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로를 지지하고 보살피는 손길
기초생활보장제도란 무엇일까? 파헤쳐 보기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한 연결고리를 지켜주는 든든한 버팀목이자 최후의 보루, 바로 기초생활보장제도다. 이 제도는 누구도 인간다운 삶의 최소한을 잃지 않도록 보장하고, 나아가 스스로 자립하여 사회의 건강한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대한민국의 핵심적인 사회보장 시스템이다.
단순히 경제적인 지원을 넘어, 국민이라면 누구나 존엄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헌법적 가치를 실현하는 중요한 수단이기도 하다. 이 글을 통해 우리는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왜 탄생하게 됐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는지, 그리고 실제로 어떤 도움을 주며, 앞으로 어떤 과제를 안고 발전해 나갈지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왜 필요했을까?: 탄생 배경
오늘날 우리가 아는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지금의 포괄적인 모습을 갖추기 전, 대한민국에는 ‘생활보호법’이라는 제도가 있었다. 그러나 이 법은 몇 가지 치명적인 한계를 안고 있었다.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부양의무자 기준’이었다.
가족 중 누군가가 부양할 의무가 있다면, 설령 그 부양의무자가 실제로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지원 능력이 없거나, 연락이 두절됐거나, 관계가 단절된 상황이라 하더라도 국가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마치 다급한 상황에서 안전벨트를 매려고 하는데, 옆 사람이 잡아주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벨트를 채워주지 않아 위기에 처하는 것과 같았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이 제도권 밖에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했다.
그러다 1997년, 대한민국을 강타한 IMF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사회는 예상치 못한 격변을 맞았다. 수많은 가장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기업들이 연쇄적으로 도산하며 대량 실업 사태가 발생했다. 순식간에 빈곤층이 급증하고 사회 불안이 고조되면서 기존의 ‘생활보호법’으로는 더 이상 이들의 절박한 삶을 보듬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들불처럼 커졌다. 이러한 비극적인 현실은 국가가 국민의 최소한의 삶을 책임져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선 성장 후 분배’라는 개발 시대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복지가 경제 발전의 중요한 축이자 사회 통합의 필수 조건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와 국민적 공감대 속에, 마침내 1999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제정되면서 오늘날의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도입됐다. 이는 국가가 국민의 최저생활을 보장하는 것을 ‘시혜’가 아닌 ‘권리’로 명시한 복지 역사에 있어 기념비적인 변화였다. 이로써 복지 사각지대를 대폭 줄이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국가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획기적으로 강화됐다.
누가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문을 두드릴 수 있는 대상은 ‘소득인정액’이 특정 기준 이하인 가구다. 소득인정액이란, 단순히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처럼 버는 돈 뿐만 아니라, 자동차나 부동산, 금융재산 등 가지고 있는 모든 재산까지 소득으로 환산하여 합친 금액을 말한다. 이는 실질적인 생활 수준을 다각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지표다. 정부는 매년 전국민 가구의 소득 중간값을 기준으로 ‘기준 중위소득’이라는 통계를 발표하는데, 이 기준 중위소득 대비 소득인정액이 일정 비율 이하인 경우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지원 대상이 된다.
예를 들어, 기본적인 생활비를 지원하는 생계급여는 기준 중위소득의 30% 이하, 질병과 부상에 대비한 의료급여는 40% 이하, 안정적인 주거를 돕는 주거급여는 47% 이하, 자녀의 교육 기회를 보장하는 교육급여는 50% 이하일 때 받을 수 있다. 각 급여의 특성을 고려하여 지원 기준을 세분화함으로써 더 많은 필요한 가구가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변화는 과거에는 가족 중 부양의무자가 있으면 지원받기 어려웠던 ‘부양의무자 기준’이 2021년 10월부터 대부분 폐지됐다는 점이다. (생계급여 및 의료급여에 한해 일부 예외 조항은 유지된다.) 이는 수많은 사람에게 희망의 빛이 됐다. 그동안 자녀가 있지만 실제로 부양 능력이 없거나, 연락이 끊겨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 노인 가구, 장애인 가구 등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와 비로소 국가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로써 복지 사각지대가 획기적으로 축소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제도가 제공하는 도움은 매우 다양하고 포괄적이다. 국민의 삶의 질을 다각도에서 보장하기 위해 총 7가지 급여가 지원된다. ▲가장 기본적인 생활비를 지원하는 ‘생계급여’, ▲병원비 부담을 덜어주는 ‘의료급여’,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보장하는 ‘주거급여’, ▲자녀의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급여’ 외에도, ▲출산 시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는 ‘해산급여’, ▲가족의 마지막을 함께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돕는 ‘장제급여’, 그리고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취업을 돕는 ‘자활급여’ 등이 있다.
마치 다양한 상황에 대비한 7가지 안전망을 겹겹이 설치해 둔 것과 같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약 240만 명의 국민이 이 제도의 혜택을 받으며 삶의 희망과 인간다운 삶의 기반을 되찾았다. 이 숫자는 이 제도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제도의 도전과 미래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지난 20여 년간 수많은 사람에게 삶의 든든한 울타리가 돼줬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과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첫째, 아직도 미처 발견하지 못한 복지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제도를 몰라서, 신청 절차가 복잡해서, 혹은 사회적 낙인에 대한 우려 때문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취약 계층이 여전히 있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한 위기 가구 발굴, 찾아가는 복지 상담, 그리고 민간 협력 강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둘째, ‘근로 유인 저해’ 논란은 지속적인 쟁점이다. 일부에서는 일해서 버는 돈보다 기초생활수급비가 더 많거나 비슷하여 근로 의욕을 꺾는다는 지적이 있다. 그러나 이는 모든 수급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며, 대부분의 수급자는 가난에서 벗어나 자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 또한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고 수급자의 자립을 독려하기 위해, 근로소득의 일정액을 소득인정액 산정에서 제외하는 ‘근로소득 공제’를 확대하는 등 일하는 수급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는 단순히 지원에 그치지 않고 자립을 유도하는 ‘생산적 복지’의 지향점을 보여준다.
셋째, 지급되는 급여 수준의 적정성 논의다. 과연 현재의 급여액이 진정으로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수준인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물가 상승과 생활비 증가를 고려할 때, 급여액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된다. 이러한 제도 운영에는 전액 국가 예산이 투입되기에, 지속적인 복지 확대로 인한 재정 건전성 문제 역시 중요한 쟁점이 아닐 수 없다. 복지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한정된 재원으로 이를 충당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는 빈곤을 줄이고 우리 사회의 안전망을 튼튼히 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앞으로는 급여액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여 실제 생활고를 덜어주고, 다양한 복지 제도 간 연계를 강화하여 중복 지원을 피하고 서비스 효율성을 높이며, 궁극적으로 수급자가 제도를 졸업하고 완전한 독립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자활 지원 프로그램을 더욱 고도화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이는 단순히 재정적 지원을 넘어, 인적 자본을 개발하고 사회 통합을 촉진하는 적극적인 복지 모델로 발전해 나가는 방향을 의미한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단순히 돈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든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 권리가 있다는 우리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약속이자 공동체 의식의 발현이다. 이 제도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며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곳을 밝히는 등불 역할을 계속할 것이며,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중요한 사회 안전망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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