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화혈색소 평균 혈당 조절, 90일간의 건강 성적표가 보여주는 것
시험 기간이 끝난 후 받는 성적표는 지난 몇 달간의 노력과 결과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당뇨병 환자에게도 이와 같은 결정적인 ‘성적표’가 존재한다. 바로 당화혈색소(HbA1c) 수치다.
이 수치는 하루하루의 혈당 변화에 일희일비하는 일기장이 아니라, 지난 2~3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혈액 속 포도당과 적혈구가 얼마나 결합했는지를 정직하게 보여주는 장기 기록지다. 당뇨병 진단과 합병증 예방의 핵심 지표인 당화혈색소는 환자의 생활 습관과 치료 계획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된다.

단기 변동성 넘어선 ‘시간의 기록’
당화혈색소(HbA1c)는 적혈구 내의 헤모글로빈이 혈액 속의 포도당과 결합하여 당화된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다. 혈당이 높을수록 포도당이 헤모글로빈에 더 많이, 그리고 더 단단하게 들러붙게 된다. 적혈구의 수명은 대략 120일(약 4개월)이며, 이 때문에 HbA1c 검사는 적혈구가 생성된 시점부터 검사 시점까지의 평균적인 혈당 농도를 반영한다. 특히 검사 시점으로부터 2~3개월 전의 혈당 상태를 가장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매일 측정하는 공복 혈당이나 식후 혈당이 측정 당시의 상태만을 보여주는 것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환자가 검사 직전에만 식단 조절을 하거나 약물 복용을 철저히 하는 ‘벼락치기’ 노력을 하더라도, HbA1c 수치는 이러한 단기적인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HbA1c는 환자의 전반적인 혈당 조절 습관과 치료 이행도를 평가하는 데 있어 가장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지표로 통용된다.
HbA1c 수치, 합병증 위험을 직접 결정한다
당화혈색소 수치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혈당 조절 상태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당뇨병 합병증 발생 위험과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갖기 때문이다. 주요 연구 결과에 따르면, HbA1c 수치가 1%p 낮아질 때마다 당뇨병 관련 합병증 발생 위험이 약 25~30%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미세혈관 합병증인 망막병증, 신장병증, 신경병증 등은 장기간의 높은 평균 혈당 조절 상태에 의해 촉발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당뇨병 환자의 치료 목표는 HbA1c 6.5% 미만 또는 7.0% 미만으로 설정된다. 6.5% 미만은 당뇨병 진단 기준이 되기도 하며, 7.0%는 대부분의 성인 당뇨병 환자에게 권고되는 관리 목표다. 만약 이 수치를 지속적으로 초과할 경우, 환자는 심혈관 질환, 뇌졸중, 말초동맥 질환 등 치명적인 대혈관 합병증의 위험에 노출된다. 따라서 HbA1c 수치를 목표 범위 내로 유지하는 것은 당뇨병 관리의 알파이자 오메가라고 평가된다.
이 혁 힘내라내과의원 원장은 “HbA1c는 환자가 검사 직전에만 혈당 관리를 하는 ‘벼락치기’ 노력을 방지하는 핵심 지표다”며, “이 수치는 지난 90일간의 식습관과 치료 이행도를 정직하게 반영하므로, 합병증 예방을 위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장기 성적표다”라고 강조했다.

수치 변화에 따른 치료 전략의 미세 조정
의료진은 HbA1c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환자의 치료 계획을 미세하게 조정한다. 만약 환자가 자가 혈당 측정 결과는 양호한데 HbA1c 수치가 높게 나온다면, 이는 식사 후 혈당이 급격히 오르는 고혈당 상태가 빈번하게 발생했거나, 야간이나 새벽 시간대에 혈당 스파이크가 있었음을 시사한다. 이 경우, 식단 구성의 변화나 인슐린 용량 및 투여 시점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반대로 HbA1c 수치가 지나치게 낮게 측정될 경우, 저혈당 위험이 높았음을 의미할 수 있다. 저혈당은 당뇨병 환자에게 즉각적인 위험을 초래하며, 장기적으로도 인지 기능 저하와 심혈관 부담을 증가시킨다. 따라서 의료진은 HbA1c 수치를 통해 환자가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인 범위 내에서 혈당 조절을 하고 있는지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이처럼 HbA1c는 단순한 진단 도구를 넘어, 환자와 의료진 간의 소통과 협력을 이끌어내는 핵심 매개체 역할을 수행한다.
당화혈색소 관리, 생활 습관 개선이 핵심 과제
당화혈색소 수치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일시적인 노력이 아닌, 지속 가능한 생활 습관의 변화가 필수적이다. 특히 식사 후 혈당 상승을 완화하는 저혈당 지수(GI) 식단을 유지하고, 규칙적인 유산소 및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운동은 인슐린 민감도를 높여 포도당이 세포로 더 잘 흡수되도록 돕기 때문이다.
또한, 스트레스 관리와 충분한 수면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요소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혈당을 높이는 작용을 하며, 수면 부족은 인슐린 저항성을 악화시킨다. 당화혈색소라는 90일간의 ‘성적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환자가 스스로 자신의 생활 전반을 돌아보고, 약물 치료와 더불어 식습관, 운동, 정신 건강까지 포괄하는 통합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당화혈색소 수치는 환자에게 과거의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동시에, 미래의 합병증 위험을 경고하는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혁 힘내라내과의원 원장은 “당화혈색소를 목표 수치인 6.5% 또는 7.0% 미만으로 유지하지 못할 경우, 심뇌혈관 질환을 포함한 치명적인 합병증 발생 위험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며, “따라서 환자들은 약물 치료와 더불어 지속적인 식단 관리,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인슐린 민감도를 높이는 통합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