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황불 심판” 소돔과 고모라의 위치 논쟁, 사해 동남부와 요르단 탈 엘 함맘 학설 격돌
수천 년 전, 하늘에서 불과 유황이 쏟아져 내리며 순식간에 멸망했다는 두 도시, 소돔과 고모라. 성경 창세기에 기록된 이 드라마틱한 파괴의 서사는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도 비극적인 신의 심판으로 남아 있다. 아브라함의 조카 롯이 살았던 이 도시들은 그 죄악 때문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며, 롯의 아내는 뒤를 돌아봤다는 이유로 소금 기둥이 됐다는 이야기는 오늘날까지도 경고의 메시지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단순한 신화적 교훈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존재했던 고대 도시의 파괴를 반영하는 역사적 기록일 수 있다는 가설이 고고학계를 끊임없이 자극하고 있다.
고고학자들은 수십 년간 사해(死海) 주변을 탐사하며 성경 속 소돔과 고모라의 위치를 찾아왔고, 최근 과학적 증거와 함께 강력한 후보지가 등장하면서 이 오래된 논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과연 이 저주받은 도시들은 어디에 있었을까?

성경 속 기록: ‘소돔과 고모라의 위치’에 대한 단서
소돔과 고모라의 위치를 추정하는 가장 중요한 단서는 성경 창세기 13장에 나온다. 아브라함과 롯이 재산 문제로 헤어질 때, 롯은 물이 넉넉하여 마치 ‘여호와의 동산’ 같았던 ‘요단 평야’를 선택했다. 성경은 이 지역을 소알(Zoar)까지 이르는 곳으로 묘사하며, 특히 이 도시들이 사해 남쪽 끝에 위치한 ‘싯딤 골짜기’와 관련이 있음을 시사한다.
전통적으로 고고학자들은 이 기록을 바탕으로 소돔과 고모라가 사해의 남동쪽 해안 지역에 위치했을 것으로 추정해왔다. 이 지역은 지질학적으로 역동적이며, 고대에는 비옥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성경적 단서들은 수많은 탐험가와 고고학자들을 사해 남부 지역으로 이끌었으며, 수 세기 동안 이 지역의 유적들이 주요 후보지로 거론됐다.
전통적 학설: 사해 동남부의 청동기 시대 유적
오랜 기간 소돔과 고모라의 위치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됐던 곳은 요르단 지역의 사해 동남부에 위치한 바브 에드 드라(Bab edh-Dhra)와 누메이라(Numeira) 유적이다. 이 두 유적은 초기 청동기 시대(기원전 3100년경~2300년경)에 번성했던 도시들로, 성경의 기록과 시기적으로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도시들이 갑작스럽게 버려지거나 파괴된 흔적이 발견됐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특히 바브 에드 드라는 거대한 공동묘지 유적이 발견됐는데, 이는 성경 속 도시들이 파괴된 후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이 유적들의 파괴 원인이 ‘유황불 심판’과 같은 대규모 재앙이 아닌, 단순한 침략이나 기후 변화 때문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따라서 이 지역은 성경 속 도시의 ‘후보지’일 뿐,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새로운 도전: 탈 엘 함맘 발굴과 거대 도시의 흔적
최근 소돔과 고모라의 위치 논쟁에 불을 지핀 것은 요르단 계곡 동쪽에 위치한 탈 엘 함맘(Tall el-Hammam) 유적이다. 이 유적은 중기 청동기 시대(기원전 2000년경~1550년경)에 요단 평야에서 가장 큰 도시 중 하나였음이 드러났다. 고고학자들은 탈 엘 함맘이 성경 속 소돔의 위치에 대한 모든 지리적, 시간적 조건을 충족시킨다고 주장한다. 특히 이 도시가 기원전 1650년경에 갑작스럽게 파괴됐는데, 이는 아브라함 시대와 시기적으로 더 가깝다는 분석이다.
발굴 결과, 도시의 성벽과 건물들이 엄청난 열과 충격파에 의해 녹거나 부서진 흔적이 발견됐다. 이는 단순한 전쟁이나 화재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파괴 양상을 띠고 있음이 확인됐다.
고대 충격파 재구성: 3600년 전 대폭발의 증거
탈 엘 함맘을 소돔의 유력한 후보지로 만든 결정적인 증거는 과학적 분석에서 나왔다. 2021년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탈 엘 함맘의 파괴는 지상 약 4km 상공에서 발생한 소행성 또는 운석의 공중 폭발(Airburst)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폭발은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약 1000배에 달하는 에너지를 방출했으며, 도시 전체를 섭씨 2000도 이상의 초고온으로 순식간에 달궜다. 발굴된 유물에서는 충격 받은 석영(Shocked Quartz)과 다이아몬드와 유사한 탄소 구조가 발견됐는데, 이는 극도의 고압과 고열에서만 생성되는 물질이다.
이 과학적 증거는 성경 속 ‘하늘에서 불과 유황이 내렸다’는 기록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파괴 메커니즘을 보여준다. 이 폭발로 인해 요단 평야 일대는 소금물과 고온의 재로 뒤덮여 수백 년간 사람이 살 수 없는 불모지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파괴 양상은 소돔과 고모라의 위치 논쟁에 있어 가장 강력한 과학적 뒷받침이 됐다.
소돔과 고모라의 위치 논쟁, 역사적 진실을 향한 탐사
탈 엘 함맘 학설은 고고학계와 성서학계 모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논쟁의 여지는 남아 있다. 일부 학자들은 탈 엘 함맘이 성경 속 소돔이 맞더라도, 성경에 묘사된 ‘도덕적 심판’이 아닌 ‘자연재해’로 멸망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한, 소돔과 고모라가 사해 남쪽에 위치했다는 전통적인 성경 해석을 고수하는 학자들도 여전히 많다. 그러나 탈 엘 함맘에서 발견된 파괴의 규모와 과학적 증거는 성경 속 이야기가 단순한 신화가 아니라, 고대 근동에서 실제로 발생했던 대규모 재앙을 반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소돔과 고모라의 위치 논쟁은 단지 두 도시의 지리적 위치를 찾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성경 기록의 역사적 진실성을 탐구하고, 고대 문명의 멸망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려는 인류의 끊임없는 노력의 일환이다. 고고학적 발굴과 최신 과학 기술의 결합은 앞으로도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한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할 전망이다. 이 고대 도시들의 미스터리는 여전히 사해 주변의 황량한 땅 아래에 묻혀 있으며, 학계는 그 비밀을 완전히 밝혀내기 위한 탐사를 지속하고 있다.

