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척들의 뽀뽀로 인한 RSV 감염, 부모들에게 경종
미국 플로리다주에 사는 30세 데스티니 스미스에게 지난해 추수감사절 연휴는 기쁨 대신 생사를 오가는 악몽으로 기억됐다. 평소 건강했던 2세 딸이 친척들의 애정 어린 뽀뽀를 받은 직후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에 감염돼 소아중환자실(PICU)로 긴급 이송됐기 때문이다. 단순한 감기 증상으로 시작됐던 아이의 병세는 몇 시간 만에 급속도로 악화됐고, 이 충격적인 사례는 영유아를 둔 부모들에게 ‘과도한 신체 접촉’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경고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스미스는 딸이 콧물과 기침 등 가벼운 감기 증상을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아이의 호흡이 눈에 띄게 가빠지고 거칠어지는 이상 징후가 나타나자 즉시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는 RSV 감염. 문제는 진단 후 불과 몇 시간 만에 아이의 상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는 점이다.
산소포화도는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아이는 결국 헬리콥터를 이용해 소아중환자실로 응급 이송됐다. 의료진은 2시간마다 호흡 치료를 진행했으나 저산소증은 쉽게 개선되지 않았다. 아이는 의식을 잃은 채 5일간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 점진적으로 회복되어 퇴원할 수 있었지만, 퇴원 후에도 3주 동안 4시간마다 흡입기를 사용하며 지속적인 경과 관찰이 필요했다. 건강했던 아이가 애정 표현으로 인해 생명을 위협받았던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친척들의 뽀뽀가 불러온 2세 여아의 RSV 감염 비극: 애정 표현의 역설
데스티니 스미스는 딸의 감염 원인을 추수감사절 연휴 기간 중 여러 친척이 딸을 안고 뽀뽀했던 상황으로 지목했다. 그는 “당시 손 씻기 등 위생 관리가 완벽했는지 확신할 수 없다”며 “뽀뽀 때문에 아이가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스미스는 이 경험을 통해 가까운 가족이 아닌 사람들이 아이를 껴안거나 뽀뽀하는 행동에 대해 부모들이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는 전 세계적으로 영유아 호흡기 감염의 주요 원인이며, 특히 생후 6개월부터 2세 사이의 영유아에게 중증 호흡부전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바이러스다. 성인에게는 일반적인 상기도 감염 수준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면역 체계가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어린아이의 기도에서는 점액 증가와 염증으로 인해 몇 시간 내에도 급격한 악화가 가능하다. 이러한 예측 불가능한 악화 속도 때문에 아이가 웅얼거리는 소리를 내거나 갈비뼈 아래 배가 빨려 들어가는 등 평소와 다른 호흡 패턴을 보인다면 즉시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RSV는 침과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전파되며, 장난감이나 문손잡이 등의 표면에서도 수 시간 동안 생존하여 간접 접촉으로도 감염이 가능하다. 잠복기는 일반적으로 4~6일이며, 초기 증상이 콧물, 기침, 미열 등으로 나타나 감기와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이 위험성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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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 신체 접촉 제한, 부모는 거부감 느낄 필요 없다
영국 레스터대학교의 임상미생물학자 프림로스 프리스톤 박사는 아기에게 뽀뽀하는 행위가 애정 표현이긴 하지만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프리스톤 박사는 영유아를 둔 부모들이 타인의 신체 접촉을 제한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아기는 감염병에 극도로 취약한 존재임을 항상 기억해야 하며, 특히 2세 미만 영유아는 성인 대비 심각한 감염병에 노출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성인이나 큰 아이들에게는 경미한 증상으로 끝나는 감염이라도, 좁은 기도 구조를 가진 영유아에게는 폐렴, 세기관지염, 저산소증으로 발전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RSV 외에도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 고령층, 만성질환자에게는 매년 겨울철 주요 입원 사유가 되고 있다.
박양동 서울패밀리병원 병원장(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RSV는 성인에게 단순 감기 수준이지만, 2세 미만 영유아에게는 좁은 기도로 인해 급격한 세기관지염이나 폐렴으로 진행되어 몇 시간 만에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며 “따라서 부모님들은 아이의 안전을 위해 친척이나 지인의 과도한 신체 접촉 요구를 단호하게 거부할 필요가 있으며, 이에 대해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전혀 없다”라고 강조했다.

친척들의 뽀뽀가 불러온 2세 여아의 RSV 감염 비극: 헤르페스 바이러스 주의보
뽀뽀 등 신체 접촉으로 전파될 수 있는 위험한 바이러스는 RSV뿐만이 아니다.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증 역시 영유아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아기의 눈, 입, 피부에 국한되어 영향을 미치는 경우 대부분 항바이러스 치료로 회복이 가능하지만, 바이러스가 전신으로 퍼져 장기에 영향을 미치면 최악의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 3월에는 영국에서 얼굴에 뽀뽀를 받은 후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한쪽 눈의 시력을 잃은 2세 남아의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당시 의료진은 헤르페스 바이러스 보균자가 아이의 눈이나 눈 주변에 뽀뽀하면서 바이러스가 전파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영유아에게 가해지는 무분별한 신체 접촉이 단순한 감기 이상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안전한 애정 표현 방법과 예방 수칙
전문가들은 영유아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프리스톤 박사는 부득이하게 아기에게 뽀뽀를 해야 한다면 입이나 얼굴 대신 발이나 뒤통수 부위에 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이는 감염 우려가 낮은 부위를 선택함으로써 바이러스 전파 위험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다.
또한, 부모들은 방문객들에게 아이를 만지기 전 반드시 손을 씻도록 요청하고, 감기나 다른 감염 증상이 있는 사람과의 접촉은 단호하게 차단해야 한다. 2세 미만 영유아는 면역체계가 미성숙하므로, 성인에게는 경미한 증상일지라도 아이에게는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선제적인 예방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애정 표현은 중요하지만, 아이의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박양동 서울패밀리병원 병원장(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은 “RSV를 포함해 헤르페스 같은 바이러스는 침이나 호흡기 분비물을 통해 쉽게 전파되며, 심지어 장난감이나 문손잡이 같은 표면에서도 수 시간 동안 생존한다.”며 “따라서 아이를 만지기 전 반드시 손을 씻는 것은 기본이며, 특히 기침이나 콧물 등 경미한 감기 증상이라도 있다면 영유아와의 접촉 자체를 엄격히 피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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