의료계는 이번 법 개정을 통해 대체조제가 더욱 만연할 것으로 예상하며,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의약분업의 기본 정신을 훼손하는 이 법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불법적인 무단 변경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법적 대응을 지속할 방침이다.
제2의 의료사태 경고: 전문가 외면한 정부의 일방적 정책 강행 규탄
응급의료 실시간 정보 제공 의무화, 현장 지원 없는 행정 강요 비판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응급의료기관이 진료 가능 여부 등 운영 현황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응급의료 시스템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긍정적인 취지로 시작됐으나, 의료 현장의 구조적 여건을 간과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응급실의 수용 능력은 병상 수나 고정 장비 현황만으로 판단되는 것이 아니며, 의료 인력의 가용성, 중증 환자 집중도, 감염병 대응 상황 등 시시각각 변화하는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개정 법안은 이러한 역동적인 현실적 변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일률적인 정보 입력 의무만을 부과하고 있어, 현장 의료진의 진료 판단과 자율적인 운영 능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지방과 중소 규모 응급의료기관은 실시간 정보 갱신을 전담할 인력이나 시스템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행정적·재정적 지원책이 전무한 상태에서 법적 의무만 강제될 경우, 정보의 정확성과 신속성은 오히려 떨어지고 의료진은 본연의 임무 대신 행정 업무에 매몰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더욱이, 개정 법률이 현행법상 응급환자를 수용해야 하는 ‘수용 의무’ 조항과 결합될 경우, 현장의 불가피한 진료 불가 상황에 대한 명확한 면책 규정 없이는 의료기관과 의료진이 법적 책임에 과도하게 노출될 위험이 있다. 의협은 이 법이 시행되기 전에 전담 인력 확보, 시스템 구축 지원, 예산 투입 등 현장 지원 체계 마련과 함께 합리적인 면책 기준을 명문화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무면허 의료행위 처벌 강화 법안, 문제 해결 방식에 대한 신중론
국회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에는 무면허 의료 행위로 인해 사망, 중상해, 상해 등의 결과가 발생했을 경우, 해당 행위를 하거나 교사한 자에 대한 형사처벌 수위를 현행보다 높이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개정안은 불법 의료 행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공익신고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법률 검토 결과, 개정안은 처벌의 대상 범위 자체를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무면허 행위자에 대한 ‘형량’만을 강화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처벌 강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의료 현장에서는 간호조무사가 의사의 지도 하에 수행하는 ‘진료 보조’ 행위가 무면허 의료 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불필요한 혼란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협회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이루어지는 간호조무사의 적절한 진료 보조 행위는 현행법상 무면허 의료 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며, 처벌 여부는 개별적 사안과 구체적인 행위를 통해 판단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의협은 의료인의 면허 범위를 벗어난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단순히 처벌만 강화하는 방식보다는 불법 의료 행위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소하고 의료 시스템의 윤리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와 보건복지부에 전달했다. 협회는 불법 행위에 대한 강경 대응과 함께 의료인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노력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시체 관리 강화 법률, 비윤리적 활용 방지 vs 행정 부담 증가
시체 영리 목적 이용 방지 및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시체 해부 및 보존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또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은 최근 필라테스 강사 등을 대상으로 참가비를 받는 시체 해부 강의가 논란이 되면서, 시체의 비윤리적 상업적 활용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마련됐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시체 이용 과정 전반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데 있다. 특히 시체해부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정보 시스템을 구축해 의과대학 및 종합병원장이 시체의 수집, 보존, 이용 현황을 매년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또한, 시체 이용에 대한 사전 심의를 의무화하고 영리 목적 이용 또는 알선 행위에 대한 제재 규정을 정비했다.
의협은 시체의 숭고한 기증 정신을 훼손하고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행태를 예방하고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입법 취지에 대해서는 깊이 공감했다. 그러나 시체의 수집 및 이용 현황에 대한 정기적인 자료 제출 의무와 관련 종사자에 대한 과도한 법적 제재 조항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건복지부에 전달했다. 협회는 새롭게 부여된 사전 심의와 보고 의무가 일선 의료 및 교육 현장에 불필요하고 비효율적인 행정적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력하여 현실에 부합하는 관리 시스템 정비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통과된 네 가지 보건의료 개정 법률은 각기 다른 영역에서 의료 시스템의 투명성과 윤리성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현장 현실과 괴리된 의무 부과는 의료 기능 마비와 환자 안전 위협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특히 응급의료기관의 실시간 정보 제공 의무화와 대체조제 사후 통보 방식 변경은 의료기관의 법적 리스크를 증가시키고 임상 판단의 자율성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법률 시행 이전에 국회와 정부는 의료 전문가 단체의 요구를 수용하여 행정적·재정적 지원책을 우선적으로 확보하고, 의료진 보호를 위한 면책 규정을 명확히 마련하는 등 세부적인 보완 조치를 신속히 이행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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