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지어 와이어가 암 유발, 언더와이어 유방암 속설, ‘과학적 근거 전무’, 20년간의 오해와 진실
많은 여성이 매일 착용하는 언더와이어 브래지어에 대한 오랜 논란이 있다. 바로 이 금속 와이어가 가슴을 압박하여 림프 순환을 방해하고, 결과적으로 유방암을 유발한다는 속설이다. 이 주장은 199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며 수많은 여성을 불안에 떨게 했고, 일부는 건강을 위해 와이어가 없는 브래지어를 선택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수십 년간의 광범위한 역학 연구와 과학적 검증 결과, 언더와이어 브래지어 착용과 유방암 발생 사이에는 어떠한 과학적 근거도 없다는 결론이 명확하게 내려졌다. 이는 단순한 오해가 아닌, 여성 건강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얼마나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풀이된다.

속설의 탄생: 1990년대 미국발(發) 건강 미신
언더와이어 브래지어 유방암 속설은 1995년 미국에서 출간된 한 서적에서 비롯됐다. 이 책은 ‘꽉 끼는 브래지어가 독소를 가두어 유방암을 일으킨다’는 주장을 펼쳤는데, 특히 와이어가 림프절이 위치한 겨드랑이와 가슴 주변을 압박하여 림프액의 흐름을 막는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의학 전문가의 검증을 거치지 않은 채 대중 매체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다. 당시 많은 여성이 브래지어 착용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기에, 이 속설은 마치 불편함이 건강 악화의 징후인 것처럼 받아들여졌다. 이로 인해 브래지어 착용 시간에 대한 엄격한 규칙까지 생겨나는 등 사회적 혼란을 야기했다.
하지만 이 주장은 인체 해부학적 구조를 오해한 데서 출발한 것으로 분석된다. 유방의 림프계는 피부 바로 아래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 조직 깊숙한 곳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외부의 단순한 압박만으로 림프 순환 전체가 마비돼 암을 유발할 만큼의 독소가 축적된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브래지어가 림프 흐름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이며 미미하며, 암 발생의 근본 원인과는 거리가 멀다고 강조했다.
과학적 근거 전무: 대규모 역학 연구 결과의 일관성
이 속설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수많은 대규모 역학 연구가 진행됐다. 가장 대표적인 연구 중 하나는 2014년 미국 암 연구 협회(AACR)에서 발표된 연구다. 이 연구는 1,500명 이상의 유방암 환자와 건강한 대조군을 대상으로 브래지어 착용 습관을 상세히 조사했다. 연구진은 브래지어 착용 시간, 와이어 유무, 컵 사이즈, 착용 시기 등을 분석했지만, 브래지어 착용 습관과 유방암 위험 증가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발견하지 못했다.
특히 언더와이어 브래지어를 착용한 여성과 착용하지 않은 여성 간의 유방암 발병률에는 차이가 없었다. 이 결과는 언더와이어 유방암 속설이 과학적 기반이 전혀 없는 미신임을 명확히 입증하는 결정적인 증거로 작용했다. 이후 미국 암 학회(ACS)를 비롯한 주요 보건 기구들은 공식적으로 언더와이어 브래지어가 유방암을 유발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공표했다. 림프 순환을 막는다는 주장이 유방암 발생 메커니즘과 연결될 수 없다는 점이 과학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서울 민병원 김혁문 외과 진료원장은 ‘언더와이어 브래지어가 림프 순환을 방해하여 유방암을 유발한다는 주장은 지난 수십 년간 광범위한 역학 연구를 통해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음이 명확히 입증됐다’며 ‘브래지어 착용 습관과 유방암 발생률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 학계의 일관된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언더와이어 유방암 속설이 간과한 진짜 위험 요인들
대중이 언더와이어 브래지어와 같은 사소한 생활 습관에 집착하는 동안, 유방암의 실제 위험 요인들은 간과되기 쉽다. 유방암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은 브래지어 착용 여부가 아니라, 통제 불가능한 요인(나이, 유전적 돌연변이, 가족력)과 통제 가능한 요인(과도한 음주, 흡연, 비만, 운동 부족, 폐경 후 호르몬 치료)으로 나뉜다.
특히 폐경 후 비만은 유방암 발생 위험을 크게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 조직에서 에스트로겐이 생성되는데, 이 과도한 에스트로겐 노출이 유방 세포의 비정상적인 성장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규칙적인 신체 활동은 유방암 위험을 낮추는 중요한 보호 요인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여성 건강 전문가들은 브래지어 착용에 대한 불필요한 걱정을 멈추고,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고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불편함이 아닌 편안함이 기준: 브래지어 선택의 새로운 기준
브래지어 선택의 기준은 건강 위험이 아닌 착용자의 편안함과 지지력에 맞춰져야 한다. 언더와이어 브래지어는 가슴의 형태를 잡아주고 지지하는 데 효과적이며, 특히 가슴이 큰 여성에게는 허리나 어깨 통증을 줄여주는 기능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만약 브래지어가 너무 꽉 껴서 피부에 자국이 남거나 통증을 유발한다면, 이는 림프 순환 장애로 인한 암 유발이 아니라, 단순히 사이즈가 맞지 않거나 디자인이 부적절하다는 신호일 뿐이다.
전문가들은 브래지어를 선택할 때 와이어 유무보다 자신의 신체에 맞는 정확한 사이즈를 고르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브래지어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의복의 기능에 한정되며, 암과 같은 질병 발생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 명확히 밝혀진 만큼, 소비자들은 더 이상 근거 없는 속설에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과학은 언더와이어 유방암 속설에 종지부를 찍었으며, 이제 여성들은 자신의 편안함과 선호도에 따라 자유롭게 브래지어를 선택할 권리를 되찾게 됐다.
서울 민병원 김혁문 외과 진료원장은 ‘유방암의 실제 위험 요인은 나이, 유전, 그리고 비만, 흡연, 운동 부족과 같은 생활 습관과 관련되어 있다’면서 ‘브래지어 선택 기준은 암 발생 위험이 아닌, 착용자의 편안함과 정확한 사이즈에 맞춰야 하며, 정기적인 유방암 검진만이 유방 건강을 지키는 핵심’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