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장 특수관계 간납회사 운영 금지, 간납사 규제, 어디까지 적용되나

지난 12월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병원 경영 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예고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더불어민주당 김남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기기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재석 의원들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된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그동안 의료계 일각에서 관행적으로 이어져 오던 의료기관장과 특수관계인 간의 의료기기 거래, 이른바 ‘간납사(간접납품회사)’ 운영 방식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많은 병원장이 환자 진료와 병원 발전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법안 통과는 병원 운영의 투명성을 한층 더 높이라는 사회적 요구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이제 병원 경영진은 과거의 효율성 중심 관행에서 벗어나, 강화된 법적 기준과 세무적 안전성을 고려한 새로운 경영 전략을 수립해야 할 시점이다.
모자세부터 수염세까지… 일상에 부과된 ‘희한한 세금’의 잔혹사
넓어진 ‘특수관계’의 범위, 꼼꼼한 점검이 필수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병원 운영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의료기기 판매업자와 의료기관 간의 ‘특수관계’ 범위를 명확히 하고, 해당 관계에서의 거래를 제한한다는 데 있다. 개정된 법률은 약사법의 선례를 준용하여, 의료기관 개설자와 2촌 이내의 친족, 법인 임원, 지분 50%를 초과 소유한 사실상 지배자 등이 운영하는 판매업체와의 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규제 대상이 병원장의 가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병원 운영을 돕던 직원이나 고용 계약자, 임원 등의 명의로 설립된 법인까지도 특수관계의 범위에 포함됐다. 이는 병원장이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내부 직원이 연관된 업체를 통해 물품을 공급받는 경우 법적 규제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판매업자는 특수관계 의료기관의 현황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보고해야 하며, 정부는 3년마다 이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게 된다. 따라서 병원 경영진은 현재 거래 중인 공급망 전체를 세밀하게 검토하여, 혹시 모를 법적 오해의 소지가 없는지 선제적으로 파악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강화되는 세무 환경, ‘위법 비용’의 위험성을 인지해야
이번 법안 통과와 관련해 병원장들에게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세무 리스크’의 관리다. 단순히 의료기기법을 준수하느냐의 문제를 넘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세무 조사에서의 비용 인정 여부가 병원 재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세법에서는 사회질서에 반하는 지출을 비용(손금)으로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과거의 주요 판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법원 2015년 선고(2012두7608)에 따르면, 의약품 도매상이 약국 등 개설자에게 판매촉진 목적으로 지급한 이른바 ‘리베이트’는 약사법을 위반하여 사회질서에 반하는 지출에 해당하므로, 그 비용은 손금에 산입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한 대법원 2017년 선고(2017두51310)에서도 담합사례금에 대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하여 공정한 경쟁을 제한하는 지출이므로 사회질서에 반하여 비용으로 인정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러한 법리는 개정된 의료기기법 환경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법이 시행된 후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되는 업체와 거래를 지속할 경우, 해당 거래는 의료기기법 위반이 되며, 이에 따라 지급된 물품 대금이나 수수료가 ‘위법 비용’으로 간주되고, 간납업체와 거래한(매입한) 의료기관의 필요경비가 부인된다. 만약 필요경비 부인이 확정된다면 법인세가 증가할 뿐만 아니라, 해당 지출액이 대표자에 대한 상여로 처분되어 병원장의 소득세 부담까지 가중될 수 있다. 따라서 세무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거래 구조의 투명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현금 흐름의 변화, ‘6개월 결제 의무’에 대비하라
이번 개정안에는 병원의 재무 관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대금 지급 기한 의무화’ 조항도 포함됐다. 앞으로 병원은 의료기기를 수령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대금을 지급해야 하며, 기한을 넘길 경우 연 20% 이내의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그동안 병원들은 자금 운용의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결제 대금을 늦추는 방식을 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표준계약서 작성이 의무화되고 지급 기한이 법적으로 강제됨에 따라, 병원의 현금 흐름(Cash Flow)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6개월이라는 기한은 생각보다 빠르게 돌아온다. 갑작스러운 자금 경색을 막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병원의 운전자본 계획을 보수적으로 재수립하고, 매입채무 회전율을 법적 기준에 맞춰 조정하는 재무적 대비가 필요하다.
2년의 유예기간, 병원의 체질을 개선할 골든타임
다행히 법안은 병원들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준비 기간을 두었다. 특수관계 거래 제한 및 보고 관련 조항은 공포 후 2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된다. (단, 대금 결제 기한 등은 6개월 후 시행). 이 기간은 병원에게 주어진 소중한 ‘골든타임’이다.
이 기간 동안 병원은 기존의 공급망을 재점검하고, 더욱 투명하고 경쟁력 있는 입찰 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다. 특수관계가 아닌 전문적인 의료기기 유통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변화는 언제나 두려움을 동반하지만, 동시에 발전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번 법안 통과를 규제로만 받아들이기보다, 병원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실현하는 도약대 삼는다면, 병원은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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