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고요하다는 편견은 착각? ‘월진’이 1시간 동안 울리는 과학적 이유
달은 지구와 달리 판 구조 운동이 없어 지질학적으로 안정적일 것이라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달에서도 지진과 유사한 진동 현상인 ‘월진(Moonquake)’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특히 월진은 지구 지진과 비교했을 때 진동의 감쇠 속도가 매우 느려, 한번 진동이 시작되면 짧게는 10분에서 길게는 한 시간 이상 지속되는 특성을 보인다. 이러한 현상은 달의 내부 구조와 성분 때문에 발생하며, 미래 달 탐사 및 영구 기지 건설 계획에 있어 중요한 안전 변수로 주목받는다.
월진의 주요 원인은 크게 네 가지로 분류된다.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은 지구의 강력한 기조력(조석력)에 의해 달 내부가 주기적으로 압력을 받는 심발 월진이며, 이 외에도 운석 충돌, 태양 복사열로 인한 표면 온도 변화에 따른 열적 팽창과 수축, 그리고 가장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천발 월진 등이 있다. 특히 천발 월진은 리히터 규모 5.5에 달하는 강도로 발생할 수 있어, 달 표면 활동의 위험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아폴로 임무(1969년~1977년) 당시 달 표면에 설치했던 지진계 데이터(Passive Seismic Experiment)를 최근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맞춰 재분석하고 있다. 이 50년 전 데이터는 월진의 특성과 달 내부 구조를 이해하는 핵심 자료로 활용되며, 달에 영구적인 거주지를 건설하기 위한 구조적 안전 기준을 확립하는 데 필수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 기조력에 의해 발생하는 ‘심발 월진’의 주기성
월진 중 가장 흔하게 관측되는 유형은 달 내부 깊은 곳, 즉 표면 아래 700km에서 1200km 사이에서 발생하는 심발 월진이다. 이 월진은 지구의 강력한 중력으로 인한 기조력이 달을 잡아당기거나 밀어내는 주기적인 압력 변화 때문에 발생한다. 심발 월진은 일반적으로 리히터 규모 2.0 이하로 약하지만, 그 발생 패턴이 매우 규칙적이라는 특징을 갖는다.
아폴로 지진계 기록에 따르면, 심발 월진은 달이 지구에 가장 가까워지는 근지점과 가장 멀어지는 원지점 주변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이는 지구의 조석력이 달의 암석층에 가하는 응력 변화가 월진을 유발하는 주요 메커니즘임을 시사한다. 이처럼 예측 가능한 주기성을 가진 심발 월진은 달의 핵과 맨틀 경계면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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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이 한 시간 이상 지속되는 달의 비밀
월진의 가장 독특한 특징은 진동이 매우 오래 지속된다는 점이다. 지구에서 발생하는 지진의 진동은 보통 수십 초에서 길어야 몇 분 안에 감쇠되지만, 달에서는 진동이 10분에서 60분, 심지어 그 이상까지도 지속되는 경우가 관측됐다. 이러한 차이는 달의 내부 환경 때문이다. 지구의 경우, 지각 내부에 물과 같은 유체가 존재하며, 암석층이 부분적으로 녹아 있거나 파쇄된 구조를 가지고 있어 지진파의 에너지를 빠르게 흡수하고 분산시킨다.
반면, 달의 내부는 매우 건조하고 균열이 적은 단단한 암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진파가 달 내부를 통과할 때 에너지가 흡수되지 않고 효율적으로 반사되면서, 진동이 달 전체를 수십 번 왕복하며 오랫동안 울리게 되는 것이다. 아폴로 임무 당시 과학자들은 이 현상을 마치 ‘종을 치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규모 5.5 강진급 ‘천발 월진’의 잠재적 위협
심발 월진은 약하지만, 달 표면에서 불과 20km에서 30km 깊이에서 발생하는 천발 월진은 훨씬 강력하고 파괴적인 잠재력을 지닌다. 아폴로 지진계가 기록한 천발 월진 중 일부는 리히터 규모 5.5에 달하는 강도를 보였다. 이 정도의 규모는 지구에서도 상당한 구조물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수준이다.
천발 월진의 정확한 발생 메커니즘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달 표면의 단층 활동이나 급격한 열적 변화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천발 월진은 발생 빈도는 낮지만, 그 강도가 높고 진원지가 얕아 달에 건설될 미래의 거주지나 인프라에 심각한 구조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NASA는 아르테미스 임무를 통해 달에 장기 체류 기지를 건설하기 전에, 천발 월진의 발생 위치와 빈도, 그리고 예측 모델을 정밀하게 구축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아르테미스 시대, 월진 연구의 재개와 새로운 장비 도입
아폴로 임무가 종료된 이후 월진 연구는 수십 년간 정체기를 겪었으나,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이 본격화되면서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NASA는 달의 남극 지역에 영구 기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월진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2024년 이후 예정된 달 착륙 임무에는 새로운 세대의 지진계가 탑재될 계획이다. 특히 달의 뒷면(Far Side)에 설치될 예정인 ‘Farside Seismic Suite(FSS)’는 지구의 전파 간섭 없이 순수한 달의 진동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FSS는 달의 내부 구조와 열적 상태, 그리고 월진의 근원지를 더욱 정확하게 파악하여, 달의 지질학적 역사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최신 기술을 적용한 월진 모니터링은 달 기지 설계의 안전성을 높이고, 우주 비행사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데 기여한다.
월진은 달이 지질학적으로 완전히 죽은 천체가 아니라, 지구의 영향과 자체적인 열적 변화에 의해 끊임없이 움직이는 역동적인 천체임을 증명한다. 특히 진동이 한 시간 이상 지속되는 현상은 달의 건조하고 단단한 내부 구조를 반영하며, 이는 달 표면 활동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정보이다. 미래의 달 탐사 및 거주지 건설 계획은 이러한 월진의 주기성과 강도를 면밀히 분석하여, 구조물의 내진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 아폴로 시대의 데이터를 재해석하고 새로운 고성능 지진계를 배치하는 NASA의 노력은, 인류가 달에 영구적으로 정착하기 위한 첫걸음이자, 달의 숨겨진 지질학적 비밀을 완전히 파헤칠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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