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의 7가지 이름: 생태, 동태, 황태, 북어…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놀라운 변신 과정
한국인의 식탁에서 빠지지 않는 생선 중 하나인 명태는 가공 방식과 상태에 따라 무려 7가지 이상의 이름으로 불린다. 생태, 동태, 황태, 북어, 코다리 등 각기 다른 명칭은 단순한 이름 구분을 넘어, 맛과 식감, 심지어 가격대까지 완전히 다른 식재료로 활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시원하고 맑은 국물 맛으로 사랑받는 생태찌개는 ‘생태’라는 이름 그대로,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냉동이나 건조 과정을 거치지 않은 신선한 명태를 주재료로 사용한다. 이 생태가 냉동되면 동태가 되고, 건조 과정을 거치면 황태나 북어로 변모하며 한국의 다양한 국물 요리와 찜 요리에 활용된다.
명태의 가공 상태별 명칭 변화는 단순한 어휘의 유희가 아니라, 수백 년간 이어져 온 한국의 독특한 식문화와 보존 기술의 집약체다. 이처럼 명태가 어떻게 가공되느냐에 따라 식재료로서의 가치와 특성이 완전히 달라지는 명태의 놀라운 변신 과정을 자세히 분석한다.

생태찌개의 핵심: ‘생태’와 ‘동태’를 구분하는 신선도의 기준
생태찌개에 사용되는 ‘생태(生太)’는 살아 있는 상태이거나 잡은 후 냉장 상태로 유지되어 신선도가 최상인 명태를 지칭한다. 생태는 살이 부드럽고 수분 함량이 높아 찌개를 끓였을 때 국물이 맑고 시원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주로 맑은탕(지리) 형태로 조리되어 명태 본연의 맛을 즐기는 데 적합하다.
반면, ‘동태(凍太)’는 잡은 생태를 즉시 냉동시킨 명태를 말한다. 유통의 편의성과 장기 보존을 위해 냉동 과정을 거치며, 이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명태의 형태다. 동태는 냉동 과정에서 세포막이 손상되어 해동 시 살이 다소 푸석해질 수 있으나, 얼큰한 양념을 더한 동태찌개나 조림 요리에 활용되어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생태와 동태의 가장 큰 차이는 신선도 유지 방식과 이에 따른 식감 및 가격대에 있으며, 국내산 생태는 어획량 감소로 인해 매우 귀하고 고가에 거래되는 반면, 동태는 대부분 수입산이 유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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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의 겨울 예술: 황태와 북어, 건조 방식에 따른 맛과 질감의 차이
명태를 건조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며, 그 결과물인 황태와 북어는 완전히 다른 식재료로 탄생한다. ‘황태(黃太)’는 명태를 강원도 대관령 등 추운 덕장에서 겨울철에 약 3~4개월 동안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하며 자연 건조시킨 것이다. 이 과정에서 명태의 살은 섬유질이 부드러워지고 단백질이 응축되어 황금빛을 띠며, 특유의 깊고 구수한 맛을 갖게 됐다. 황태는 주로 해장국이나 구이에 사용되며, 명태 가공품 중에서도 고급으로 취급된다.
이에 비해 ‘북어’는 명태를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완전히 말린 것이다. 황태처럼 얼고 녹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단순 건조를 거치기 때문에 살이 단단하고 질긴 편이다. 북어는 주로 국물을 우려내는 용도로 사용되며, 특히 북엇국은 숙취 해소에 탁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어는 건조 과정의 차이로 인해 황태보다 생산 기간이 짧고 대량 생산이 용이하여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이처럼 건조 과정의 미세한 차이가 명태의 최종적인 맛과 용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코다리와 노가리: 명태 가공의 실용적 활용과 요리법
명태는 완전히 건조되거나 냉동되는 것 외에도 다양한 중간 단계의 가공을 통해 새로운 이름과 쓰임을 갖는다. ‘코다리’는 명태를 내장과 아가미를 제거하고 반쯤 말린 상태, 즉 반건조 명태를 일컫는다. 코다리는 완전히 마른 북어나 황태에 비해 수분 함량이 높아 살이 촉촉하고 쫄깃한 식감을 자랑한다. 이 특성 덕분에 코다리는 매콤한 양념에 조려 먹는 코다리찜이나 코다리 강정 등 조림 요리에 최적화됐다.
또한, ‘노가리’는 어린 명태를 건조시킨 것을 의미한다. 크기가 작고 가늘며, 주로 맥주 안주로 구워 먹거나 포 형태로 가공되어 소비된다. 노가리는 명태 자원 보호를 위해 현재까지도 어린 명태 포획 금지 조치가 지속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이 외에도 명태를 소금에 절인 ‘염태’, 명태의 창난으로 만든 ‘창난젓’, 명태의 알인 ‘명란’ 등 명태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생선으로 평가받는다. 각 가공품은 한국의 식문화에서 고유한 위치를 차지하며 다양한 미식 경험을 제공한다.
국내산 명태 자원의 현황과 시장 동향
과거 동해안에서 흔히 잡히던 명태는 1970년대 이후 급격한 어획량 감소를 겪었다. 환경 변화와 남획 등으로 인해 국내산 명태, 즉 생태는 현재 매우 희귀해져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명태 자원 회복을 위해 2014년부터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인공 수정란 방류 및 어린 명태(노가리) 포획 금지 조치를 시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2023년까지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명태(동태, 황태, 북어의 원료)는 러시아 등 북태평양 지역에서 수입된 것이다. 특히 황태의 경우, 원료는 수입 동태를 사용하더라도 한국의 대관령 등지에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건조해야만 ‘황태’라는 이름을 얻을 수 있다. 국내산 생태는 여전히 어획량이 미미하지만, 정부의 지속적인 자원 회복 노력 덕분에 2020년대 들어 일부 지역에서 명태 어획량이 소폭 증가하는 긍정적인 신호가 관측됐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산 생태는 프리미엄 식재료로 인식되며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명태는 단 하나의 생선이지만, 가공 방식에 따라 생태의 신선함, 동태의 실용성, 황태의 깊은 맛, 북어의 구수함, 코다리의 쫄깃함을 모두 갖춘 팔색조 매력을 지닌 식재료다. 소비자가 식재료를 선택할 때 명태의 가공 상태별 특징을 정확히 이해한다면, 요리의 목적과 맛의 선호도에 맞춰 최적의 명태를 선택할 수 있다. 명태의 다양한 이름과 그 뒤에 숨겨진 가공 기술은 한국의 식문화가 얼마나 정교하고 풍부한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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