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투자 양극화 심화: VC 자금 경색과 초기 기업 생존 전략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차세대 전략 산업으로 급부상했던 바이오 산업이 혹독한 투자 겨울을 맞이했다. 고령화와 정밀의학 발전으로 기술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금리 상승과 거시경제적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자본 시장은 급격히 보수적으로 전환됐다. 과거 우수한 논문과 혁신적인 기술만으로 외부 자금 확보가 가능했던 ‘바이오 투자 황금기’는 막을 내렸다. 이제 투자자들은 기술성뿐만 아니라 시장성과 사업성을 동시에 검토하며, 이는 바이오 벤처 생태계의 구조적 양극화 심화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와 투자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분석한 ‘BIO ECONOMY BRIEF’에 따르면, 현재와 같은 자본 공급의 미스매치 상황에서는 단순히 기술력만으로는 투자 유치가 어려워졌으며, 일정 수준 이상의 사업성 또는 임상 성과가 입증된 기업에만 자금이 집중되는 현상이 뚜렷하다.

글로벌 VC 펀드레이징 악화, 투자 양극화 심화 가속
글로벌 바이오 투자 시장은 2025년에도 2024년과 유사한 수준의 총 투자 규모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내부적으로는 구조적 양극화가 심화됐다. 거시경제적 압박으로 인해 VC 펀드 조성 활동 자체가 급감했다. 2021년 309개에 달했던 바이오 분야 펀드 수는 2024년 46개로 줄었으며, 2025년 1분기에는 단 4개의 펀드만 결성됐다. 투자 여력 자체가 축소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투자는 ‘선택된 기업’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2025년 바이오제약 플랫폼 기업의 VC 평균 투자금은 6,960만 달러로 2015년 대비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이는 극소수의 초기 기업이 비정상적으로 큰 자금을 유치하면서 생태계 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초래한 것이다. 국내 역시 마찬가지로, 민간 VC 투자는 2021년 정점 이후 하락 추세이며, 특히 창업 초기 단계 VC 투자금은 2022년 정점 대비 2025년 8월 기준 크게 감소했다. VC들이 불확실성이 높은 초기 분야보다 중기 이후 단계에 투자를 확대하면서, 초기 바이오기업의 생존 가능성이 낮아지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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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트렌드 변화: 신약 중심에서 수익화 가시성 모델로
국내 바이오기업의 상장 트렌드 역시 급격히 재편됐다. 기술 특례 상장을 통한 바이오 기업 수는 2020년 16개에서 2023년 8개로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IPO 시장의 중심은 단일 신약 파이프라인 보유 기업에서 조기 매출 실현이 가능한 사업모델 기반 기업으로 이동했다. VC들은 높은 임상 리스크를 수반한 신약 개발 기업보다는 수익화 가시성이 높은 기술 기반 플랫폼, B2B 사업모델 등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2024년 기술 특례 상장 기업 분석 결과, IPO 트렌드는 의료기기, 체외진단, 디지털 헬스 등으로 다변화됐다. 2024년 기술 특례 상장 바이오 기업 16개 중 의료기기가 7개, 기타 바이오가 4개를 차지하며, 전통적인 신약 중심의 IPO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이는 시장이 혁신적인 기술력과 더불어 확실한 캐시카우를 요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성숙한 투자 생태계의 증거, 메자닌 투자의 확대
주목할 만한 동향은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전환사채(CB), 우선주 등 복합금융 형태의 메자닌(Mezzanine)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주주배정이나 일반 공모 방식의 유상증자가 표준이었다면, 최근에는 증권사, PEF, 캐피탈 등 다양한 기관이 메자닌 형태로 참여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이는 비상장 단계의 벤처투자 위주에서 벗어나, 상장 이후에도 성장 자본이 활발히 유입되는 성숙한 바이오·헬스케어 투자 생태계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투자기관들은 RCPS(상환전환우선주), CPS(전환우선주) 등 다양한 메자닌 증권을 활용하여 중위험·중수익 구조를 통해 리스크를 관리하면서도 성장 잠재력을 추구한다. 에이비엘바이오, 인벤티지랩 등의 성공 사례는 전문적인 심사와 사후 관리가 결합될 때 상장 바이오텍의 높은 성장률 달성이 가능함을 입증했다.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 유효성 검증과 시장성
최근 2년간 200억 원 이상 투자를 확보한 비상장 바이오기업들은 공통적으로 글로벌 기술이전 계약 체결, 글로벌 제약사와의 파트너십 구축, FDA 인증 등 구체적인 마일스톤을 달성했다. 반면, 상장 예비심사에서 고배를 마신 기업들은 명확한 실패 요인을 공유한다.
실패 사례를 분석하면, 예상 시장 규모가 협소해 향후 수익 창출이 불확실하거나(C사), 신약 물질의 통계적 유효성 검증에 실패한 경우(D사)가 많았다. 특히, 세계적으로 성공 사례가 없는 비임상 단계의 신약을 개발하며 인체 유효성을 입증할 직접 증거(임상 자료 등)를 확보하지 못한 경우(E사) 기술성 평가가 불가능했다. 심지어 임상 프로토콜을 위반하며 이중맹검을 중도 해제하여 분석 결과를 제시한 경우(F사)에는 기술성 평가 자체가 불가하게 됐다. 이는 투자 유치와 상장 성공을 위해서는 기술의 혁신성뿐만 아니라, 객관적인 임상 성과와 명확한 시장 진입 경로가 필수적임을 시사한다.
생존을 위한 전략적 준비: FTO 분석과 투자자별 맞춤 전략
현재의 투자 시장은 기술력과 사업성을 동시에 요구한다. 바이오 기업 담당자는 투자자와의 지속적인 협력 관계 유지를 위해 적극적인 IR 활동을 추진해야 하며, 투자 유치를 위한 사전 준비 사항을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준비 사항 중 하나는 기술의 경쟁 우위도를 강조하기 위한 배타적 독점권 확보, 즉 FTO(Freedom to Operate) 분석이다. 아무리 혁신적인 기술이라도 특허나 독점권 등 법적 권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쉽게 모방되거나 시장에서 차별성을 잃게 된다. 또한, 자본 이익(Exit)을 추구하는 재무적 투자자(FI)와 사업 시너지(협업/내부 편입)를 추구하는 전략적 투자자(SI)의 투자 목적, 평가 기준, Exit 전략 등을 명확히 구분하여 기업의 중장기 계획에 맞는 맞춤형 자본 조달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투자 단계별 VC의 주요 검토 항목은 명확하다. 시드/프리-A 단계에서는 창업자 역량과 기술 차별성이 중요하며, 시리즈 A에서는 PoC 결과와 R&D 타임라인이 필수다. 시리즈 B 이후부터는 IND 승인 등 임상 진척도와 자금 운용 전략이 핵심 평가 요소가 된다. 바이오 기업은 최근의 투자유치 성공/실패 사례 분석을 기반으로, 우리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모색하고 관련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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