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비만 시 자녀 80프로 비만, 피할 수 없는 굴레인가?
당신의 체중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에 의해 이미 결정된 ‘운명’일까? 비만 연구의 최신 지견들은 비만이 단순한 개인의 의지나 식습관의 문제를 넘어, 유전적 요인이 깊숙이 관여하는 복합적인 질병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실제로 비만 발생에 유전적 요인이 작용하는 비율은 40%에서 최대 70%에 달한다. 특히 부모 모두가 비만일 경우, 자녀가 비만이 될 확률은 약 80%라는 충격적인 통계는 많은 이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준다.
그러나 과학은 동시에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다. 유전자는 강력하지만, 그것이 곧 운명은 아니라는 통찰이다. 좋은 생활 습관을 통해 유전적 한계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 이 기획 기사에서는 비만에 작용하는 유전적 요인의 실체를 파헤치고, 어떻게 생활 습관이 80%에 달하는 유전적 위험을 극복하는 핵심 열쇠가 될 수 있는지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유전적 요인 70%의 무게, 피할 수 없는 굴레인가
비만은 오랫동안 과식과 운동 부족의 결과로만 치부됐다. 하지만 쌍둥이 연구와 가족력을 통한 광범위한 역학 조사는 비만이 매우 높은 유전력을 가진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줬다. 비만에 대한 유전적 기여도는 다른 만성 질환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인 40~70% 사이로 추정된다. 이는 개인이 아무리 식단 조절과 운동에 힘써도, 선천적으로 체중 증가에 취약한 ‘설정값(Set Point)’을 가지고 태어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설정값은 기초대사율, 식욕 조절 호르몬 반응, 지방 저장 능력 등 체중 유지와 관련된 생리적 메커니즘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부모의 비만 여부는 자녀의 비만 확률을 예측하는 강력한 지표다. 부모 중 한쪽만 비만일 경우 자녀의 비만 위험은 40% 내외지만, 부모 모두 비만일 경우 그 위험은 80%까지 치솟는다. 이러한 높은 수치는 유전자가 단순히 ‘비만에 걸리기 쉬운 체질’을 물려주는 것을 넘어, 환경적 요인과 결합하여 비만을 거의 확실시하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함을 시사한다. 이처럼 유전적 요인이 비만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광범위하고 강력하여, 많은 이들이 자신의 체중 문제를 유전적 숙명으로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위장병으로 오인되는 십이지장암 ‘희귀암의 덫’… 왜 발견이 어렵고 예후가 나쁜가?
‘비만 유전자’ FTO, 3kg의 차이를 만들다
비만 연구에서 가장 주목받는 유전자는 바로 FTO(Fat mass and obesity-associated) 유전자다. FTO 유전자는 지난 2007년 처음 발견된 이래, 비만과의 연관성이 가장 강력하게 입증된 유전자로 꼽힌다. FTO 유전자의 특정 변이(고위험 대립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평균 체중이 3kg 더 나가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이 유전자를 가진 성인은 비만 위험이 약 1.7배 높으며, 특히 소아 비만 발생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보고됐다.
FTO 유전자는 주로 뇌의 시상하부에서 작용하며, 식욕과 포만감 조절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유전자에 변이가 있을 경우, 포만감을 느끼는 능력이 저하돼 더 많은 음식을 섭취하게 만들고, 특히 고지방, 고칼로리 음식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비만을 유도한다. 즉, 유전적으로 비만에 취약한 사람은 남들보다 더 자주, 더 강하게 배고픔을 느끼도록 프로그래밍된 셈이다. 이처럼 구체적인 유전자의 작용 메커니즘이 밝혀지면서, 비만이 단순히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는 과학적 근거가 더욱 확고해졌다.
서울 민병원 김종민 병원장 겸 비만당뇨대사수술센터장은 “많은 사람이 비만을 유전적 숙명으로 보지만, 실제로는 유전자가 비만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취약성’을 제공할 뿐’이라며, ‘부모로부터 80%의 비만 위험을 물려받았더라도, 건강한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은 비만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후성유전학적 스위치 역할을 하며, 유전적 위험이 높을수록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한 효과가 더 클 수 있다는 점에 희망을 두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유전자는 운명이 아니다: 환경과의 상호작용
유전적 요인의 강력함에도 불구하고, 현대 과학이 제시하는 핵심 통찰은 ‘유전자는 운명이 아니다’는 것이다. 비만 유전자가 발현되는 것은 전적으로 환경, 즉 생활 습관과의 상호작용에 달려있다. 유전자가 비만의 ‘잠재력’을 제공한다면, 생활 습관은 그 잠재력을 현실로 만들지 결정하는 ‘방아쇠’ 역할을 한다. 이는 후성유전학(Epigenetics)의 관점에서 더욱 명확해진다. 유전자 자체의 염기서열은 변하지 않더라도, 어떤 유전자가 켜지고(발현되고) 꺼질지(억제될지)는 식단, 운동, 스트레스, 수면 등의 환경적 요인에 의해 조절된다는 것이다.
특히 FTO 유전자를 포함한 비만 관련 유전자들은 건강하지 못한 환경(고칼로리 식단, 좌식 생활)에서 그 영향력이 극대화된다. 반대로,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유전적 위험 인자를 가지고 있더라도 그 영향이 현저히 줄어들거나 완전히 상쇄되는 연구 결과가 다수 보고됐다. 예를 들어, FTO 고위험군이라도 규칙적인 신체 활동을 하는 경우, 유전적 위험이 없는 사람들과 유사한 수준으로 비만 위험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전적 위험이 높은 사람일수록 오히려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한 효과를 더 크게 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생활 습관으로 80% 유전적 위험 극복을 위한 실천 전략
비만 유전자의 강력한 영향력을 인정하되,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생활 습관 전략은 더욱 정교해져야 한다. 유전적으로 불리한 조건을 가진 사람들은 단순히 ‘덜 먹고 더 움직이는’ 수준을 넘어, 자신의 유전적 취약점을 보완하는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FTO 유전자가 식욕 조절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포만감을 높이고 식욕을 억제하는 식단 구성이 필수적이다.
첫째, 식단에서는 고단백, 고섬유질 식사를 통해 포만감을 오래 유지해야 한다. 단백질은 식욕 조절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고, 섬유질은 소화 속도를 늦춰 과식을 방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둘째, 운동은 유산소 운동뿐 아니라 근력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근육량 증가는 기초대사율을 높여 유전적으로 낮은 대사율을 가진 사람들에게 특히 유리하다. 셋째, 수면의 질 관리가 중요하다. 수면 부족은 식욕 촉진 호르몬인 그렐린 분비를 늘리고 식욕 억제 호르몬인 렙틴 분비를 감소시켜, 유전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의 비만 위험을 가속화한다. 충분하고 질 좋은 수면은 유전자 발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비만 유전자의 ‘스위치’를 끄는 데 기여한다.
결론적으로, 비만은 유전적 요인 70%와 환경적 요인 30%의 합이 아니라, 유전적 ‘경향성’과 환경적 ‘선택’의 상호작용으로 봐야 한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비만 유전자가 80%의 위험을 안겨줄지라도, 개인이 의식적으로 선택하고 실천하는 좋은 생활 습관은 그 위험을 압도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제공한다. 유전적 취약성을 인지하는 것은 좌절의 이유가 아니라, 오히려 더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건강 관리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동기가 된다. ‘생활 습관으로 80% 유전적 위험 극복’은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된 과학적 사실이며, 비만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해법이다.
서울 민병원 김종민 병원장은 “FTO 유전자 변이처럼 특정 비만 유전자는 식욕과 포만감 조절 기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유전적으로 취약한 분들은 단순한 칼로리 제한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라며, “이들에게는 포만감을 오래 지속시켜주는 고단백, 고섬유질 식단과 기초대사율을 높이는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등 개인의 유전적 취약점을 보완하는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당신이 좋아할만한 기사
화이트 초콜릿의 정체성 논란: 카카오 버터, 설탕, 우유의 조합… ‘초콜릿’이라 불릴 자격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