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식단 조절만으론 부족, 당뇨병 관리의 치명적 오해, ‘약물 치료’ 회피의 대가
당뇨병 진단을 받은 환자들 사이에는 일종의 ‘치료 계급론’이 존재한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식이요법과 운동만으로 혈당을 잡는 ‘자연 요법’이고, 약물 치료는 그 다음 단계, 인슐린 주사는 최후의 수단이라는 인식이다. 특히 2형 당뇨병 환자 대다수는 약물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드러내며, “식단만 철저히 하면 약을 피할 수 있다”는 희망적 관측에 매달린다. 그러나 이 희망은 종종 치명적인 오해로 귀결된다.
당뇨병은 단순한 생활습관병이 아니라, 췌장의 기능 저하와 인슐린 저항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진행성’ 질환이기 때문이다. 식단 조절만으로 당뇨병을 완벽히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은, 결국 합병증의 그림자를 키우는 결과를 초래한다.
많은 환자들이 약물 복용을 ‘패배’로 간주하지만, 문제는 약을 먹기 시작하는 시점이 아니라, 당뇨병 약물 치료의 필요성을 무시하고 고혈당 상태를 방치하는 데 있다. 당뇨병의 진짜 위협은 혈당 수치 그 자체가 아니라, 고혈당이 지속되면서 발생하는 전신적인 혈관 손상이다. 망막병증, 신장병증, 신경병증 같은 미세혈관 합병증은 물론, 심근경색, 뇌졸중 같은 대혈관 합병증은 환자의 삶의 질을 파괴한다.

당뇨병 약물 치료의 필요성: 조기 개입이 췌장 기능을 보호한다
2형 당뇨병은 진단 시점 이전에 이미 수년간 인슐린 저항성이 진행되고 췌장의 베타세포 기능이 50% 이상 손상된 경우가 흔하다. 이런 상황에서 식단 조절만으로 혈당을 정상 범위(당화혈색소 6.5% 미만)로 끌어내리는 것은 매우 어렵다. 특히 당화혈색소(HbA1c) 수치가 7%를 넘는다면, 이는 이미 합병증 발생 위험이 유의미하게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약물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약물 치료는 단순히 혈당을 떨어뜨리는 ‘대증 치료’에 그치지 않는다. 메트포르민과 같은 1차 약물은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여 췌장이 과도하게 인슐린을 분비해야 하는 부담을 줄여준다. 최근 개발된 DPP-4 억제제, SGLT-2 억제제, GLP-1 수용체 작용제 등은 베타세포의 기능을 보호하고, 인슐린 분비 능력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즉, 조기에 적극적인 약물 치료를 시작하는 것은 ‘평생 약을 먹는다’는 두려움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췌장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여 질병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최신 치료 패러다임: 혈당 조절을 넘어선 심혈관 보호
과거 당뇨병 치료의 목표가 단순히 혈당 수치를 낮추는 것이었다면, 2020년대 이후의 치료 패러다임은 완전히 달라졌다. 최신 당뇨병 약물들은 혈당 강하 효과뿐만 아니라 심혈관 및 신장 보호 효과가 입증됐다. 예를 들어, SGLT-2 억제제 계열은 소변으로 포도당을 배출시켜 혈당을 낮추는 동시에, 심부전 환자의 입원율을 낮추고 만성 신장질환의 진행을 늦추는 효과를 보인다.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체중 감소 효과와 함께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유의미하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당뇨병 환자가 약물 선택에 있어 더 이상 주저할 이유가 없음을 시사한다. 특히 심부전이나 만성 신장질환 병력이 있는 환자에게는 이러한 계열의 약물 사용이 단순한 선택이 아닌, 장기적인 생존율을 높이는 필수 전략으로 권고된다. 당뇨병 약물 치료의 필요성은 이제 합병증 예방이라는 차원을 넘어, 심혈관 건강을 지키는 적극적인 예방 의학의 영역으로 확장된 것이다.

진행성 질환의 이해: 약물 조정은 실패가 아니다
당뇨병 관리에 있어 또 다른 중요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당뇨병은 ‘진행성’ 질환이다. 환자가 아무리 철저하게 식단과 운동을 지키더라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췌장의 기능은 자연스럽게 감소한다. 따라서 처음에는 약물 없이 조절되던 환자도 수년 후에는 약물 치료가 필요해질 수 있고, 약물 용량이 늘어나거나 인슐린 주사로 전환될 수도 있다. 이는 환자의 관리 실패가 아니다. 질환의 자연 경과에 따른 당연한 치료 조정이다.
이러한 진행성을 인정하지 않고 약물 치료를 거부하거나, 이미 혈당 조절 목표치(개인별 목표 HbA1c 6.5~7.0%)를 벗어났음에도 식이요법에만 의존하는 것은 시간을 낭비하는 행위다. 혈당이 불안정한 기간이 길어질수록 혈관 손상은 돌이킬 수 없게 누적된다. 약물 치료를 시작하는 것은 질병의 진행을 막고, 합병증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과학적인 방패다.
당뇨병 치료에서 식단 조절과 운동은 영원한 기본 축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가 약물 치료를 대체할 수는 없다. 특히 진단 초기부터 혈당 수치가 높거나, 합병증 위험 인자를 가진 환자에게 당뇨병 약물 치료의 필요성은 절대적이다. 약물은 혈당을 빠르게 정상화시켜 혈관 손상을 최소화하고, 췌장 기능을 보호하며, 심혈관 합병증 위험까지 낮추는 다목적 도구다. 약물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버리고, 전문가와 상의하여 자신의 상태에 맞는 최적의 치료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당뇨병은 조절 가능한 질환이지만, 그 조절의 핵심은 ‘조기 개입’과 ‘과학적 치료’에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오늘 당신의 혈당은 안전한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명확하지 않다면, 약물 치료를 망설일 시간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