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게 물든 산하, ‘단풍 엔데믹’ 이후 완전한 일상 회복 속 맞이하는 2025년 가을의 절경, 그 장엄한 유혹
바야흐로 2025년, 계절의 시계가 다시 한번 붉은빛을 향해 치닫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느껴지는 서늘한 공기는 대자연이 곧 펼쳐낼 화려한 축제의 서막을 알린다. 팬데믹의 긴 터널을 지나 완전한 일상 회복을 맞이한 2025년,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열망이 ‘가을’이라는 두 글자에 응축되고 있다. “올해 단풍은 어디가 좋을까?”라는 질문은 단순한 여행지 선정을 넘어, 억눌렸던 야외 활동에 대한 갈증과 자연이 주는 위로에 대한 깊은 기대를 담고 있다.
올해 가을은 특별하다. 지난 몇 년간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마음 편히 즐기지 못했던 단풍놀이가 ‘엔데믹’ 선언 이후 실질적인 첫해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여행 및 관광업계는 이미 폭발적인 수요 증가를 예견하며 분주한 모습이다. 이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단풍 명소들의 2025년 최신 동향과 숨겨진 매력을 밀도 있게 점검, 독자들의 완벽한 가을 여행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한다.

‘단풍 1번지’의 귀환, 설악과 오대의 장엄함
예로부터 가을 단풍의 시작은 강원도에서 비롯된다. ‘단풍 1번지’라는 명성에 걸맞게 설악산은 올해도 가장 먼저 가을 소식을 전해온다. 설악산 단풍은 그 규모와 다채로움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특히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오색 단풍은 한 폭의 장엄한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사람들은 설악산의 백미로 망설임 없이 천불동 계곡과 울산바위를 꼽는다. 천불동 계곡은 이름 그대로 천 개의 불상을 닮은 기암절벽 사이로 붉고 노란 단풍이 병풍처럼 펼쳐져, 방문객들에게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울산바위 코스는 다소 험준하지만, 정상에 올랐을 때 동해와 속초 시내, 그리고 발아래 펼쳐진 단풍 바다를 한눈에 조망하는 감동은 그 어떤 수고도 잊게 하기에 충분하다. 2025년에는 특히 설악산국립공원 측이 탐방로 안전 시설을 대폭 확충, 보다 쾌적한 산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설악산이 장엄한 남성미를 뽐낸다면, 인근의 오대산은 차분하고 고즈넉한 여성적 매력으로 등산객을 맞이한다. 오대산 단풍의 진수는 월정사에서 상원사로 이어지는 선재길이다. 경사가 완만하여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이 길은, 맑은 계곡물 소리를 벗 삼아 숲 터널을 이루는 단풍을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힐링 코스’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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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의 금강’, 내장산의 불타는 터널
“단풍은 역시 내장산”이라는 말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단풍 명소를 꼽을 때, 전라북도 정읍의 내장산은 단 한 번도 수위에서 밀려난 적이 없다. 설악산이 굵고 화려한 단풍을 자랑한다면, 내장산은 손바닥보다 작은 ‘애기단풍’이 빚어내는 농밀하고 선명한 붉은빛이 특징이다.
내장산 단풍의 하이라이트는 매표소에서 내장사까지 이어지는 ‘단풍 터널’이다. 도로 양옆으로 빼곡히 늘어선 단풍나무들이 하늘을 가릴 정도로 붉은 아치를 이루는 이 길은,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황홀경에 빠지게 한다. 물 위에 비친 단풍의 반영이 아름다운 우화정(羽化亭)은 사진작가들이 가장 사랑하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내장산 단풍은 10월 말부터 11월 초·중순까지 비교적 늦게 절정을 이루어, 강원도에서 시작된 단풍 여행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안성맞춤이다.
2025년 단풍 여행의 핵심 키워드는 ‘깊이’와 ‘경험’이다. 단순히 유명한 곳을 스쳐 지나가는 ‘점’의 여행이 아니라, 특정 지역에 최소 1박 이상 머무르며 그 지역의 가을 정취와 미식을 오감으로 체험하려는 ‘체류형 웰니스’가 강세를 보인다. 특히 로컬 맛집 탐방이나 소규모 트레킹 코스 발굴 등 개인화된 테마 여행이 주류를 이룬다.

천년 고도의 가을, 경주와 지리산의 고즈넉함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자연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곳을 찾는다면 경주만 한 곳이 없다. ‘지붕 없는 박물관’ 경주는 가을이 되면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으로 변모한다. 불국사와 석굴암은 물론, 첨성대 주변의 핑크뮬리, 동궁과 월지의 야경에 어우러진 단풍은 다른 산악형 명소와는 결이 다른 우아함과 고풍스러운 매력을 발산한다.
특히 통일전 앞을 노랗게 물들이는 거대한 은행나무 가로수길은 경주 가을의 상징이다. 고즈넉한 한옥 담장 너머로 보이는 붉은 단풍은 천년 신라의 숨결을 느끼게 하며, 자전거를 타고 보문호수 주변을 도는 ‘단풍 라이딩’은 2025년 가을, 젊은 여행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코스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어머니의 산’ 지리산은 그 깊이만큼이나 다채로운 가을의 얼굴을 가졌다. 지리산 단풍은 웅장한 산세와 어우러져 한층 더 깊은 감동을 준다. 전남 구례의 피아골 계곡은 ‘삼홍(三紅)’으로 유명하다. 산(山)이 붉게 타오르고, 그 붉은빛이 맑은 계곡물(水)에 비치며, 단풍을 구경하는 사람(人)의 얼굴마저 붉게 물든다는 의미다. 피아골의 단풍은 특히 선명한 붉은색을 자랑한다.
도심 속 찰나의 낭만, 서울·수도권의 숨겨진 명소
시간과 거리의 제약으로 먼 길을 떠나기 어렵다면, 도심 속에서도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명소들이 즐비하다. 2025년, 서울 시민들의 가을을 책임질 장소로는 단연 창덕궁 후원과 서울숲이 꼽힌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창덕궁 후원은 왕들의 정원이었던 만큼, 인공과 자연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단풍의 극치를 보여준다. 제한된 인원에게만 관람이 허용되어 호젓하게 가을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성동구의 서울숲은 뉴욕의 센트럴파크를 연상시키는 도심 속 오아시스다. 거대한 은행나무 숲길이 노란 카펫을 깔아놓은 듯 장관을 이루며, 사슴 방사장 주변의 단풍도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이 외에도 경기도 광주의 화담숲은 정돈되고 아기자기한 분재형 단풍을, 남한산성은 성곽길을 따라 걸으며 서울 시내와 단풍을 함께 조망하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2025년의 가을은 그 어느 해보다 풍성하고 다채로운 빛깔로 우리 곁을 찾아올 준비를 마쳤다. 어떤 명소를 선택하든, 완연한 일상 속에서 맞이하는 이 붉은 축제는 지난 시간의 아쉬움을 씻어내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기에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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