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테인 오해와 진실, ‘회복’ 아닌 ‘유지’에 초점을 맞춰야
“요즘 눈이 침침해서 루테인을 먹기 시작했어요. 이거 먹으면 시력이 다시 좋아질 수 있겠죠?”
안과 진료실에서 흔히 듣는 질문이다. 노안이나 근시로 인해 시력이 저하된 중년층이 루테인 영양제를 구세주처럼 여기며 섭취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루테인이 마치 돋보기나 안경을 벗게 해주는 마법의 약처럼 작용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는다. 하지만 전문의들은 이러한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다. 루테인은 이미 손상된 시력을 드라마틱하게 되돌리는 치료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루테인의 진정한 역할은 노화로 인해 황반 색소 밀도가 감소하는 것을 늦추고, 시력 저하 속도를 ‘유지’하고 ‘방어’하는 데 있다. 대중이 루테인에 거는 과도한 기대와 실제 과학적 효능 사이의 간극을 면밀히 분석한다.

루테인의 과학적 역할: 황반 색소 밀도 유지
루테인은 우리 눈의 중심 시력을 담당하는 황반(Macula)에 집중적으로 존재하는 카로티노이드 색소다. 황반은 시신경 세포가 밀집된 곳으로, 외부에서 들어오는 청색광을 흡수하고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필터 역할을 수행한다. 이 필터의 핵심 성분이 바로 루테인과 지아잔틴이다. 문제는 이 황반 색소 밀도가 25세 전후로 최고치를 찍은 후, 나이가 들면서 점차 감소한다는 점이다. 특히 60세가 넘으면 20대 대비 절반 이하로 줄어들 수 있다.
루테인 보충제의 섭취 목적은 바로 이 감소하는 황반 색소의 밀도를 인위적으로 유지하거나 보충하는 데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루테인을 꾸준히 섭취할 경우 황반 색소 밀도가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황반이 외부 유해 환경으로부터 보호받는 방어막이 두꺼워지는 것을 의미한다. 루테인은 항산화 작용을 통해 망막 세포의 손상을 줄이는 데 기여하지만, 이미 노화나 질병으로 인해 파괴되거나 기능이 저하된 시신경 세포를 재생시키거나 복원하는 기능은 없다. 따라서 루테인은 ‘손상을 막는 예방제’이지, ‘손상을 고치는 치료제’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
이미 나빠진 시력, 왜 루테인으로 되돌릴 수 없나
많은 소비자가 루테인을 복용하면 근시나 원시가 개선되거나, 노안으로 인한 시력 저하가 역전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시력 저하의 원인은 다양하며, 대부분 구조적인 문제와 관련이 있다. 근시는 안구 길이가 길어져 초점이 망막 앞에 맺히는 것이고, 노안은 수정체의 탄력이 떨어져 조절력이 약해지는 문제다. 황반변성 역시 황반 조직 자체가 손상되거나 변형되는 질환이다.
루테인은 황반 색소 밀도를 높여 노인성 황반변성(AMD)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있으나, 이미 진행된 황반의 구조적 손상을 되돌릴 수는 없다. 또한, 루테인은 안구의 물리적 구조(안축장, 수정체 탄력) 자체를 변화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근시나 노안을 직접적으로 개선하는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시력 개선 효과를 주장하는 일부 광고는 루테인의 ‘시력 유지 및 보호’ 기능을 과장 해석한 결과로 풀이된다. 루테인은 현재의 시력을 악화시키지 않고 최대한 오래 유지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한다.
나 현 가든안과의원 원장은 “루테인은 이미 손상된 시신경 세포를 재생시키거나 근시나 노안 등 구조적인 시력 저하를 개선하지 못한다”며, “루테인의 역할은 현재의 시력을 보호하고 황반의 노화 속도를 늦추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루테인 섭취의 최적 시기: 예방적 접근의 중요성
루테인의 효능이 ‘유지’에 있다면, 섭취 시기는 매우 중요해진다. 황반 색소 밀도가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하는 40대 전후부터 예방적으로 섭취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이미 시력이 심각하게 저하됐거나 황반변성이 상당히 진행된 후 루테인을 복용하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될 수 있다.
특히, 루테인은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는 필수 영양소이므로 반드시 외부 섭취가 필요하다. 시금치, 케일 등 녹황색 채소에 풍부하지만, 현대인의 식습관만으로는 충분한 양을 채우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하루 권장량인 10~20mg의 루테인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루테인은 지용성 성분이므로 식사 중 또는 식사 직후에 섭취해야 흡수율을 높일 수 있다. 섭취 후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최소 3~6개월이 소요되므로, 단기간 복용으로 시력 개선을 기대하는 것 역시 비현실적이다.
루테인 맹신을 넘어선 종합적인 시력 관리 필요
루테인이 눈 건강에 필수적인 영양소임은 분명하지만, 루테인만으로는 모든 시력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시력 보호를 위해서는 루테인 섭취 외에도 종합적인 생활 습관 개선이 필수적이다. 장시간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사용을 피하고, 1시간마다 10분씩 휴식을 취하는 ‘20-20-20 규칙’을 실천해야 한다.
또한, 루테인과 함께 오메가-3 지방산(DHA, EPA)이 눈물층을 안정시키고 안구 건조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며, 비타민 C와 E, 아연 등 다른 항산화 영양소 역시 황반변성의 위험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 루테인에 대한 맹신은 오히려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소홀히 하게 만들 수 있다. 시력에 변화가 느껴진다면 영양제에 의존하기보다 즉시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 루테인은 이미 나빠진 시력을 되돌리는 기적이 아니라, 건강한 눈을 지키는 든든한 ‘방패’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나 현 가든안과의원 원장은 “루테인은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으며 황반 색소 밀도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 효능이다”며, “효과를 보려면 식후 꾸준히 섭취해야 하며, 단기간 복용으로 시력 개선을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