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병상 수급 및 관리 계획, 병상 총량 규제, 본래 취지와 상충
2023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제3기 서울시 병상수급 및 관리계획(2023-2027)은 원래 상급종합병원 등 대형병원들의 무분별한 병상 확장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 간 의료 격차를 해소하려는 정책적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현재 이 계획이 오히려 서울 시민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인프라 강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또한 서울은 여전히 상급종합병원(빅5 포함)으로의 전국적 환자 유입이 심화되고 있어, 이로 인해 서울 시민조차 지역 내에서 원활하게 의료를 이용하기 어려운 ‘의료 이용 차등’을 경험하고 있다.

대형병원 억제 정책의 ‘의도치 않은 희생양’
당초 서울시가 2027년 목표 일반 병상 수를 55,730병상으로 설정하고, 중진료권 대부분을 ‘공급 조정’ 및 ‘공급 제한’ 지역으로 지정한 것은 상급종합병원으로의 쏠림을 완화하려는 분명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상급종합병원의 유출입지수는 1.9로 매우 높고, 특히 빅5가 위치한 도심권과 동남권은 전국 환자가 몰려드는 ‘블랙홀’과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정책의 그림자가 발생하고 있다. 본래 대형병원들의 병상 확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총량 규제가, 이제는 상급종합병원 외의 필수의료 인프라 강화 필요성까지 저해하는 ‘의도치 않은 희생양’을 낳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필수의료 인프라 강화를 위한 병원급 의료기관, 지역 완결성을 높여야 할 요양병원의 병상 확충 계획조차 총량의 틀 안에서 고통받고 있으며, 특히 전문병원이나 병원급 의료기관이 지역 사회의 급성기 진료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필수적인 진료 과목이나 병상을 신설하는 것조차 병상 총량 규제에 막혀 허가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는 지역 사회의 의료 접근성과 급성기 진료 대응 능력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게다가 행정 절차의 복잡성 또한 걸림돌이다. 병상 허가 과정에서 의료기관 개설 위원회의 심의 사항이 병원의 진료 과목 추가 등 세부 운영 사항까지 과도하게 확장되면서, 병원 운영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필수 인프라 강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은 단순한 불만이 아닌 현실적인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정책의 선한 의도가 행정적 과잉 규제로 변질되는 것이다.

지역 완결형 의료 실현, 총량 밖의 해법 찾아야
서울 시민의 의료 이용 환경 개선은 공공 및 필수의료 분야 확충 없이는 불가능하다. 소아청소년 중환자실, 신생아 중환자실 병상이 여전히 빅5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로 인해 타 시도 환자 유입이 매우 많아 정작 서울 시민의 지역 환자 구성비는 크게 낮다. 또한, 고령화 사회의 필수 인프라인 요양 병상조차 유출입지수 0.8로 유출 현상을 겪고 있다.
서울시는 시립병원을 중심으로 필수·공공의료 병상을 확충하고, 감염병 병상 확충을 위해 용적률 완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 또한 여전히 총량 억제라는 큰 틀을 벗어나지 못한 제한적인 해법이다.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은 필수의료를 총량 규제의 예외를 인정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즉, 전문병원/병원급 의료기관의 급성기 필수 진료 과목 신설에 대해서는 총량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하거나 면제해야 하며, 의료기관 개설위원회의 심의 범위를 필수 의료 인프라 확충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명확히 하고 , 종합병원 개설 허가권 환수(자치구→시)를 통해 일관성을 확보하려는 계획이 병원급 의료기관의 급성기 필수 진료과 신설까지 과도하게 막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또한 서울 시민의 의료 안전망 강화를 위해서는 수도권 지자체 간의 실질적인 병상 협력 과 정부 차원의 강력한 지역 의료 강화 정책이 선행되어야 한다. 민간 병원의 필수의료 기능 수행을 유도할 수 있는 다각적인 재정 지원 및 인센티브가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더이상 서울의 총량 내에서 조정하는 소극적인 방침으로는 외부 환자 유입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민간 병원의 필수의료 기능 수행을 유도할 수 있는 다각적인 재정 지원 및 인센티브가 뒤따르지 않는 병상 관리 계획은 그저 숫자 맞추기에 불과할 따름이다. 보건복지부와 서울시는 이제 총량 규제라는 낡은 프레임에서 벗어나, 시민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는 과감한 또다른 ‘총량 규제 해법’을 찾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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