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색 옷이 모기를 피하는 방패! 모기의 ‘어두운색 선호 현상’
무더운 여름밤 뿐만 아니라 초겨울밤까지도, 귓가를 맴도는 모기의 윙윙거리는 소리는 가장 흔하고도 성가신 불청객이다. 유독 특정인이 모기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되는 현상은 흔히 ‘피가 달아서’라는 속설로 치부됐다. 그러나 최신 과학 연구는 모기가 숙주를 찾는 과정에서 체온이나 이산화탄소 외에 ‘색깔’이라는 매우 중요한 시각적 단서를 활용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특히 모기는 검은색, 남색, 그리고 놀랍게도 빨간색과 같은 어두운색 계열을 명확히 구별하고 선호하는 ‘어두운색 선호 현상’을 보인다. 이에 여름철 야외 활동 시 옷 색깔 선택이 모기를 피하는 핵심적인 생존 전략이 될 수 있다.

시각적 사냥꾼, 모기의 색깔 구분 능력
모기가 숙주를 찾는 과정은 다단계로 진행된다. 첫 번째 단계는 인간이 호흡할 때 배출하는 이산화탄소(CO2)를 감지하는 것이다. 모기는 수십 미터 밖에서도 CO2의 미세한 농도 변화를 감지하고 목표 지점으로 이동한다. 하지만 CO2가 근접 거리로 모기를 유인하는 ‘냄새’ 역할을 한다면, 최종적으로 착륙할 위치를 결정하는 것은 ‘시각’이다.
연구에 따르면 모기는 인간의 눈처럼 모든 색상을 선명하게 보지는 못하지만, 특정 파장의 빛을 효과적으로 구별한다. 특히 550nm~700nm 사이의 긴 파장, 즉 빨간색과 주황색 계열의 빛을 감지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흥미로운 점은 모기가 인간의 피부색을 인식하는 방식이다. 인간의 피부는 인종과 관계없이 헤모글로빈 때문에 특정 파장(특히 빨간색/주황색)의 빛을 반사하는데, 모기는 이 파장을 ‘따뜻한 먹잇감’의 신호로 인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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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남색, 빨간색이 위험한 이유
모기가 어두운색을 선호하는 현상은 두 가지 주요 과학적 이유로 설명된다. 첫째, ‘대비 효과(Contrast Effect)’ 때문이다. 모기는 밝은 배경(하늘이나 주변 환경)과 강하게 대비되는 어두운 물체를 더 쉽게 포착한다. 검은색이나 남색 옷은 주변 환경과 뚜렷하게 구분돼 모기의 시야에 명확한 표적으로 인식된다.
둘째, ‘열 흡수’ 때문이다. 검은색을 포함한 어두운색은 태양광이나 주변 열을 더 많이 흡수하여 옷의 표면 온도를 높인다. 모기는 체온을 감지하는 감각 기관이 발달해 있어, 온도가 높은 물체를 숙주로 오인하고 접근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는 어두운색 옷이 마치 따뜻한 혈액이 흐르는 숙주처럼 모기를 유인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빨간색이다. 빨간색은 어두운색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모기가 인식하는 특정 파장(헤모글로빈의 신호)과 일치하기 때문에 모기의 표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검은색, 남색, 그리고 짙은 빨간색 계열의 옷은 모기에게 ‘공격 신호’를 보내는 것과 마찬가지다.

밝은색 옷이 제공하는 ‘투명 망토’ 효과
모기의 어두운색 선호 현상을 역이용하는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밝은색 옷을 착용하는 것이다. 흰색, 연두색, 노란색과 같은 밝은색 옷은 다음과 같은 ‘투명 망토’ 효과를 제공한다.
우선, 밝은색은 빛을 많이 반사하여 주변 환경과의 대비를 줄인다. 모기의 시각에서 밝은색 물체는 배경과 섞여 명확한 표적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둘째, 밝은색은 열 흡수율이 낮아 옷의 표면 온도가 낮게 유지된다. 이는 모기가 숙주를 찾을 때 사용하는 ‘열 감지’ 신호를 약화시켜 접근을 방해한다.
따라서 야외 활동이나 캠핑 시에는 흰색이나 파스텔톤의 밝은색 긴팔, 긴바지를 착용하는 것이 모기 기피제를 사용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예방책이다. 옷의 소재 또한 중요하다. 얇고 성긴 니트류보다는 촘촘하게 짜인 면이나 합성섬유가 모기의 침투를 막는 데 더 효과적이다.
옷 색깔 외, 모기 퇴치를 위한 종합전략
옷 색깔 선택이 중요한 예방책이지만, 모기 퇴치는 종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모기는 주로 해 질 녘부터 새벽까지 활동이 왕성하므로 이 시간대 야외 활동을 피하거나, 활동 시에는 반드시 방충망이나 모기장을 사용해야 한다. 또한, 모기는 물이 고인 곳에 알을 낳기 때문에 집 주변의 화분 받침대, 폐타이어, 버려진 용기 등에 물이 고이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개인의 체질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땀을 많이 흘리거나 체온이 높은 사람, 그리고 맥주 등 알코올을 섭취해 체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증가한 사람은 모기의 표적이 되기 쉽다. 따라서 야외 활동 전후로 샤워를 통해 땀 냄새를 제거하고, 과도한 음주를 피하는 것도 모기의 접근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모기의 ‘어두운색 선호 현상’을 이해하고, 밝은색 옷을 입는 단순한 행동 변화만으로도 사계절 불청객으로부터 훨씬 자유로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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