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과의 전쟁, 성공과 실패
1996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비만을 ‘장기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규정한 이후, 국민들의 비만에 대한 인식은 많이 변화해 왔다. 단순히 외형적인 문제로 여겨지던 비만은 이제 체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되어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질병으로 인식되고 있다.
대한비만학회에 따르면, 체질량 지수(BMI)에 따라 비만은 3단계로 구분되는데, 보통 25kg/㎡ 이상을 비만이라 하고, 30kg/㎡부터 2단계 비만, 35kg/㎡ 이상은 3단계 고도비만이라 한다.
한편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는 2018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 비만대사수술 진료지침에서 비만대사수술은 병적 비만을 치료하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으로서, 장기간의 유의한 체중감소와 비만과 관련된 다양한 동반 질병 개선에 큰 효과가 있다고 규정했다.
이에 민병원 김종민 대표원장으로부터 비만이 개인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심각성)과 병적 비만 치료법인 비만대사수술에 대해 알아본다.
Q. 비만이란 무엇인가?
A. 체내에 지방 조직이 과다한 상태를 비만이라고 한다. 때문에 체중은 많이 나가지만 근육량이 많고 지방량이 많지 않은 경우는 비만으로 부르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체중(kg)을 신장(m)의 제곱으로 나눈 값)가 25 이상이면 비만으로 정의한다. 지방 조직의 주요 성분은 혈장으로부터 유입된 지방산과 포도당이 에스테르화한 중성지방이다.
Q. 비만의 발생원인은 무엇인가?
A. 통상 유전적 영향 및 환경적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비만이 발생한다. 오랜 기간 동안 에너지 소비량에 비해 영양소를 과다 섭취하거나, 특정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의해 식욕 조절 중추 기능에 문제가 있거나, 쿠싱증후군과 같은 내분비 질환, 또는 식욕을 증가시키는 다양한 약물 복용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칼로리가 높은 식품이 풍부하고 신체 활동을 덜 해도 살아가는데 불편함이 없는 현대사회의 생활환경이 비만의 폭발적 증가를 초래했다.
Q. 비만은 왜 심각한가?
A. 비만은 다양한 질병과 연관되어 있어 건강에 매우 위험하기 때문이다. 실제 비만은 혈관에 압력을 가해 혈액순환을 어렵게 하는데, 이로 인해 동맥경화, 고혈압, 심근경색 등의 심혈관 질환을 유발하고, 당뇨병 위험도 증가시키며, 관절질환도 유발한다. 특히 대장암, 췌장암, 전립선암, 유방암 등 각종 암 발생 위험성도 증가시키는 동시에 통풍, 생리불순, 다낭성 난소 질환, 불임, 성욕감퇴, 우울증 등도 일으킬 수 있어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한 질병이 바로 비만이다.
Q. 비만은 어떻게 예방하나요?
A.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은 체중 감량 뿐만 아니라 신체의 근육을 강화하여 대사를 촉진시키고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과다한 탄수화물과 지방 섭취를 줄이고 채소와 과일을 적절히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Q. 병적비만 환자는 비만대사수술을 받으면 좋다던데….
A. 병적비만은 단순히 몸매나 체형의 문제가 아니라,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과 같은 질병에 걸릴 위험을 증가시켜, 사망률을 높이는 ‘질병’입니다. 그러나 마음처럼 완쾌가 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특히 고도비만 환자나 비만과 함께 제2형 당뇨병, 수면무호흡증, 고혈압 등이 동반된 환자는 더욱 그렇습니다. 이 때는 비만대사수술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Q. 비만대사수술은 뭔가?
A. 비만대사수술은 위의 부피를 줄이거나 음식물이 내려가는 길을 바꿔 음식 섭취량을 줄임으로써 신체의 호르몬 변화를 유발하여 비만이나 비만과 함께 발생한 당뇨병, 고혈압 같은 질환을 치료하는 수술이다. 수술 후 환자들은 약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평균적으로 15~30kg의 체중 감량 효과를 경험하며, 당뇨나 고혈압 약물을 복용 중인 환자의 상당수가 수술 후 약물 복용을 중단할 정도로 호전되기도 한다. 특히 비만대사수술은 체중감소 효과가 요요 없이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Q. 비만대사수술은 위험한가?
A.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만대사수술을 단순히 위를 절제하는 위험한 수술로 오해하곤 한다. 그러나 비만대사수술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체중감량을 돕고 대사조절 기능을 향상시키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수술입니다. 특히 당뇨병 치료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에 심한 고도 비만이 아니더라도 당뇨병 치료 목적으로 비만대사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물론, 비만대사수술도 침습적이기 때문에 수술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다만, 비만대사수술에서 합병증이 발생할 확률은 1%정도에 지나지 않고, 이는 우리가 흔히 맹장수술이라고 부르는 충수절제술이나 담낭절제술과 비슷하거나 더 낮은 정도라고 볼수 있다. 정말 운이 없게 합병증이 발생하더라도 입원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큰 문제없이 완쾌될 수 있다.
Q. 수술만 받으면 체중이 빠지나?
A. 수술만 받는다고 해서 즉시 체중이 빠진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때문에 수술 후에도 운동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노력에 따라 차이가 클 수 있다.
Q. 비만대사수술의 적응증 및 건강보험 적용 여부는?
A. 체질량지수 30 이상이면서 고혈압, 당뇨, 지방간 등의 질환이 있는 환자가 그 대상이 된다. 또한, 조절되지 않는 당뇨가 있는 환자라면 체질량지수 27.5 이상일 경우 수술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체질량지수가 35이상이거나 체질량지수 30 이상이면서 고혈압, 당뇨, 지방간 등의 질환이 있는 환자는 본인부담률이 20%이나 체질량지수 27.5 이상이며 조절되지 않는 당뇨가 있는 환자는 본인부담률이 80%다. 급여기준상 그 외의 환자는 비급여다.
Q. 비만대사수술의 종류는?
A. 위소매절제술, 루와이 위우회술, 십이지장우회술 (위소매절제술 후 십이지장-공장 단일문합우회술), 소장(공장)우회술 (위소매절제술 후 근위소장우회술) 등이 있는데, 집도의는 환자의 상태를 진찰한 후 환자와의 협의를 통해 환자에게 가장 맞는 수술법을 선택하게 된다.
Q. 각 비만대사수술 별 특징 및 장단점은?
A. 위소매절제술은 위 일부분을 바나나처럼 길게 절제하고 위 용적을 100cc정도로 작게 남겨 음식 섭취량을 제한하는 수술이다. 체중 감량 및 당뇨에 상당한 효과를 보이며, 수술시간이 짧고 수술 합병증이 적어, 단순 고도비만환자에게 적합하다. 수술 후 몸이 적응하는 동안 구토, 역류성식도염이 발생할 수 있으나, 적절한 식습관 훈련과 약물 복용으로 조절이 가능하다.
루와이위우회술은 위를 식도 부근에서 약 30cc만 남기고 절제한 뒤, 우회시켜 직접 소장과 연결해 주는 수술법으로, 음식 섭취량과 함께 영양분 흡수를 제한하는 수술이다. 체중 감량 효과가 크고 당뇨 등 비만합병질환의 개선 효과가 뚜렷하다. 특히 체질량지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당뇨병 환자는 췌장 기능이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당뇨 개선 효과가 더 뛰어날 수 있다. 하지만 덤핑증후군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위와 소장을 연결한 부위가 헐 수 있다. 때문에 위산 억제제를 제일 길게 먹어야 하며, 흡연도 어렵다. 또한 그 구조상 위암에 대한 모니터링이 어려워, 우리나라와 같은 위암 호발국에서는 대상자를 신중하게 선별해야 한다.
십이지장우회술은 위소매절제술 후에 십이지장과 공장을 연결하는 수술법인데, 위소매절제술과 루와이 위우회술의 장점을 접목시킨 수술법이다. 체중감량과 당뇨병 등 합병질환 개선에 효과를 발휘한다. 특히 덤핑증후군이 없고, 궤양 발생이 적으며, 위의 형태와 기능이 보존되어 내시경 검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췌장 바로 위쪽에 있는 십이지장을 절제해야 하는 등 술기가 복잡한 편이어서 수술 경험이 많은 전문의의 집도가 필수적이다.
근위소장(공장)우회술은 위소매절제술 후에 십이지장을 우회하지 않고 소장의 앞부분만을 우회한다. 십이지장을 우회하지 않으니 당뇨병 개선 효과가 루와이 위우회술이나 십이지장우회술보다는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회하는 소장의 길이에 따라 당뇨병 호전 효과와 그에 따른 영양소 결핍 가능성이 변하기 때문에 공장우회술이 반드시 당뇨병 개선 효과가 떨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 반면 우회하는 장기가 적으니 상대적으로 영양소 결핍 가능성은 줄어들게 됩니다. 수술 후에도 위내시경이 가능하다. 수술 후 위산역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Q. 위밴드수술도 있다는데?
A. 위밴드수술은 위소매절제술, 위우회술과 함께 대표적인 고도비만수술의 하나로, 우리나라에서는 2004년 식약청의 승인을 받아 도입됐다. 식도에서 위가 시작되는 부위를 실리콘 밴드로 묶어 식사량을 제한하는 수술이이며, 수술 이후 식사량은 밴드 내에 있는 풍선을 부풀려 조절한다. 다른 비만대사수술에 비해 비교적 간단하며, 원하면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그러나 위밴드가 위와 간에 심하게 눌어붙는 “유착”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위밴드 제거 수술을 할 때 간을 안 건드리고 할 수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 바깥에서 위를 누르고 있던 위밴드가 서서히 위벽을 뚫고 위 안에 들어가 위에 구멍이 나는 위 미란상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단점이다. 우리병원에서는 시행하지 않는다.
Q. 수술후 흉터는 많이 남나?
A. 비만대사수술은 복강경 수술로 진행하기 때문에 큰 흉터를 남기지 않는다.
Q. 끝으로 환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A. 비만은 단순히 외형적 문제를 넘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질병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비만대사수술은 환자의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치료 방법 중의 하나입니다. 비만에 대한 적절한 치료와 관리로 건강한 삶을 되찾는 첫걸음을 내딛어 보기를 희망한다.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