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물보안법 최종 통과, ‘우려 바이오기업’ 지정 절차와 파장
미국 생물보안법이 국방수권법안(NDAA)에 포함되어 12월 18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서명을 거쳐 발효됐다. 이로써 지난해 초 발의됐던 생물보안법안이 2년 만에 최종 통과됨에 따라, 미국 행정기관은 향후 특정 ‘우려 바이오기업(biotechnology companies of concern)’과의 계약 및 조달이 전면 금지된다. 관리예산국(OMB)은 법 발효 후 1년 이내에 우려 바이오기업 명단을 공표해야 하며, 이는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공급망과 기업 간 시장 경쟁 구도에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생물보안법은 국방수권법안 8장 E절 851조에 포함됐으며, 하원(찬성 312, 반대 112)과 상원(찬성 77, 반대 20)을 압도적인 표 차이로 통과하며 초당적인 지지를 확인했다. 법안의 핵심은 국가 안보에 위험을 초래하는 특정 외국 기업과의 바이오 장비 및 서비스 거래를 차단하는 데 있다.

국방수권법 제851조, 우려 바이오기업 지정 기준
생물보안법(SEC. 851)은 미국 행정기관이 우려 바이오기업이 생산하거나 제공하는 바이오 장비 및 서비스를 조달, 획득, 사용하거나 관련 계약을 체결, 연장, 갱신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규정한다. 또한, 대출 및 보조금을 받아 해당 기업의 장비나 서비스를 조달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우려 바이오기업으로 지정되는 기준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 국방권한법 1260H 규정에 따라 국방부가 매년 연방관보를 통해 발표하는 미국 내 운영 중인 중국군사기업(A)이다. 둘째, 외국 적대국의 정부를 대신하여 행정적 거버넌스 구조, 지시, 통제를 받거나 운영되며, 바이오 장비 또는 서비스의 제조, 유통, 제공 또는 조달에 관여하고, 국가 안보에 위험을 초래하는 기업(B)이다. 셋째, 위의 (A) 또는 (B)에 기술된 법인의 자회사, 모회사, 계열사 또는 승계 회사로서 (B)의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C)이 포함된다.
관리예산국(OMB)은 법 발효 후 1년 이내에 이러한 기준을 충족하는 우려 바이오기업 명단을 공표해야 한다. 명단에 지정된 기업은 통지 수령 후 90일 이내에 지정에 반대하는 정보와 주장을 제출할 수 있으며, 지정 취소를 위한 조치에 대해서도 안내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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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 발효 시점 및 기존 계약에 대한 유예 조치
생물보안법 규정은 연방조달규정(FAR)에 반영되어 발효된다. 특정 우려기업(국방부 1260H 목록 기업)으로 지정된 경우, 연방조달규정 개정 후 60일 후부터 조달 및 계약 금지 규정이 즉시 발효된다. 기타 우려기업으로 지정된 경우는 90일 후부터 금지 규정이 발효된다.
다만, 기타 우려기업과 기존에 체결된 계약 또는 합의에 따라 생산되거나 제공되는 바이오 장비 또는 서비스(이전에 협상된 계약 옵션 포함)의 경우에는 5년간 적용이 유예된다. 이 유예 조치는 기존 공급망의 급격한 붕괴를 막고 미국 기업들이 대체 공급처를 확보할 시간을 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생물보안법 최종 통과에 따른 업계의 즉각적인 대응
미국바이오협회(BIO)는 생물보안법 시행에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있으며, 법안 통과 직후 회원사들에게 법 전문과 주요 질의응답 자료를 배포했다. 이 자료에는 국방부의 1260H 기업 목록, OMB 목록 등재 및 제외 절차, 기존 계약 기업들이 유예기간 동안 취할 수 있는 조치 등 상세한 내용이 포함됐다.
특히, 국방부 1260H 목록에는 이미 유전체 분석 서비스 기업인 BGI와 MGI Tech이 포함돼 있어 이들에 대한 즉각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해외 언론에서는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인 Wuxi Apptec 역시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어, 관련 기업들은 물론 이들과 거래하는 미국 기업들도 분주하게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바이오협회는 언급된 회사의 자회사, 모회사, 계열사, 승계회사까지 규제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며 회원사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이는 규제 회피를 위한 구조 변경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글로벌 바이오 시장 재편과 한국 기업의 기회
이번 미국 생물보안법 최종 통과는 미국이 강력하게 추진하는 의약품 관세 부과 및 약가 인하 정책과 맞물려 2026년 글로벌 의약품 공급망에 거대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서 철수하거나 거래가 제한됨에 따라 발생하는 시장 공백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시장 재편은 한국, 인도, 일본, 유럽 등 비중국권 바이오 기업들에게는 대규모의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국가의 CDMO, 유전체 분석, 바이오 장비 제조 기업들은 미국 시장 진출 및 점유율 확대를 위해 경쟁을 한층 더 가열할 전망이다. 한국 기업들은 품질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 내 공급망 안정화 요구에 부응하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생물보안법의 최종 통과는 단순한 규제 강화 차원을 넘어, 미국과 중국 간의 기술 패권 경쟁이 바이오 분야의 핵심 공급망으로 확산됐음을 보여준다. 향후 1년 이내에 OMB가 발표할 우려 바이오기업 명단과 그에 따른 연방조달규정의 개정은 글로벌 바이오산업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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