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공장’ 넘어 미국인의 약장까지 장악한 중국… 미 의회, 원료의약품 탈중국화 위한 4대 권고안 전격 공개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반도체와 인공지능(AI)을 넘어 이제는 인간의 생명과 직결된 ‘의약품’ 분야로 전선을 넓히고 있다. 미국 의회 산하 자문기구가 중국이 미국 의약품 시장을 사실상 장악했으며, 이에 대한 통제권을 회복하지 못할 경우 미국의 의료 시스템 자체가 붕괴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의존을 넘어 국가 안보 차원의 심각한 위협으로 규정된 사안이다.
미국 의회 미중 경제안보 검토위원회(US-China Economic and Security Review Commission, 이하 위원회)는 지난 11월 발표한 ‘2025년 연례 의회 보고서’를 통해 중국산 원료의약품(API) 및 주요 출발 물질(KSM)에 대한 미국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구체적인 권고안을 공개했다. 이번 보고서는 중국이 미국의 제약 생산과 공급망의 ‘목줄’을 쥐고 있다는 냉정한 현실 인식에서 출발한다.

FDA조차 모르는 ‘깜깜이’ 공급망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실 중 하나는 미국 내 유통되는 의약품의 뿌리를 추적할 데이터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조차 의약품의 안전성과 효능을 평가하는 데 집중할 뿐, 해당 의약품을 구성하는 기본 성분이 최초 어디서 생산되어 최종적으로 어디를 거쳐 들어오는지에 대한 데이터는 수집하고 있지 않다.
위원회는 “미국 정부가 중국의 영향력을 이해하는 것은 대부분 추정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미국 의약품 제조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인과관계를 분석하려 해도, 이를 뒷받침할 정확한 데이터가 없어 취약점을 파악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던 셈이다.
미국은 이미 2000년부터 위원회를 구성해 미·중 경제 관계가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왔으나, 의약품 공급망의 불투명성으로 인해 중국이 시장을 지배하기까지의 과정을 명확히 규명하지 못했다. 이번 권고안은 이러한 데이터 공백을 메우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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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 의약품 90% 장악… ‘세계 질서 관리자’ 자처하는 중국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미국 의약품 시장 지배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미국인들이 일상적으로 복용하는 제네릭(복제약) 의약품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주요 성분이 중국산이며,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필수 의약품의 경우 무려 90%가 중국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세계 질서와 경제의 책임 있는 관리자는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표현까지 인용하며 미국의 바이오 안보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음을 시사했다. 특히 중국은 인슐린과 항생제 제조에 필수적인 아미노산 생산부터 시작해, 첨단 의료 기술인 mRNA 개발, 유전자 변형 세포 개발에 이르기까지 전 방위적으로 필수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는 곧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미국의 제약 생산 시스템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원회는 이러한 중국의 지배력이 앞으로 의약품 공급망뿐만 아니라 미국 의료 시스템 전체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약품 주권 회복을 위한 4가지 ‘안보 처방’
중국의 ‘바이오 굴기’에 대응해 위원회는 미국의 의약품 공급망 회복력을 강화하고 세계 질서의 리더 지위를 확고히 하기 위해 네 가지 핵심 제안을 내놓았다.
첫째, FDA에 대한 정보 수집 권한 부여다. ‘코로나바이러스 지원·구제 및 경제안정법(CARES)’을 개정하여 FDA가 제약사들에게 중국산 원료의약품(API)과 주요 출발 물질(KSM)의 사용량, 원산지 정보, 제3국을 우회한 조달 정보까지 요구할 수 있도록 권한을 대폭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 이는 깜깜이 공급망을 투명하게 들여다보겠다는 의지다.
둘째, 비공개 취약성 보고서 작성이다. FDA가 중국산 원료에 대한 미국의 의존도를 식별하고, 시간 경과에 따른 의존도 증감 추세를 집계하여 비공개 보고서 형태로 작성하도록 했다. 이는 대외비로 관리되어야 할 만큼 사안이 민감하고 안보와 직결됨을 보여준다.
셋째, 탈중국화 인센티브 제공이다. 규제 기관인 FDA가 단순히 감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제약사들이 중국산이 아닌 원료를 사용할 경우 이를 지원하거나 장려할 수 있는 규제 권한을 갖도록 했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하도록 유도하는 ‘당근’책이다.
마지막으로 가격 최저 보장제 도입이다. 미국 의료보험 및 메디케이드 서비스 센터(CMS)에 미국 및 동맹국의 API·KSM 시장 보호를 위한 조달 권한을 부여하고, 특히 중국의 비시장적 관행이나 가격 조작으로부터 미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가격 최저 보장’을 포함하도록 검토를 요청했다. 이는 저가 공세를 펼치는 중국산 원료에 맞서 자국 산업의 생태계를 보존하겠다는 강력한 보호무역 조치로 해석된다.
미국 의회의 이번 권고안은 단순히 특정 산업을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섰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의약품 주권을 되찾고, 중국에 종속된 공급망 사슬을 끊어내겠다는 미국의 강력한 의지가 담긴 ‘바이오 안보 선언’인 셈이다. 향후 이 권고안이 입법화되고 실제 행정 조치로 이어질 경우, 글로벌 제약 바이오 공급망에는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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