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 돌봄 부담 경감 넘어 자립 지원까지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 하루 종일 이 아이와 무얼 해야 하나”는 고민이 30년 넘게 어머니 B씨의 일상이었다. 성인 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B씨에게 낮 시간은 끝없는 돌봄 노동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최근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가 확대되면서, B씨의 아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지역사회 활동센터에서 음악, 미술, 체육 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긴다. 아들은 사회성을 키우고, B씨는 비로소 자신의 삶을 되찾았다.
성인 발달장애인이 낮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도록 지원하는 이 서비스는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의 삶 전체를 변화시키는 핵심적인 사회 안전망으로 자리 잡았다. 이 서비스는 어떻게 ‘그림자 돌봄’의 굴레를 끊고, 성인 발달장애인의 의미 있는 낮 시간을 설계하고 있는지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그림자 돌봄’에서 벗어나, 가족의 삶을 지탱하는 힘
발달장애는 생애 전반에 걸쳐 지속적인 돌봄을 요구한다. 특히 성인이 된 이후에는 학교나 시설을 벗어나면서 돌봄 공백이 급격히 커진다. 이 공백은 주로 가족, 그중에서도 어머니에게 전가되는 ‘그림자 돌봄’의 형태로 나타났다. 주간활동서비스는 바로 이 공백을 메우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한다. 서비스 이용자는 월 100시간 내외(기본형 기준)의 활동 시간을 보장받으며, 이 시간 동안 보호자는 경제 활동, 휴식, 또는 자기 계발 등 개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보호자의 소진(Burnout)을 방지하고 가족 관계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전문가들은 이 서비스가 발달장애인 복지의 최종 목표인 ‘탈시설화’와 ‘지역사회 통합’을 위한 필수 전제 조건이라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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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시간 보내기가 아닌, 자립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
주간활동서비스의 핵심은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 개개인의 특성과 욕구에 맞춘 ‘의미 있는 활동’을 제공하는 데 있다. 프로그램은 크게 문화·예술 활동, 건강 증진 활동, 자립 생활 지원 활동, 그리고 지역사회 참여 활동 등으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자립 생활 지원 프로그램에서는 대중교통 이용법, 간단한 요리, 금전 관리 등을 익혀 일상생활 능력을 향상시킨다. 또한, 지역사회 참여 활동을 통해 도서관 이용이나 봉사 활동 등을 경험하며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배운다. 이러한 맞춤형 활동들은 발달장애인이 성인이 된 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사회에 통합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준다. 실제로 서비스를 이용한 발달장애인들은 사회성 및 자존감이 크게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홍정숙 파주장애인종합복지관 관장은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는 이용자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 증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낮 시간 동안의 규칙적인 사회 활동은 우울감과 고립감을 해소하고, 신체 활동을 통해 만성 질환 예방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라고 강조했다.

서비스 확대와 지역사회 통합의 과제
주간활동서비스는 도입 이후 지속적으로 이용자 수와 서비스 시간이 확대되는 추세다. 하지만 여전히 서비스의 질적 향상과 지역 간 격차 해소는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서비스 제공 기관의 수가 부족하거나, 프로그램의 다양성이 떨어져 이용자의 선택권이 제한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또한, 서비스 제공 인력의 전문성 강화와 처우 개선 역시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2024년 이후 서비스 제공 시간을 확대하고, 청년 발달장애인을 위한 특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질적 성장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 서비스는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 내에서 비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돌봄 공백 해소 넘어, 자존감 향상에 기여
주간활동서비스는 단순히 보호자에게 휴식을 제공하는 ‘대리 돌봄’의 차원을 넘어선다. 이 서비스는 발달장애인 당사자에게 ‘나도 사회에 참여하고 있다’는 자존감을 심어주는 중요한 통로다. 낮 시간을 의미 있게 채우면서, 이들은 수동적인 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능동적인 삶의 주체로 거듭난다. 한 활동센터 관계자는 “이용자들이 처음에는 소극적이었지만, 몇 달 후에는 스스로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친구들과 협력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서비스가 가져온 내면의 변화를 설명했다. 주간활동서비스는 성인 발달장애인이 고립되지 않고 세상과 연결될 수 있는 끈을 제공하며, 우리 사회의 포용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홍정숙 파주장애인종합복지관 관장은 “주간활동서비스는 복지 예산 투입 이상의 사회적 효용을 창출한다. 발달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 보호자의 사회 참여를 독려하여 국가적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앞으로 서비스의 접근성을 더욱 높이고, 개별화된 지원 계획을 통해 모든 성인 발달장애인이 의미 있는 낮 시간을 누릴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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