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가 환자에게 처방전을 건네는 손의 모습입니다.
성분명 처방 의무화 논란, 의약품 수급 불안정의 해법인가?
최근 의약품 수급 불안정 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하며 국민 건강권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의료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국회에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장종태 의원 대표발의)이 발의됐다. 이 개정안은 의사 또는 치과의사가 「약사법」에 따른 수급불안정의약품을 처방할 경우, 의약품 명칭 대신 성분명을 기재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의약품의 안정적인 공급 환경을 조성하려는 취지이나, 의료계 전반에서는 이 개정안이 오히려 의료 시스템의 근간을 흔들고 환자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것이라는 강한 우려가 제기됐다.

성분명 처방 의무화, 의료 전문성과 환자 안전을 위협한다
의약품 수급 불안정 문제는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성분명 처방 의무화가 과연 이 문제의 실효적인 해법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의료인의 처방은 환자의 개별적인 특성(질환 상태, 기저 질환, 약물 알레르기 유무, 과거 약물 반응, 복용 편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고도의 전문적 판단의 결과물이다.
특정 제형, 흡수율, 부형제 등에 따라 약효와 부작용 양상이 달라질 수 있으며, 이는 특히 치료 범위가 좁은 약물(NTI), 고령 환자, 소아 환자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성분명 처방 의무화는 이러한 의료인의 전문적인 판단과 진료 재량을 심각하게 침해하며,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의료기관의 책무를 방기하게 만들 위험이 크다. 환자들이 기존에 복용하던 약품과 다른 형태의 의약품을 조제받을 경우, 혼란과 오투약의 위험이 증대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의료 분쟁의 책임 소재 또한 불분명해지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환자 안전 위협하는 불법 대체조제, 약사 두 건 고발 착수…처방권 침해 논란 심화
중소병원 경영 악화 및 지역 의료 서비스 저하의 심각한 후폭풍
특히 중소병원들은 성분명 처방 의무화로 인한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인력 및 재정적 한계가 명확한 중소병원의 경우, 성분명 처방 시 야기될 수 있는 다양한 브랜드 의약품의 재고 관리, 구매 교섭력 저하, 재고 순환의 어려움 등 운영 효율성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추가적인 인력과 비용 투입이 불가피하다.
이는 병원 경영의 안정성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결국 지역 주민에게 제공되는 필수 의료 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의약품 수급 불안정, 본질적인 원인에 대한 국가적 해법이 필요하다
의약품 수급 불안정의 본질적인 원인은 의약품의 생산 및 유통 구조에 내재된 문제에 있다. 원료 수급의 불안정성, 낮은 약가로 인한 제약사의 생산 유인 부족, 그리고 제조사의 공급 중단에 대한 제도적 통제 미흡 등이 핵심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성분명 처방 의무화는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 노력 없이 일선 의료기관과 환자에게 그 부담을 전가하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따라서 정부는 의약품 수급 불안정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한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대책 마련을 즉각 추진해야 한다. 필수의약품의 안정적 생산 및 공급을 위한 국가 비축 시스템 강화, 원료 자급률 향상을 위한 정책적 지원, 적정 약가 보전을 통한 제약사의 생산 유인 제고, 그리고 시장 감시 및 공급 중단 예고 의무 강화 등 다각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이 절실히 요구된다.
의료 현장의 안정과 국민 건강 수호를 위한 정부의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한다
우리 사회는 의료인의 진료 재량권을 존중하고,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장해야 한다. 특히 지역 의료의 핵심 주체인 중소병원들이 안정적으로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번 「의료법」 개정안이 현재의 형태로 강행될 경우, 의료 현장은 붕괴되고 국민 건강은 돌이킬 수 없는 위협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정부는 단기적인 처방이 아닌, 의약품 수급 시스템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근본적인 개선 없이는 어떠한 임시방편도 의료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다. 대한민국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와 전향적인 정책 전환을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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