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바닷물 2배 품은 목성 위성 유로파 거대 해양 세계… 외계 생명체 탐사의 최종 목적지
태양계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천체 중 하나로 목성의 네 번째 위성인 유로파가 지속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유로파는 표면 전체가 두꺼운 얼음층으로 덮여 있지만, 그 아래에 지구 전체의 바닷물 총량보다 약 두 배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액체 상태 바다를 품고 있는 것으로 과학계는 추정하고 있다. 이 지하 해양은 깊이가 최대 150km에 달하며, 지구의 심해 환경과 유사하게 생명체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유로파의 지하 바다가 액체 상태를 유지하는 핵심 원동력은 목성의 강력한 중력으로 인한 조석 가열(Tidal Heating) 현상이다. 이 현상은 위성 내부를 지속적으로 마찰시켜 열을 발생시키고, 이 열이 얼음층 아래의 물을 녹여 거대한 바다를 형성한다. 이 바다에는 지구 생명체의 필수 요소인 물은 물론, 암석 핵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다양한 화학 물질과 에너지가 공급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생명체 거주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국(ESA)은 각각 ‘유로파 클리퍼(Europa Clipper)’와 ‘주스(JUICE)’라는 대규모 탐사 임무를 진행 중이다. 특히 NASA의 클리퍼 임무는 2024년 10월 발사를 목표로 하며, 2030년 목성계에 도착해 유로파를 집중적으로 근접 비행하며 지하 바다의 구성 성분과 생명체의 흔적을 찾을 예정이다. 유로파는 인류가 외계 생명체를 발견할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손꼽히며, 우주 탐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지구의 두 배: 유로파 지하 바다의 규모와 특성
유로파의 지름은 약 3,100km로 달보다 약간 작지만, 그 내부에 담고 있는 물의 양은 압도적이다. 과학자들은 유로파 표면 아래 약 15~25km 두께의 얼음 지각 밑에 깊이 100km에 달하는 거대한 바다가 존재한다고 분석한다. 이 바다의 총량은 지구 표면의 모든 바닷물을 합친 양의 약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엄청난 양의 물은 유로파가 태양계 내에서 지구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액체 물을 보유한 천체임을 시사한다.
유로파의 지하 바다는 단순한 물 덩어리가 아니라, 지구의 바다처럼 염분을 포함한 염수(Saline Water)일 가능성이 높다. 허블 우주망원경의 관측 결과, 유로파 표면에서 염수 증기가 우주 공간으로 분출되는 ‘플룸(Plume)’ 현상이 포착됐다. 이는 바다가 암석 핵과 접촉하면서 미네랄과 염분을 용해시켰으며, 생명체가 필요로 하는 화학적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임을 나타낸다. 이러한 환경은 지구의 심해 열수 분출구 주변에서 발견되는 생태계와 유사한 형태의 생명체를 지탱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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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체 서식 조건: 액체 상태 유지의 비밀, 조석 가열
유로파는 태양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표면 온도가 영하 160도 이하로 매우 낮지만, 지하 바다가 얼지 않고 액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목성의 강력한 중력 때문이다. 유로파는 목성 주위를 타원 궤도로 공전하며, 목성 중력의 인력 변화에 따라 내부가 끊임없이 늘어나고 줄어드는 조석력(Tidal Force)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찰열, 즉 조석 가열이 유로파 내부의 열원으로 작용한다.
이 열은 지하 바다를 액체 상태로 유지할 뿐만 아니라, 유로파의 규산염 핵과 물 사이의 화학적 반응을 촉진하는 에너지원이 된다. 지구의 심해 생태계가 태양광이 아닌 화학적 에너지를 기반으로 생존하듯이, 유로파의 지하 바다 생명체 역시 이러한 열수 분출 환경에서 화학합성(Chemosynthesis)을 통해 에너지를 얻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예측하고 있다. 이는 유로파가 단순한 물 창고가 아닌, 독립적인 생태계를 품고 있을 잠재력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다.

NASA 클리퍼와 ESA 주스: 외계 해양 탐사의 쌍두마차
유로파의 비밀을 풀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은 현재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NASA의 유로파 클리퍼 탐사선은 2024년 10월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 헤비 로켓에 실려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클리퍼는 2030년 목성계에 도착한 후, 유로파 궤도를 돌며 약 50회에 걸쳐 근접 비행을 수행할 계획이다. 이 임무의 주요 목표는 유로파의 얼음 지각 두께를 측정하고, 지하 바다의 깊이와 염도, 화학적 성분을 상세히 파악하는 것이다. 클리퍼호에는 얼음 투과 레이더, 열화상 카메라, 질량 분석기 등 첨단 과학 장비 9개가 탑재됐다.
한편, 유럽우주국(ESA)은 2023년 4월 이미 ‘주스(JUICE)’ 탐사선을 발사했다. 주스는 목성의 얼음 위성인 가니메데, 칼리스토, 그리고 유로파를 모두 탐사하는 임무를 맡고 있으며, 2032년 목성계에 도착할 예정이다. 주스 탐사선은 특히 가니메데에 초점을 맞추지만, 유로파에 대한 근접 비행도 두 차례 수행하여 유로파 클리퍼와 상호 보완적인 데이터를 수집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두 탐사 임무는 유로파의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염수 플룸 관측: 지하 바다 샘플 확보 가능성 증대
유로파 탐사의 가장 큰 난관은 두꺼운 얼음층을 뚫고 지하 바다에 접근하는 것이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 허블 우주망원경을 통해 유로파 남극 지역에서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염수 플룸이 관측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 플룸은 지하 바다의 물이 얼음 지각의 균열을 통해 우주 공간으로 분출되는 현상으로, 지하 바다의 샘플을 직접 채취할 수 있는 ‘자연적인 통로’ 역할을 한다.
유로파 클리퍼 탐사선은 이 플룸 현상을 감지하고, 분출된 염수 입자를 직접 통과하며 분석하는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만약 이 염수 샘플에서 유기 분자나 생명 활동의 흔적이 발견된다면, 이는 인류가 외계 생명체를 발견하는 역사적인 순간이 될 수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유로파의 플룸은 목성의 중력 변화에 따라 주기적으로 분출되는 경향이 있으며, 탐사선이 이를 포착할 확률이 더욱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유로파는 태양계 내에서 지구 외에 액체 물과 에너지원, 그리고 화학적 물질을 모두 갖춘 몇 안 되는 천체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NASA와 ESA의 탐사 임무가 순조롭게 진행되어 2030년대에 유로파의 지하 바다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확보된다면, 이는 외계 생명체 탐사뿐만 아니라 태양계의 행성 형성 과정과 생명의 기원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답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로파 탐사는 인류의 우주 과학 역량을 시험하는 동시에, 우리가 우주에서 홀로 존재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중요한 단서들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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