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유예 끝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재적용’, 공급 확대보다 증여·똘똘한 한 채만 부추길까
집을 여러 채 가진 다주택자가 규제지역 내 주택을 매각할 때 기본 세율보다 20~30%포인트(p)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제도가 4년간의 한시적 유예를 마치고 올해 5월부터 다시 적용된다. 이 제도는 2003년 처음 도입된 이후 정부가 바뀔 때마다 도입과 폐지, 유예를 반복하며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불확실성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해 왔다.
특히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시장 안정화를 명분으로 유예가 시작됐으나, 정책 일관성 및 형평성 문제로 인해 더 이상 유예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됐다. 이로 인해 다주택자들은 중과세율 적용을 피하기 위해 5월 이전에 주택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시장에는 급매물이 증가하는 등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과거 사례를 볼 때, 단순한 양도세 중과만으로는 정부가 원하는 주택 가격 안정화와 매물 공급 확대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복된 도입과 유예, 정책 불확실성만 키웠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도는 주택 투기를 억제하고 실수요자 중심의 시장을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도입됐다. 하지만 이 제도는 정치적 환경 변화에 따라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며 정책 일관성이 결여된 모습을 보여왔다. 2017년 문재인 정부에서 다시 도입된 후, 시장의 경색 우려와 주택 거래 활성화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2022년부터 윤석열 정부에 의해 한시적으로 적용이 유예됐다. 이 유예 조치는 2025년까지 매년 1년씩 연장돼 왔으나, 현 정부는 더 이상의 연장은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러한 반복적인 정책 변경은 다주택자들에게 ‘정권이 바뀌면 정책도 바뀐다’는 인식을 심어주며, 단기적인 매매를 유도하기보다는 장기적인 ‘버티기’ 전략을 강화하는 역효과를 낳았다. 다주택자들은 정책의 유예 시점을 활용해 매각 시기를 조절하거나, 증여 등 다른 방식으로 주택을 처분하는 등 세금 회피 전략을 모색하는 데 집중했다. 결과적으로 정책의 잦은 변동은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주택 보유자들에게 혼란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5월 시한 앞둔 급매물 증가와 시장의 단기적 반응
양도세 중과 재적용이 임박하면서, 중과세율을 피하려는 다주택자들의 움직임이 가시화됐다. 당장 5월 이전에 매매를 완료해야 중과를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에는 규제지역을 중심으로 급매물이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났다. 정부의 의도는 다주택자의 보유 주택 매각을 유도해 시장에 매물 공급을 늘리고, 이를 통해 주택 가격을 안정화하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매물 증가가 거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효과가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급매물은 주로 지방이나 비핵심 지역의 주택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며, 핵심 지역의 주택 소유자들은 세금 부담에도 불구하고 매각을 주저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또한, 매수자들이 중과세 재적용 이후 시장 상황을 관망하려는 심리가 맞물리면서, 급매물 증가가 곧바로 거래량 폭증이나 가격 급락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과거의 실패 답습 우려와 ‘똘똘한 한 채’ 전략 강화
가장 큰 우려는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양도세 중과 정책이 기대했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오히려 부작용을 낳았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점이다. 당시 다주택자들은 낮은 가격에 매물을 쏟아내기보다는 정권과 정책이 바뀔 때까지 ‘버티기’에 들어갔다. 혹은 다주택 중 비핵심 주택만 처분하고 서울 핵심지에 위치한 입지 좋고 가격 방어력이 좋은 주택, 즉 ‘똘똘한 한 채’를 남기거나 추가 구매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 결과, 서울 핵심 지역의 집값은 오히려 크게 상승하는 역설적인 현상이 발생했다. 또한, 매매 대신 자녀에게 증여를 선택하는 다주택자가 늘어나면서 양도세 중과가 주택 시장의 유동성을 막고 부의 대물림을 가속화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이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재적용 역시 이러한 과거의 학습 효과를 바탕으로 다주택자들의 ‘똘똘한 한 채’ 집중 전략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재호 한신부동산 부장은 “양도세 중과 재적용은 단기적으로 매물 증가를 유도하겠지만, 핵심 지역의 집주인들은 세금을 내더라도 보유를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단순히 매각 시점의 세금만 높이는 정책은 시장의 근본적인 공급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투기 수요를 핵심지로 몰아넣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책 성공의 열쇠: 보유세 인상과 거래세 완화의 종합적 접근
전문가들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재적용이 성공적으로 시장 안정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보완 조치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핵심은 다주택 보유 자체에 대한 세금인 보유세를 크게 인상하고, 주택 매수자가 내는 세금인 취득세(거래세)를 완화하는 종합적인 세제 개편이다. 보유세가 높아지면 다주택자들은 장기간 주택을 보유하는 데 부담을 느끼게 되어 자연스럽게 매각을 고려하게 된다.
반면, 취득세를 완화하면 실수요자들이나 1주택자들이 주택을 구매하는 문턱이 낮아져 시장의 매물을 흡수할 수 있는 동력이 생긴다. 양도세 중과만으로는 매각을 강제하기 어렵지만, 보유세와 거래세의 균형 잡힌 조정은 매각 유도와 매수 수요 창출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풀이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재적용, 일관성 있는 정책 집행이 관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재적용은 주택 시장에 다시 한번 큰 변동성을 예고하고 있다. 단기적으로 급매물이 늘어나겠지만, 과거의 경험은 정책 당국에 단순한 징벌적 과세만으로는 시장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교훈을 남겼다. 정책의 성공은 다주택자가 ‘버티기’ 전략 대신 매각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강력하고 일관성 있는 세제 시스템 구축에 달려있다. 특히, 정책이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일관되게 집행될 것이라는 신뢰를 시장에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양도세 중과 재적용을 계기로 보유세와 거래세 등 전반적인 부동산 세제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투기 수요 억제와 실수요자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보다 정교하고 종합적인 접근 방식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