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 덮인 황량한 산비탈에 위태롭게 세워진 낡은 텐트.
댜틀로프 고개 60년 미스터리: 영하 30도 설원에서 사라진 9인의 미스터리, 그 60년 논란의 진실은?
1959년 2월, 러시아 우랄산맥의 오지, 댜틀로프 고개에서 경험 많은 9명의 등반대가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 사건은 전 세계 미스터리 애호가들 사이에서 반세기 넘게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영하 30도를 넘나드는 극한의 설원에서 발견된 시신들은 옷이 불완전하게 착용된 상태였고, 일부는 끔찍한 부상을 입었으며, 심지어 혀와 눈이 사라진 채 발견돼 충격을 더했다. 이들은 밤중에 텐트를 안에서 칼로 찢고 맨발로 도망친 것으로 추정돼 사건의 기괴함을 더했다.
당시 소련 당국은 이들의 죽음이 ‘알 수 없는 강력한 힘’에 의한 것이라고 결론 내렸고, 이는 외계인의 소행, 군사 실험의 실패, 설인(Yeti)의 공격, 또는 미지의 기상 현상 등 헤아릴 수 없는 음모론과 가설을 양산하는 배경이 됐다. 수십 년간 수많은 다큐멘터리와 서적을 통해 재조명됐지만, 명확한 해답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스위스 연방 공과대학(EPFL) 연구팀이 설빙판 눈사태(slab avalanche) 가설을 제기하며 과학적인 설명을 시도했고, 러시아 검찰청 또한 2019년부터 재조사를 진행하는 등 이 미스터리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과연 이 과학적 접근이 60년 넘게 인류를 혼란에 빠뜨렸던 댜틀로프 고개 비극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

충격적 발견: 찢겨진 텐트와 의문의 시신들
댜틀로프 고개 사건의 시작은 1959년 2월 26일, 수색대가 등반대의 텐트를 발견하면서부터였다. 텐트는 안에서 칼로 찢겨진 흔적이 역력했고, 그 안에는 등반대원들의 장비와 옷가지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텐트 밖으로는 맨발이나 양말만 신은 채 눈밭을 가로지른 발자국들이 숲을 향해 이어졌다. 곧이어 체온이 영하 30도를 밑도는 극한의 추위 속에서 제대로 옷을 입지 않은 채 얼어붙은 시신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총 9명의 대원 중 5명은 텐트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였으나, 숲 속 깊숙이 발견된 나머지 시신들은 심상치 않은 부상을 가지고 있었다. 두개골 골절, 갈비뼈 골절 등 심각한 외상을 입은 시신도 있었고, 심지어 한 여성 대원의 시신에서는 혀와 눈이 사라져 미스터리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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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간 이어진 음모론과 가설의 향연
사건 초기 소련 당국이 내린 ‘알 수 없는 강력한 힘’이라는 모호한 결론은 댜틀로프 고개 사건을 초자연적 현상이나 극비 군사 실험의 실패와 엮는 수많은 음모론을 탄생시켰다. 일부에서는 거대한 예티(설인)의 공격을 주장했고, 또 다른 이들은 미확인 비행물체(UFO)나 외계인의 소행을 언급했다. 특정 지역에서 발생하는 저주파(인프라사운드)가 공포감을 유발해 대원들이 텐트를 찢고 뛰쳐나가게 했다는 가설도 나왔다.
심지어 대원들 간의 갈등이나 도망친 정치범에 의한 살인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처럼 다양한 추측들은 사건의 명확한 해답이 제시되지 않으면서 끊임없이 재생산되며 전 세계 미스터리 애호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과학, 댜틀로프 고개 미스터리에 답을 찾다?
오랫동안 난제로 남아있던 댜틀로프 고개 사건에 대해 2019년부터 러시아 검찰청이 재조사를 시작했고, 스위스 연방 공과대학(EPFL)의 연구팀이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새로운 가설을 내놓으며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연구는 ‘설빙판 눈사태(slab avalanche)’ 이론을 핵심으로 한다. 연구팀은 등반대가 텐트를 설치한 경사면이 불안정했으며, 밤새 쌓인 눈이 텐트 위에 압력을 가해 갑작스러운 눈사태를 유발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눈사태는 등반가들에게 공포를 주어 텐트를 찢고 급하게 대피하게 만들었으며, 어둠 속에서 저체온증과 함께 부상으로 사망하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시신에서 발견된 ‘역설적 벗기’ 현상(저체온증 말기에 체온이 오른다고 착각해 옷을 벗는 현상)은 이러한 저체온증 시나리오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근거로 제시됐다.

풀리지 않는 의문: 방사능과 기이한 부상들
과학적 가설이 제시됐음에도 불구하고, 댜틀로프 고개 사건에는 여전히 의문점이 남아있다. 특히 일부 시신에서 발견된 치명적인 내부 장기 손상이나 두개골 골절 등이 일반적인 눈사태 부상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일부 대원의 의류에서 높은 수준의 방사능이 검출된 점은 단순한 자연재해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비록 당시 등반대가 군수공장에서 사용되는 옷을 입었을 가능성이나 기타 환경적 요인으로 설명되기도 하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은 이 방사능 수치가 사건의 숨겨진 비밀을 담고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처럼 새로운 과학적 설명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해소되지 않는 몇몇 의문점들은 댜틀로프 고개 미스터리가 아직 완전한 종지부를 찍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댜틀로프 고개 사건은 6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가설과 음모론 속에서 인류의 상상력을 자극해왔다. 최근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설빙판 눈사태’라는 유력한 설명이 제시됐지만, 일부 기이한 부상과 방사능 검출 등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들이 남아있다. 이처럼 미지의 영역에 대한 인간의 끊임없는 탐구는 댜틀로프 고개 사건을 단순한 비극을 넘어선 영원한 미스터리로 기억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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