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근육통 만성 전신 통증, 중추신경계 이상으로 발생,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 필수
섬유근육통(Fibromyalgia)은 전신에 걸쳐 광범위하고 만성적인 통증을 유발하며, 극심한 피로와 수면 장애, 인지 기능 저하 등을 특징으로 하는 복합적인 질환이다. 이 질환은 주로 중추신경계의 감각 처리 과정 이상으로 인해 통증 역치가 낮아져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외 역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섬유근육통은 성인 인구의 약 1~4%에게 영향을 미치며, 특히 20~50대 여성에게 남성보다 7~10배가량 더 높은 유병률을 보인다. 이처럼 높은 유병률과 만성화 경향은 해당 질환이 개인의 삶의 질은 물론, 사회경제적 부담까지 가중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섬유근육통은 통증의 명확한 원인이 불분명하여 진단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의학의 발전은 섬유근육통을 단순한 근골격계 통증이 아닌, 중추 통증 민감화(Central Sensitization)에 기반한 신경병증성 통증 질환으로 이해하는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었다.

만성 전신 통증과 피로: 섬유근육통의 주요 임상 증상과 국내 유병 현황
섬유근육통의 핵심 증상은 최소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광범위한 통증이다. 이 통증은 관절, 근육, 힘줄 등 전신 여러 부위에 걸쳐 발생하며, 때로는 찌르는 듯하거나 타는 듯한 신경병증성 특징을 동반한다. 통계청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 분석에 의하면, 이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심각한 수준의 만성 피로를 호소하며, 이는 단순한 휴식으로는 회복되지 않는 특성을 보인다. 이와 더불어 환자의 90% 이상은 수면 장애를 경험하는데, 깊은 수면 단계(NREM 3단계)가 부족해져 수면 중에도 신체 회복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증상은 ‘파이브로 포그(Fibro Fog)’로 불리는 인지 기능 저하이다. 파이브로 포그는 집중력과 기억력 저하를 유발하여 일상생활 및 직업 활동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한다. 최근 연구 결과는 이러한 증상들이 스트레스 축의 이상 반응,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 그리고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증가와 밀접하게 관련됐다는 것을 시사한다. 한편, 국내 섬유근육통 환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환경적 요인과 생활 습관 변화에 따라 30대 이하 젊은 층에서도 진단 사례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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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근육통 진단 패러다임 변화: 압통점에서 광범위 통증 지수로
과거 섬유근육통의 진단은 미국 류마티스학회(ACR)의 1990년 기준에 따라 신체 18개의 지정된 압통점(Tender points) 중 11곳 이상에서 통증이 확인돼야 했다. 그러나 이 방식은 객관성이 부족하고 의사의 숙련도에 따라 진단 편차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ACR은 2010년 개정 진단 기준을 발표하면서 혁신적인 변화를 도입했다. 이 새로운 기준은 신체 19개 부위의 통증 정도를 평가하는 광범위 통증 지수(Widespread Pain Index, WPI)와 피로, 수면 장애, 인지 증상 등의 심각도를 측정하는 증상 심각도 척도(Symptom Severity scale, SSS)를 핵심 지표로 사용했다.
2010년 ACR 진단 기준은 WPI 7점 이상 및 SSS 5점 이상 또는 WPI 3~6점 및 SSS 9점 이상을 충족하고, 다른 질환으로 설명되지 않는 통증이 3개월 이상 지속됐을 때 섬유근육통으로 진단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 주요 대학병원 류마티스내과 전문의들은 이 새로운 기준이 환자의 주관적 증상을 보다 체계적이고 포괄적으로 반영하여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특히 압통점 검사를 제외함으로써 시간적 효율성을 확보하고, 임상 환경에서의 적용 가능성을 높인 점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신영태 제주 자연주의의원 원장은 “섬유근육통은 중추신경계의 과민 반응에서 비롯되는 복잡한 질환이므로, 단순한 진통제 처방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최신 연구들은 통증 역치를 높이고 신경계의 안정을 되찾는 것을 치료의 핵심 목표로 삼고 있으며, 이는 약물과 비약물 요법의 정교한 조합을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만성 통증 완화 위한 다학제적 치료 전략: 비약물 요법의 중요성
섬유근육통의 치료는 단일 접근법보다는 환자의 증상 특성과 중증도에 따른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 약물 치료는 주로 통증 조절과 수면 개선을 위해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SNRI) 계열의 항우울제나 프레가발린과 같은 항경련제를 사용한다. 그러나 미국 FDA와 유럽 류마티스 학회의 치료 가이드라인은 약물 치료의 한계를 인정하고, 비약물 요법의 중요성을 강력하게 강조했다.
주요 비약물 요법으로는 유산소 운동 및 근력 강화 운동이 필수적이다. 규칙적인 저강도 운동은 통증을 줄이고 피로도를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다수의 임상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와 더불어 인지행동치료(CBT)는 통증에 대한 환자의 생각과 반응을 변화시켜 통증 관리를 돕는 핵심적인 정신사회적 개입 방법으로 활용된다. 또한, 명상, 요가, 침술 등 보완대체 의학적 접근과 영양 요법도 환자의 전반적인 기능 향상에 기여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신영태 제주 자연주의의원 원장은 “현재 섬유근육통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치료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환자에게 맞는 생활 습관 개선과 스트레스 관리 기법을 병행하는 것”이라며, “특히, 수면의 질을 높이고 불필요한 약물 사용을 줄이는 통합의학적 노력이야말로 만성 전신 통증이라는 난제를 해결하는 핵심 열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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