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수산시장 상우회 회 뜨기 금지, 공정위, “사업자단체 금지 행위”로 판단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의 한 소매점포 상우회가 소비자들에게 경매장에서 구매한 생선을 회로 떠주지 말라는 부당한 지침을 내렸다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 서울사무소(이하 공정위)는 A상우회가 회원 점포들에게 소비자가 경매장에서 구입한 생선을 손질하지 못하도록 강요하고, 경매업자와의 거래를 차단하도록 한 행위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판단해 지난 5일 경고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SNS로 확산된 경매장 구매 트렌드
기존의 노량진수산시장 이용 방식은 소비자가 소매점포에서 활어를 선택하고, 즉석에서 회로 손질받아 인근 식당에서 상차림 비용을 내고 먹는 구조였다. 하지만 최근 경매장에서 활어를 직접 구매한 후, 1kg당 2000~5000원의 비용으로 소매점포에서 회를 떠 즐기는 방식이 SNS에서 주목을 받으며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 방법은 새벽 경매장에서 생선을 직접 사야 하는 수고가 필요하지만, 낮 시간대 소매점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약 30~40% 저렴해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또한 일부 점포의 과도한 호객 행위와 가격 바가지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이 더해져 이러한 방식의 매력이 더욱 부각됐다.
상우회의 대응과 소비자 반발
A상우회는 소비자의 새로운 구매 방식이 회원 점포의 매출에 큰 타격을 준다고 판단해 자구책을 강구했다. 이에 따라 회원 약 250개 점포에 △중매인 및 보관장에서 판매한 생선에 대한 손질 금지 △낱마리 판매를 하는 경매상과 거래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각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각서에는 이를 위반할 경우 상우회 차원의 제재를 받는다는 조건도 포함됐다. 그러나 이 조치는 소비자들의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일부 소비자들은 상우회의 행위를 “소비자 선택권 침해”라고 비난하며 다른 시장을 찾거나, 상우회 소속이 아닌 점포에서 회를 떠먹는 방법을 선택했다. A상우회와 달리 다른 상우회 소속 점포들은 여전히 경매장에서 구매한 생선에 대해 회 뜨기 서비스를 제공해, 상우회의 결정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었다.
공정위의 판단과 경고
공정위는 A상우회의 조치가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 금지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사업자 단체가 회원들의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로, 위법성이 명확하여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로 간주된다.
다만 공정위는 A상우회가 이미 이러한 행위를 스스로 중단하고, 잘못을 인정한 점을 고려해 사건을 위원회에 상정하지 않고 경고 처분으로 마무리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비자 편익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건인 만큼 신속히 처리했다”며 “유사한 행위가 재발할 경우 강력한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량진수산시장 같은 전통시장은 소비자의 신뢰와 참여가 중요한 기반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공정거래법 위반 사례를 넘어, 시장 운영 방식의 변화와 상인의 대응 방식을 점검해야 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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