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결을 위한 ‘비데 과도 사용’, 오히려 항문 보호막 손상시켜 질환 유발
현대인에게 비데는 단순한 위생 기구를 넘어선 필수 가전으로 자리 잡았다. 물로 씻어내는 방식이 휴지 사용보다 훨씬 깨끗하고 상쾌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특히 배변 후 강한 수압으로 잔여물을 완벽하게 제거했을 때 느끼는 ‘청결감’은 많은 사용자들이 비데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이러한 청결에 대한 강박적인 추구가 오히려 항문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만들고 있다.
시원함과 개운함을 위해 습관적으로 수압을 최대로 높이고 장시간 사용하는 행위가 항문 주변의 미세한 보호 체계를 무너뜨리고 각종 질환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 됐기 때문이다. 비데의 잘못된 사용 습관이 어떻게 항문 보호막을 손상시키고 만성적인 항문 질환으로 이어지는지 그 위험성을 알아본다.

과도한 수압과 시간이 항문 보호막 손상시키는 메커니즘
항문은 매우 민감하고 섬세한 구조로 이뤄져 있다. 항문관 주변은 점액질로 이뤄진 얇은 보호막(점막)으로 덮여 있는데, 이 보호막은 항문 내부를 촉촉하게 유지하고 외부 자극으로부터 신경 조직을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데를 사용할 때 수압을 지나치게 높이거나 세정 시간을 5분 이상 길게 가져가면, 이 보호막이 물리적인 충격과 지속적인 마찰에 의해 손상된다.
고압의 물줄기는 항문 주변의 정상적인 지방층과 점액을 강제로 씻어내어 피부를 건조하게 만들고, 미세한 상처를 입힌다. 이는 마치 피부를 비누로 과도하게 씻어내 유분이 제거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보호막이 손상되면 항문 주변은 건조해지고 가려움증, 통증에 취약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보호막 손상으로 유발되는 주요 항문 질환
항문 보호막이 손상되면 다양한 항문 질환의 발생 위험이 급격히 높아진다. 대표적인 것이 항문소양증과 치열이다. 항문소양증은 항문 주변이 가렵고 따가운 증상으로, 보호막이 사라져 건조해진 피부가 작은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발생한다. 특히 비데 사용 후 건조 기능까지 과도하게 사용하는 경우, 피부가 더욱 메말라 증상이 심화된다. 또한, 고압의 물줄기가 항문 점막에 미세한 균열을 만들면 치열로 발전할 수 있다. 치열은 배변 시 극심한 통증과 출혈을 동반하며, 만성화될 경우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비데의 강한 수압은 이미 약해진 항문 혈관에 압력을 가해 치핵(치질)의 증상을 악화시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청결을 위해 사용한 비데가 결과적으로 항문 주변의 염증과 손상을 가속화하는 원인이 되는 셈이다.
성종제 민병원 외과 진료원장 (대장항문외과 전문의)은 “비데를 사용할 때 느껴지는 강한 수압의 시원함은 일시적일 뿐이며, 장기적으로는 항문 괄약근의 긴장을 유발하고 점막을 손상시킨다”며, “특히 치질이나 치열 등 기존 항문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비데의 과도한 사용은 증상을 악화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바른 비데 사용을 위한 적정 기준과 습관
비데의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항문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올바른 사용 습관을 정립하는 것이 필수다. 전문가들은 비데 사용 시 수압과 온도, 시간을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압은 가장 약한 단계 혹은 중간 단계 이하로 설정하여 항문에 자극이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물줄기가 항문에 닿았을 때 통증이나 불편함이 느껴진다면 수압이 너무 강한 것이다.
물의 온도는 체온과 비슷한 35~37도가 적당하며, 너무 뜨거운 물은 오히려 점막을 건조하게 만들 수 있다. 세정 시간은 1분 이내로 짧게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잔여물이 남아있다는 느낌 때문에 반복적으로 세정 버튼을 누르는 행위는 피해야 한다.
비데 사용 후 건조 습관과 대안 위생 관리
세정만큼 중요한 것이 건조 과정이다. 비데에 내장된 온풍 건조 기능을 사용할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온풍 건조 기능은 항문 주변의 수분을 급격히 증발시켜 피부를 건조하게 만들고 가려움증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온풍 건조는 짧게 사용하거나 아예 사용하지 않고, 부드러운 수건이나 휴지로 가볍게 톡톡 두드려 물기를 제거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이때 절대 문지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만약 비데 사용이 불편하거나 항문 질환 증상이 있다면, 좌욕을 병행하거나 미지근한 물로 샤워 후 항문 부위를 씻어내는 것이 더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좌욕은 항문 주변의 혈액 순환을 돕고 괄약근을 이완시켜 치질 예방과 치료에 효과적이다. 비데가 청결의 상징이 된 시대지만, 그 편리함 뒤에 숨겨진 위험성을 인식하고 사용자가 스스로 적정 기준을 지킬 때 비로소 건강한 위생 관리가 가능해진다.
강동완 웰니스 병원 병원장 (대장항문외과 전문의)은 “비데 사용 후에도 항문이 완전히 건조되지 않은 상태에서 옷을 입으면 습진이나 소양증이 생기기 쉽다”며, “비데를 사용하더라도 마지막에는 부드러운 휴지로 물기를 제거하거나, 가능하면 온풍 건조 대신 자연 건조를 선택하는 것이 항문 피부 보호에 필수적이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